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현 사는 법

책 속에서 찾은 길?

남궁Namgung 2013. 5. 12. 12:15



대학시절 영어 교수님은 상당히 유명하신 분이셨다. 다른 몇몇 교수님과 더불어 수업 시작과 함께 학생들이 쓸어지기 시작하는데, 그 속도가 가히 놀라울 정도였다. 교실 곳곳에서 한두명씩 고개를 숙이기 시작하다 보면 어느새 50명이 들어가는 교실의 절반 정도가 "사경"을 헤매기도 했었던 것 같다. ㅋㅋ 


그래도, 내가 그 교수님을 아직까지 기억하는 이유는 교재를 선택하시는 그 "특별한 안목" 때문이다. 


나는 교수님이 정해주시는 교재를 학교에서 모두 구입해서 학생들에게 나눠 주는, 아주 "좋은" 대학을 다녔던 관계다. 그래서 그 교수님이 선택하는 영어 수업의 교재도 무료로 받아 볼 수 있었는데, 모두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당시 교재는 정말 유익했었어야만 하는 것들이었다. 특히 기억나는 것은, Michael Swan의 "Practical English Usage"라는 책과 "75 Readings: An anthology"라는 책이다. 


전자는 책 제목과 같이 영어 문법 등에 대한 사용설명서를 적은 것인데, 이 책이 얼마나 유명한 것인지는 한참 후에나 알게 되었다. 특히, 이 책은 어떤 선배인지 방학 주는 날 화장실 휴지통에 버려 놓은 것이 맨 위에 놓여 있기에 주워 왔던 것이었다. 


후자는 내가 많이 보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당시에 꽤 신선한 편집으로 귀하게 생각했던 책이었다. 수업 시간 교수님이 이 책을 사용해서 가르치시기도 했었던 것 같은데, 당시 내 실력으로는 도저히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없었던 것 같다. 시험용으로만 영어 공부를 하다가, 갑자기 대학생이 되었다고 원서를 사용해서 공부를 하는데, 이건 한 페이지에 모르는 단어서 수개에서 수십개에 이르기도 했으니... 


이 두 책을 잘 떠들어 보지는 않더라도 꽤 이곳 저곳을 끌고 다녔었는데, 어제 책을 박스에 넣다가 책꽂이 뒤쪽에서 발견했다. 그때 서류 봉투인지 혹은 다른 종이 봉투인지를 잘라서 책을 보호하려고 싼 후에, 프린터로 책 제목을 뽑아 붙이기까지 해 놓은 것이 그대로 보관되어 있다. 






책을 훑어 보니, 역시나 많이 읽은 표는 나지 않고 몇몇 페이지에만 볼펜 혹은 색연필 표시가 지저분하게 표시되어 있다. 헌데, 재미있는 것이 당시 책갈피로 쓰던 "전화카드"가 책 사이에 꽂혀져 있다. 지금은 한국통신 박물과에나 있지 않을까 싶은 전화카드!


2000원, 3000원, 5000원 등등 하던 전화카드를 사서, 학교에 몇대 없는 공중전화 앞에서 줄을 서며 지금의 아내에게 얼마나 전화를 해 대었던가. 


지금이야 "알았어, 이따 집에 가서 얘기해..." 하며 퉁명스러울 때가 많지만 그때는 그 목소리 조금이라도 더 들으려고 뒤에 줄선 동기들 눈치를 받아 가며 그렇게도 귀 따뜻해 지도록 전화를 하곤 했었는데... 




아마도 책을 읽는 방법, 글을 쓰는 방법들을 가르치기 위해서 쓰여진 책으로 생각되는데, 명저자들이 쓴 좋은 책들 중에서 일부분을 발췌해서 만든 것이다. 막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내가 대학때 받은 저 책은 제 2판 (second edition)이었는데, 지금은 제 12판 (12th edition)까지 나와 있는 듯 싶다. 아, 세월아!!!




그래도 책 속에서 길이나 진리를 찾지 못했더라도 옛날 "전화카드"를 찾으며 추억을 떠올릴수 있으니, 책은 정말 유익한 보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