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버 (Denver) 정착기

Home sweet home, Home sweat home

남궁Namgung 2014. 11. 13. 10:57


날이 갑자기 추워졌다. 북쪽에서 온 찬바람 영향으로 미국의 동북부 그리고 내가 있는 중부에까지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밤에는 (섭씨로) 영하 10도를 더 내려가고, 한 낮에도 계속 영하권에 있으니 겨울을 알리는 추위치고는 다소 약발 쎈 놈이 온 듯하다. 


밖에서 활동할 일은 거의 없기 때문에 추위를 직접 체감하는 시간이래봐야 출근길, 퇴근길이 전부이지만 그 출퇴근 길이 다소 불편해지기는 했다. 


예전 우리나라에서도 추위기 오기 전에 김장도 하고, 연탄도 창고에 쌓아 놓고, 집 안팎에서 얼수 있는 수도관 같은 것을 보온재를 써 감아 놓는 등 월동준비를 하는 경우가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곳에서 살다 보니, 어릴적 봤던 그런 준비를 해야 하는데, 가장 큰 것은 앞뒷뜰 마당 밑에 심겨져 있는 스프링클러 관을 비우는 일이다. 이런 일이 있을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지도 않다가 단독주택으로 이사오면서 배우게 된 것 중의 하나였다. 봄, 여름, 가을까지 스프링클러로 잔비 물을 주곤 했는데, 이 스프링클러는 집 안의 수도관을 밖으로 꺼내어 마당 밑에 관을 심어서 작동시키는 것이었다. 


그러니, 겨울에 이 관의 물을 비어 놓지 않으면 추운 날씨에는 관속의 물이 얼어 관을 파열시키는 결과를 가져 올 수 있다고 했다. 계속 미루다가 지난 일요일에 이런 일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을 불러 물을 빼게 했는데 (여기 말로 blow-out), 이날 하지 않았으면 큰 일 날 뻔했다. 


아내 말대로, 닥쳐서 하지말고 미리미리 알아서 챙겨 놓는 것이 좋을터이지만 평생을 이렇게 살았던 것을.... ㅠㅠ




어제 (2014. 11. 12)는 집에 도착해서 아내와 얘기를 하는데, 설거지를 하던 아내가 주방의 찬물이 갑자기 나오지 않는다고 한다. 아침에도 사용했다는데, 온수는 이상 없이 나오지만, 냉수쪽은 전혀 물이 나오지 않고 있다. 


이상하다 싶어 1층 화장실, 2층 화장실 모두 확인했는데, 다른 곳은 이상이 없다. 주방 수도가 위치한 캐비넷 문을 열어 관을 봐도 특별한 이상은 보이지 않는다. "물이 얼어서 그런가?" 싶어 아내에게 좀 기다려 보자고 했는데, 다행 1-2시간 후에 물이 조금씩 나오고 있다. "얼었던 물이 녹고 있나 보다" 라고 의심적기는 했지만 안심하고 있었다. 


그런데, 저녁 먹을 즈음에 어느 곳에서도 물을 사용하는 곳이 있는데, 지하쪽에서 상수도관의 물이 계속 사용되는 소리가 들렸다. 처음에는 "히터 소리겠지" 했는데, 히터가 멈춰도 지하에서 뭔가 계속 소리가 들려 혹시나 하고 내려가 봤다. 


헉... 마루 바로 밑쪽으로 있는 공간 저 안쪽 (주방 바로 아래쪽)에서 수도관에서 물이 터져 나오는 것이 보이고 있다. "이거 큰일이 터졌다" 싶어 아내를 불러 확인시키고 집안으로 물을 공급하는 스위치를 잠갔다. 




