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빈이 사는 법

Yubin's Orchestra Concert

남궁Namgung 2014. 12. 17. 02:50


어제는 유빈이 학교에서 콘서트가 있었다. (2014. 12. 15.)


지금 유빈이, 혜빈이가 속한 교육청에서는 중학교 때부터 학생들이 악기를 배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세인트루이스에서처럼 초등학교 3-4학년경부터 시작하는 것이 더 좋지 않나 하는 생각이 있기는 하지만, 이때라도 애들이 악기를 배울 수 있게 하는 점은 아주 좋은 것이라 생각된다. 


태권도를 시작할 때면 사범님들이 하는 얘기가 있었다. 태권도는 남과 싸워 이기거나 자기를 호신하기 위한 것이 주 목적이 아니라는 것이다. 즉, 근육을 키우고 발차기를 빨리해서 상대방을 제압하기 위해 태권도를 배우는 것이 아니라 인내심과 정신력을 키움으로써 개인적인 성장을 하는 것이 주된 이유라는 취지로 설명하곤 했다. 잘은 몰라도, 요즘의 태권도 사범님들도 비슷하게 가르치지 않을까 싶다.  


악기를 배우는 것도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악기는 단지 어떤 음악을 혼자 잘 연주하기 위해서, 혼자 좋은 소리를 내게 하기 위해서 배우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대부분은 다른 연주자 혹은 다른 악기와 어울려서 최고의 하모니를 낼 수 있게 하는 것이 악기를 배우고, 음악을 배우는 중요한 이유인 것 같다. 아무리 개인적인 기량이 뛰어나서 악기를 훌륭하게 다루고 좋은 소리를 낼 수 있다고 하더라도, 다른 연주자를 배려하지 못하거나 혼자 제멋대로 소리를 내는 연주자가 있다면 그의 기술과 재능을 쓸모없는 것이나 다름없지 않을까. 


아마도 이곳 공립학교에서 악기를 가르치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일 듯 싶다. 악기를 연주하면서 다른 연주자, 다른 악기가 내는 소리에 귀 기울이고, 지휘자의 설명에 주목하며, 모두가 따라야 할 규칙 (악보)을 준수하는 법을 알게 모르게 배울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그런 측면에서 다른 과목보다 유빈이네 학교의 오케스트라에 가중치를 주고 싶다. 물론, 악기를 잘 배워두면 두고두고 제 삶을 더 풍요롭게 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혼자서 잘 하는 것보다는 혼자는 다소 부족하더라도 다른 연주자와 잘 어울려서 좋은 소리를 내는 연주자로 성장했으면 좋겠다. 



 

유빈이가 속한 6학년들은 악기를 처음 접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연주가 기본적인 것들이었다. 그래도 불과 몇달전 현을 뜯는 정도였던 실력에 비하면 크게 성장한 것임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