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현 사는 법

나의 글쓰기

남궁Namgung 2014. 10. 23. 10:45

정말이지 글을 쓰면 쓸수록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까지 경험해 본 일들 중 대부분이 그러했던 것 같다. 그저 큰 관심없이, 애정없이, 성의없이 대충 대충 할때는 별로 힘든줄 모르고 어떤 때는 쉽게만 느껴지는데, 막상 정신 차리고 제대로 해 보려고 하면 어렵거나 때로 두렵게 느껴지는 일들이 많았다. 


글쓰기도 그런 "일" 중의 하나가 아닌가 싶다.


인터넷에 사진 몇장 올리고, 그에 대한 생각이나 느낌 등을 끄적 거릴때는 글을 쓴다는 것이 별로 어려운 것 같지 않았다. 나의 생각과 동시에 손이 자판 위에서 노는 것 같았고, 어떤 때는 머리 속에서 생각하는 것 보다 손이 먼저 움직이는 것이 아닌가 싶은 적도 있었다. 


그런데, 제대로 글을 쓰려고 마음 먹고, 글쓰기에 대한 전문적인 책을 찾아 읽으면서 이전에 내가 쓴 글을 다시 읽어 보면 나의 실력이 얼마나 미천한 것인지 깨닫게 되는 경우가 많다. 우리 글로 쓰는 것도 그렇고, 영어로 글을 쓰는 것도 마찬가지였다. (물론 영어로 쓰는 것은 문법을 더 신경써서 써야하니 큰 장애물이 하나 더 있는 것과 다름 없다.)


다만 한가지 알게 되는 것은, 나에게 솔직한 글, 내가 알고 있는 것을 쓰는 글은 그렇지 않은 글보다 비교적 낫다는 점이다. 뭔가 억지로 짜내서 쓰려고 했던 것은 분명 그 티가 나게 되고, 내가 내 스스로에게 솔직한 글은 그나마 봐줄만 (혹은 읽어줄만) 했던 것 같다. 그래서 요즘에는 내 일상을 남기는 글도 가급적 느낌이 남아 있을 때 쓰려고 하고 있다. 뭔가 쓰려고 했다가도 기회를 놓쳐 쓰지 못했던 것들은 아예 시작하지 않으려고 하고 있다. 그러고 보니, 예전 교과서에 나왔던, 고전 중의 고전, "메모광"의 주인공은 그런 기억들을 어떻게든 글로 남기려고 했던 분이 아니었을까...




지난 여름 방학 중에 갑자기 논문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주 갑자기였다. 이곳에서 학위로 받은 (영어) 논문을 요약해서 저널에 송부를 해 놓은 상태였다. 아이디어가 하나 떠 올랐는데, 한국분들도 (아는 분들은 이미 많이 알고 있지만) 알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며칠 동안 이곳 미국의 논문이나 다른 자료를 모으고, 한국의 자료들도 국회 도서관이나 학회 사이트 등을 뒤져서 읽어 보고 정리를 시작했다. 


머리 속에 어느 정도 윤곽 (내가 좋아하는 표현으로는 "와꾸." 나도 일본말인 것은 알지만 이렇게 입에 짝 달라 붙는 일본말도 내겐 없다.)이 짜여졌을 때 글을 쓰기 시작했다. 이곳에서 공부하기 위해서 영어로는 리포트나 논문 등을 많이 썼었는데, 생각해 보니 우리 글로 논문을 써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시작했을 때는 낯선 느낌도 있었다. 


며칠동안 쓰고 고치고, 아내에게 어색한 곳이나 오탈자가 없는지 부탁해서 다시 고치고, 또 다시 수정하고, 다시 아내에게 부탁하는 과정을 세번 거쳤다. 학회에 논문을 보냈더니 다행 긍정적인 답변을 해 주셔서 검토해 주신 분들의 의견을 반영해서 다시 수정해 보낸 것이 지난 9월 중순이었던 것 같다. 




오늘 학교 사무실에 있는데 갑자기 행정을 도와주시는 직원분이 우편 박스를 들고 오시면서 내 이름이 맞냐고 물어 보신다. 박스를 보니, 우리 글로 "우체국"이라고 쓰여 있고, 내 이름 (영어 스펠이 내가 사용하는 것과 달라 그 직원이 헷갈렸다)이 쓰여있다. 뜯어 보니, 친절하시게도 출판된 저널을 이곳까지 보내주셨다! 


"상아탑"에서 일하기 시작한 것은 이제 1년이 지난 햇 병아리인지라 졸작이라도 활자화 되어 실린 것을 보니 신기하다. 이번에는 운 좋게 채택되어 출간되기는 했지만, 이 과정을 통해 다시 한번 글쓰기라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본 기회가 되기도 했다.   



누구나 하는 얘기지만 그것이 사실인지도 모른다. 바로 글쓰기도 운동이나 예체능 처럼 계속 노력해야 느는 것이지, 타고 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는 것 말이다. 


출판된 글을 다시 읽어 보니 몇 군데는 좀 어색하게 느껴지는 곳들이 또 보인다. 그렇게 읽고 고쳤는데도 다시 보니 이렇다. 그래서 줄넘기처럼, 마라톤처럼, 팔굽혀펴기처럼 계속 연습하고 땀흘려야 하는가 보다. 내가 글을 잘 쓰고 싶으면 말이다. (**지금 이 단락도 오늘 다시 고쳤다. 오늘 쓴 글 내일 다시 읽어 봐야 하고, 내일 고친 글 모레 다시 확인해야 하는 것이 글쓰기 과정인 것 같다. 2014. 10.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