약 1미터 정도도 되지 않는 높이의 좁은 공간을 가서 확인해 보니, 주방 위쪽으로 물을 올리는 관이 깨져있다. 이 안쪽까지는 한번도 들어 와 보지 않았는데, 데크 쪽에서 물을 사용하도록 빼어 놓은 관의 물이 밖에서 부터 얼어서 깨진 것이 아닌가 싶었다. 또, 환풍구에서도 찬바람이 쌩쌩 들어 오고 있어, 물이 쉽게 얼 수 있었던 것으로 보였다. 


일단, 집안 전체로 돌리는 관을 잠가서 물이 더 나오지는 않았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다. 이런 일에 꽤 능숙한 분을 알고 있어 전화했지만 연락이 되지 않고, 인터넷에 배관공일을 하는 사람들 (plumbers)의 연락처가 꽤 있기는 하지만 이 저녁 시간에 올수 있을까 싶기도 하고, 설령 온다고 하더라도 꽤나 많은 비용을 부를 것 같다는 걱정도 있었다. 


그러다가 다시 한번 상태를 점검해 보고 결정해야겠다 싶어 다시 지하로 내려가 배관을 자세히 살펴 보았다. 온수나 다른 파이프에는 이상이 없는 듯 싶었고, 집 밖으로 나가는 관의 일부가 파열된 것이 확실해 보였다. 


그렇게 진단을 하고 나니, 이것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닐까 싶어 유튜브에서 자료를 검색해 봤다. 아니나 다를까, 그런 상태를 고칠 수 있는 방법을 올려 놓은 사람들이 있다. PVC로 된 물 파이프를 어떻게 절단하고 어떻게 이을 수 있는지 알려 주고 있는데, 언듯 보니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까지 이렀다. 다시 내려가서 배관을 상태를 살펴 보았고, 일단 한 겨울이라 집 뒷쪽 데크에서 물을 사용할 일은 거의 없기 때문에 일단 그쪽으로 나가는 파이프는 막는 수준에서 상황을 정리하는 것이 최상이라는 결론까지 내렸다. 



공간이 좁아 파이프를 자르는 일이 그리 쉽지는 않았지만 손을 봐야 할 관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파열부분을 톱으로 잘라냈다. 그리고 집에서 가까운 철물점 (Lowe's)에 가서 본드와 파이프 끝을 막는 캡을 구입했다. 운 좋게도 PVC 용품을 진열해 놓은 곳에서 물건을 정리해 놓는 직원이 있어 물건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사용설명서를 읽어 보니 본드를 바른 후 약 1시간 정도를 기다려야 한다고 해서, 캡에 적당량의 본드를 바르고 파이프의 끝에 씌웠다. 딱 맞게 씌워지는 것이 예감이 무척 좋았다. 



지하로 낸 환풍구에서는 여전히 찬바람이 들어 오고 있어, 그 구멍도 막는 수준에서 작업을 마쳤다. 

잘은 몰라도 배관을 전문으로 하시는 분들은 분명 사람의 혈액과 비슷한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말하지 않을까 싶다. 어느 한 곳이라도 이상이 생기면 당장 물을 사용할 수 없는 큰 불편을 겪게 되니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싶다. 더구나 집의 벽 안쪽에 숨겨져서 평소에는 그 중요성이나 소중함을 전혀 느끼지 못하다가 이렇게 문제가 생기고서야 평소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함을 후회하곤 한다. 


이곳에서 자라지 않았고, 집 관리를 전문으로 하시는 분이 주위에 없어 계절별로 혹은 주기적으로 집의 어느 부분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아직도 잘 모른다. 그래서 이렇게 문제가 터질때서야 집안의 구석구석에 대해서 살펴 보게 되고 배우게 된다. 그나마 내 안에 약간의 배관공 기술이 숨겨져 있었는지, 아직까지의 문제들은 대개 나의 "창의력(?)"과 유튜브 동영상으로 해결되는 경우가 많았다. 


Home, Sweet Home이라고들 많이 표현하지만 그 Sweet의 과정에는 항상 Sweat이 포함되어 있음을 깨닫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