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rthday with Korean BBQ
내가 나이를 먹었다고 느끼거나, 혹은 거창하게 내가 철이 들었다고 생각할 때가 있는데, 바로 엊그제 같은 나의 생일 때가 그러하다. (6.18)
어머니의 말씀에 따르면 어릴 적 나는 어머니에게 무척 다정다감 했었다고 한다. 학교에 다녀오거나 친구들과 있었던 일들을 상세히 얘기해 드리곤했다는 것인데, 어느 순간인가부터 그런 내가 어머니 앞에서 무척 말수가 적어졌다고 하신다.
나는 한번도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 어머니께서 그렇게 느끼신다고 하니, 그것이 사실일 수도 있고, 혹은 점점 나이가 들어가시는 어머니가 이전보다 자식에 대한 기대를 더 하셔서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어머니로부터 나에 대한 그러한 평가를 듣고는, 가끔가다 의식적으로 이런 저런 얘기를 더하는 경우도 있는데, 나의 그런 노력을 어머니가 알아채셨는지는 모르겠다.
내가 (당연한 것임에도) 의식적으로 혹은 의도적으로 더 말씀을 드리는 때가 바로 나의 생일이다. 아주 어렸을 적 같으면 애들을 집이나 중국집으로 초대해서 같이 놀 수 있도록 해 주실 것을 바랬을 것이고, 좀 더 컸을 때는 친구들과 실컷 취하는 날이었을 것인다. 하지만 이제, 애들도 꽤 커가고 중년이라는 말이 크게 어색하지 않은 지금에는 나이에 숫자 하나하나 늘어 나는 것이 달갑지만은 않고, 책임감에 대해서, 인생에 대해서 조금씩 더 진지하게 생각해 지는 날이 되고 있다.
그리고, 언젠가부터 어머니에게는 "낳아 주시고, 키워 주셔서 감사합니다." 라는 말을 서스럼없이 하는 날이 되기도 했다. 이 당연한 감사의 인사를 머리 속으로는 항상 알고 있었을진데, 내 목소리로 어머니께 감사하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어쩌다 내가 살고 있는 모습을 되돌아 보며, "아, 나는 축복받은 인생이다, 정말 행복한 인생이다..." 라고 가끔 생각이 들때면, 이런 인생을 갖게 해주시고, 지금의 이 자리에까지 오게 해 주신 어머니를 생각하게 된다.
가끔을 애들을 데리고 외식하는 경우가 있는데, 주로 값이 싸고, 그래서 건강에도 별로 좋지 않을, 패스트푸드 점을 전전하곤 한다. 그러다가 나나 아내, 애들의 생일이 되면, "제대로 된" 외식을 하기도 하는데, 엊그제 내 생일이 바로 그러했다.
애들은 내 생일이 정말 좋아서 그런지, 아니면 누군가의 생일이라 뭔가 특별한 것이 있을 것이라고 기대해서 그런지, 며칠 전부터 "아빠 생일이 이틀 남았다, 내일이다" 등등으로 노래를 부르곤 했다.
가끔은 그런 기대에 부응을 해 줘야 하는 것이 부모된 의무가 아닐까 싶어 한인마트 근처에 있는 한국식당에 들렀다. 밖에서 간판만 보고, "다음에 한번 와보지" 하는 생각을 했는데, 바로 엊그제가 그 날이 된 것이다.
내부 디자인도 그렇고, 서비스나 메뉴 등 모든 것이 그럴 듯해 보였는데, 음식 또한 맛났다. (무엇보다 우리가 여기 저기 돌아다니다가 배가 무척 고팠다.) 고기와 찌개, 술로 이루어진 세트 메뉴를 골랐는데, 가격과 서비스 대비 아주 만족스러운 선택이었다. 애들도 제대로 된 한국 식당을 오랜만에 (혹은 처음) 와서 그런지 맛보는 반찬, 고기마다 맛있다며 "탄성"이다.
나도 곁들어 나온 소주 한병을 고기 반찬과 마셨는데, 생각해 보니 소주를 마셔본 것이 언제인지 기억도 잘 나지 않는다. 아내와도 얘기했지만, 안의 분위기나 음식 등 여러가지가 정말 한국에 있는 음식점에 온 듯한 인상을 주는 곳이다.
음식을 먹고 집으로 오는 길에 하늘을 보니 또 무지개가 하늘 저 편에 떠 있다. 이곳은 원래 무지개가 잦은 곳인가???
집에서 그냥 쉬려고 했더니, 애들은 꼭 케익을 사서 촛불을 붙여 조그만 파티를 해야 한다고 성화다. 집에서 가까운 마트에 같이 걸어가, 애들이 좋아하는 케익을 샀는데, 아니나 다를까... 달아도 정말 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