2016년 가을
한동안 토요일을 낭비해 버리듯 보내는 일이 많았었다. 금요일 저녁 늦게까지 영화나 다른 영상을 보다가 토요일 아침에는 늦게까지 침대에서 빠져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다가 작년경부터 유빈이의 아침 첼로 레슨 시간을 좀 일찍 앞당겼다. 9시에 시작하는 시간으로 바꿨는데, 레슨 선생님 집이 우리 집에서 약 30분 정도 떨어져 있어서 집에서 늦어도 8시 반에는 출발해야 했다.
처음에 몇번 해 보고는 "평일에 출근하느라 일찍 일어나는 것이 쉽지 않은데, 토요일까지 이렇게 해야하나" 싶은 생각이 들때가 많았지만 지금은 많이 적응이 되었다. 레슨 선생님이 지난 해 동안 이사를 두번이나 하느라 여러 곳으로 옮겨 다니면서 레슨을 받기는 했지만 모두 나의 학교 근처이기 때문에 찾기 어렵지 않았고, 아침 시간으로 옮기니 차가 막히는 일이 많지 않았다.
무엇보다 토요일 시간을 훨씬 더 효율적으로 쓰기 시작했다. 유빈이를 선생님 집에 내려 놓고 대부분은 근처의 맥도날드나 스타벅스에 가서 내가 할 일을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 조용한 시간을 혼자 보내면서 일주일을 정리하기도 하고, 다음 주를 준비하는 시간이 되기도 했다.
요즘은 혼자 혹은 아내와 함께 공원 산책을 일부러라도 많이 하려고 하고 있다. 어제도 유빈이를 데리러 학교에 갔다가 좀 일찍 도착해서 학교 주위 동네를 크게 한바퀴 걸어서 돌으니 꽤 운동이 되었다.
오늘도 일부러 산책을 위해서 레슨 선생님 집 근처를 찾아 보니 그 집에서 가까운 곳에 조그만 공원이 있었다. 집에서 나올때 일부러 운동화와 편한 복장으로 하고, 유빈이를 내려 놓은 후에 공원을 몇바퀴 돌았다.
날씨 좋은 가을날인지라 공원을 걷는 기분이 평소보다 더 상쾌하다. 이렇게 2016년의 가을이 지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