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벤트
그렇게도 나를 귀찮게 하는 비염은 떠날 줄을 모른다. 특히 아침이면 잦은 재채기가 성가시게 하고, 약간만의 먼지라도 코가 자극하면 그 증상이 심하다. 그래도 아주 악화되지는 않고, 그렇고 그런 상태가 지속되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분은 한국에서 앓던 비염을 이곳에서 낫고 귀국하시기도 하던데, 나는 그 반대이니 어떻게 되는 것인지 모를 일이다.
비염으로 인해 좋은 점 (혹은 나쁜 점)이 있다면 맥주 생각이 거의 없어졌다는 점이다. 약간만의 알콜을 소비해도, 그 다음날 비염이 아주 심해져서 마실 엄두가 쉽게 나지 않는데다가, 후각이 많이 떨어져서 뭔가 자극적인 것 (튀김 냄새나 빗소리 등)에 노출되더라도 신기하게 맥주 생각이 나지 않는다. 정말이지, 이런 나의 신체 변화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야 할지, 정반대인지 혼란스러울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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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엊저녁에, 아주 오랜만에 와인병을 따서 구석에 있던 오징어를 구워 마셔봤다.
취하는 기분을 경험한지가 보름이 넘었나, 한달이 다 되어가나... 가물 가물할 정도여서 그 알콜기가 그리웠고(?), 낮에 교수님을 만나 내 논문에 대해 상의한 후, 그래도 상당한 진척이 있었다고 (혼자만) 생각하게 되면서 스스로에게 어떤 이벤트를 해 줘야 하지 않나 싶었기 때문이다. (오늘 아침에 깼을 땐 좀 힘들더니, 그래도 생각보다 후유증(?)이 크지 않다. 휴...)
아직, 갈 길이 멀지만, 그래도 내가 택한 방향이 크게 틀리지 않아 속력을 내면 내가 계획한 대로 갈 수 있겠다 싶은 낙관을 하게 되었다. 그렇게 신경을 쓴다고 하더라도 실수 투성이인 글을 읽고 수정해 주느라 나의 지도교수님은 얼마나 고생이 많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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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도 가 보니, 60여 페이지나 되는 글들을 일일이 읽고, 고치고, 코멘트를 달아 주셨다. 다른 세 교수님도 이런 식으로 해 주셨었는데, 역시 학문의 길이란 멀고 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