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버 (Denver) 정착기

Take Your Child to Work

남궁Namgung 2015. 4. 24. 08:35


애들이 다니는 학교에 "Take Your Child to Work Day"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작년에 처음 알았는데, 이미 내가 일하는 학교에 몇번 와 봤음에도 학교를 하루 빠지고 싶어서 그런지 내 출근하는 길에 따라가고 싶다고 해서 지난 해에 학교에 데리고 갔다 온 적이 있다. 수업 시간에도 둘을 데리고 들어갔었는데, 이렇다 저렇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꽤나 신기해 하는 표정들이었다. 


그런 지가 벌써 일년이 되었나 보다. 얼마 전부터 유빈이가 자꾸 학교에 따라 가고 싶다고 졸라 대기에 전에도 다녀왔고, 며칠 전에도 다른 일때문에 학교에 온 적이 있어서 그냥 학교에 가라고 했더니 벌써 제 엄마를 몰래 설득해 사인을 받아 양식을 학교에 제출했다고 말한다. 


혜빈이에게도 물어 봤더니 신나라 하면서 따라 가고 싶다고 하기에 오늘 학교에 데려 갔다. 오늘 수업이 있는 과목은 페이퍼 제출 마감날이어서 애들에게 수업을 하지 않는다고 이미 학기 초부터 말한 상태여서 학교에 갈 필요가 없는 날이었지만, 날씨도 좋기에 가까운 다운타운도 둘러 볼 겸해서 아침 늦게 나갔다 (2015. 4. 23.). 


가기 전 지나는 길에 다운타운 들어 가는 길에 흐르는 물가에 들렀다. 이전부터 지나는 길에 몇번 보기만 하고 실제로 내려가 보지는 않았던 곳이다. 서울 청계천과 비슷하게 냇가 옆으로 산책길을 만들어 놓아서 지나다니며 보기에는 아주 분위기 있어 보인 곳이었다. 


실제로 내려가 보니 엊그제 비가 와서 그런지 물도 제법 많고 흐르는 유속도 생각보다 빨랐다. 오전이어서 그런지 사람이 많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조깅하는 사람, 자전거 타는 사람 등 한가롭게 봄날을 즐기는 사람들이 있었다. 




개울 가로 내려가기 위해 길가에 주차하다가 근처에 유니언 스테이션 (Union Station)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얼마 전에 깔끔히 재단장을 했다는 것을 뉴스로만 봤는데 온 김에 들러 보고 가야 겠다 싶어 배고프다고 졸라대는 애들을 이끌고 가 봤다. 주차한 곳에서 걸어서 5분도 되지 않는 곳이었고, 점심 시간이 가까워서 그런지 길가에 테이블을 놓은 식당들에 사람들이 꽤 많이 있었다. 


여느 역과 비슷했지만, 안에 호텔을 들여 놓았다는 점과 사람이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는 다소 다르게 느껴졌다. 이렇게 오랜만에 다운타운을 걸어 본 후, 학교는 잠시 둘러 보기만 하고 집으로 돌아 왔다. 


원래 애들을 학교로 데려가서 아버지나 어머니의 직장 생활을 보며 부모가 힘들게 돈벌어 뒷바라지 한다는 것을 느끼게 하고, 여러가지 직업의 종류가 있다는 것을 직접 체험하게 하는 것이 그 취지인 것 같은데, 애들에게는 학교를 하루 빠지고 밖에서 외식하는 것이 가장 좋았으리라. (하긴 나와 아내도 도심 외곽에서 지내기만 하다가 가끔 이렇게 나와 보면 정말 외국에 산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이색적인 기분을 느낄 수 있어서 가끔 즐기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