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mping Day 1_Rocky Mountain National Park
"콜로라도" 하면 바깥 활동 (outdoor activities)의 도시라고 불려도 부족하지 않은 곳 같다. 주 서쪽으로 길게 자리하고 있는 록키 산맥이 있어 계절에 따라 등산, 자전거 타기, 스키잉, 캠핑 등 다양한 활동이 가능하고, 주위에 괜찮은 골프장 또한 많다고 한다. 가을에 일찍 눈이 오는 경우에는, 낮에 골프를 즐기고 저녁에는 스키를 탈 수 있기도 하다니 그런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정말 축복받은 도시가 아닐 수 없겠다.
나와 우리 가족은 아직 골프, 스키 같은 "고급(?)" 운동을 즐길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고, 다만 괜찮은 캠핑장 또한 많다고 들어서 언제 캠핑을 가야 할지 계속 시기를 조율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파트로 이사 온 후 불편한 몇몇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잡다한 짐 들을 둘 곳이 마땅지 않다는 것이었다. 나에게는 캠핑 장비도 그런 "잡다한 짐" 중의 하나일 수 있다. 예전 살던 집은 하우스 형태이기에 우리 가족이 쓰는 물건들을 둘 곳이 많았고, 무엇보다 집에서 짐을 꺼내 (집에 딸린) 주차장에 세워진 차에 짐을 싣기가 (지금 생각해 보니) 무척 쉬었다.
이곳은, 일단 보관 장소도 장소이거니와, 집 문에서 주차장까지 꽤 떨어져 있기 때문에 짐을 일일이 나르는 것이 꽤 불편할 수도 있다. 그래서 아내가 애들을 데리고 캠핑 한번 다녀오자는 조언 (혹은 권유, 혹은 압박!)을 계속 했지만, 나 홀로 시큰둥 하게 있었다.
그러다가, 지난 주 논문 초안을 일단락해서 교수님들에게 이메일로 보내 놓아서 어느 정도 마음의 여유도 생겼고, 계속되는 애들의 성화에도 더 이상 지연할 핑계가 마땅치 않게 되어 간단한 캠핑 장비부터 구입하기 시작했다. (이전에 쓰던 것은 이삿짐 정리 중 피눈물을 흘리며 뒤에 두고 와야 했으니... ㅠㅠ)
장비라고 해 봐야 텐트와 야외용 의자, 그리고 에어 베드가 전부. 이곳 저곳 발품 (혹은 차품)을 팔아 몇몇 곳의 가격과 모양, 품질 등을 비교한 후에 구입했고, 드디어 록키산 국립공원 (Rocky Mountain National Park) 안에 있는 캠핑장 중의 한 곳으로 출발했다. (2013. 7. 11.)
다행 날씨도 너무 좋았고, 도착한 캠핑장도 아주 멋드러지게 자리잡고 있었다. 요즘이 성수기인데도 평일이라 그런지 아주 복잡하지도 않았다.
애들이 제일 무서워했던 것은, (어디서 들었는지) 혹시나 "출몰"할지도 모르는 곰이었다. 혜빈이는 자기 직전까지도 곰이 나오는지 여부를 계속 확인하다가 잠에 들었고, 유빈이는 남은 음식은 냄새가 나지 않도록 처리해야 한다며 이런 저런 요란을 피운 후에 잠에 들었다.
캠핑장 근처만 다녀도 예쁘게 핀 꽃이며 늠름해 보이는 나무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이곳에 이렇게 예쁘고 늠름한 것들이 많아서 그런 것이라기 보다는, 예전에 보이지 않던 이런 것들에게 나의 눈길이 많이 가서가 아닐까 싶다.
그러다가 눈에 띄는 하나. 그냥 바위처럼 보였는데, 가만 보니 사람 얼굴처럼 생겼다. "큰 바위 얼굴"이 아닌, "작은 바위 얼굴" 이라고 할까...
캠핑장을 한바퀴 휙... 돌고 텐트 안에서 옷을 갈아 입고 있는데, 애들이 빨리 나와 보라며 소리치고 있다. 그래서 뭔가 싶어 후닥닥 나가봤더니, 와...
정말 대단한 장관이고, 특별한 선물 같은 모습이 펼쳐져 있다.
야생으로 뛰어 노는 Elk 들이 무리 지어 캠핑장으로 들어 온 것이다. 이런 일이 간혹 있는 것인지는 몰라도, 흔치 않을 광경에 캠핑장 사람들 모두 카메라를 들고 기록으로 남겨 놓느라 바쁘다.
애들은 왜 캠핑이 좋은지 모르지만, 출발할 때 부터 신난다고 하더니, 와서도 그렇게 바쁠 수가 없다.
캠핑의 가장 큰 재미 중의 하나라면 바로 밖에서 해 먹는 음식일터인데... 이곳에 오고나서 처음이기도 하고 해서 짐을 줄이는 차원으로 음식 준비는 많이 하지 않았다. 밖에서 고기 구워 먹는 것이 캠핑의 하이라이트 일지도 모르는데, 그 메뉴를 뺐다. 그 대신 야외용 버너와 냄비만 챙겨서 왔는데, 한국인은 저 "장비"만으로도 웬만한 음식을 다 만들어 낼 수 있지 않던가!
아내는 집에서 김치찌개 재료를 준비해서 끓이기 시작했고...
밥도 하기 시작했는데...
그 맛이 실로 감격스러웠다. 약간 배가 고픈 것도 있었고, 바깥 바람을 쐬며 피크닉 테이블에 앉아서 먹는다는 그 분위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최근 몇년 사이에 먹은 음식 중에 제일 맛있게 먹은 것 중의 하나라고 자신있게 말할 정도로 맛난 밥과 찌개였다.
저녁에는 캠핑장에 붙어 있는 작은 소극장 (amphitheater)에서 공원 레인져 (ranger) 아저씨가 미국 국립공원에 대해 간략한 설명을 하는 프로그램도 있었다. 대부분 저 아저씨(?)가 직접 다니면서 찍은 사진들로 슬라이드를 만들어서 보여 주는데... 와... 세상에 저런 좋은 직장이 어디 있을까...
물론 캠프 파이어는 캠핑의 필수 코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