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현 사는 법

선택 2013

남궁Namgung 2013. 4. 1. 08:46


You are what you choose. 


나는 바로 내가 선택하는 것들로 이루어져 있다. 지금의 나는 내가 지금까지 살아 오면서 내린 모든 선택들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대전이나 공주로 고등학교를 가지 않고, 고향에 있는 고등학교로 가기로 한 것도 나의 선택이었고, 대학을 선택한 것도 나의 선택이었다. 학교를 졸업하고 유학 시험을 준비한 것도, 지원지로 영국을 지원한 것도 모두 나의 선택이었고, 그 후에 다시 미국으로 나온 것도 나의 선택이었다. 


지금 내가 서 있는 이 자리, 이 모습은 그런 선택들이 하나씩 하나씩 모인 결과이겠다.


어려서 했던 선택들은 대부분 부모님의 영향력이 많이 포함되어 있었거나, 나의 단기적이고 편협한 사고가 바탕을 이루었고, 선택의 결과가 나에게만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던 것 같다. 그에 반해, 결혼을 하고 애들이 커가면서 하게 되는 나의 선택들, 최근에 내가 하는 결정들은 나 뿐만 아니라 나의 가족 모두가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고 있다. 그래서 간혹 이런 생각을 하기도 한다. "내가 너무 이기적인 것은 아닌가?" 내가 결정하고 선택하는 과정에 아내와 아이들에 대한 고려가 많이 포함되기 시작했지만, 어쩌다 생각해 보면 아직도 여전히 나의 결정 대부분은 나를 위한 것들이 많다.   



*





얼마 전, 내가 꽤 오랫동안 속해 있던 직장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아직 공식적으로 처리되지는 않았지만 시간의 문제일 뿐이지 가부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지금까지 여러가지 선택을 해 왔지만, 안정적이라고 할 수 있는 직장을 그만 두는 것은, 아마도 최근에 내린 나의 선택 중에서 가장 "묵직한" 것이 아닌가 싶다. 대학생들도 공무원이 되려고 몇년을 고시원 같은 곳에서 노력한다는 근래의 사회적 현상에 비해 보면 나의 선택이 섣부르게 보일지도 모르겠다. 


사실, 이곳으로 공부하러 오면서 직장을 그만 두는 것은 언젠가 내려할 선택 중의 하나였었다. 그만큼 준비된 선택이었다고도 할 수 있겠다.  


공부를 해서, 학위를 취득하고, 그런 학위 과정에 혹은 학위 취득 후에 이곳 미국에서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 있다면 이곳에서도 한번 일(공부)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된 것은 아주 오래 되었다. 내가 그럴 능력이 되는가 라는 큰 이슈는 남아 있었지만, 혹시라도 나의 노력으로 그런 자격이 주어진다면 꼭 이곳에서 공부하고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었었다. 


그렇게 한 해, 한 해가 지난 것이 벌써 4년이 넘었다. 학교에서 박사 과정을 하는 것도 처음에는 그렇게 힘들고 벅차더니 조금씩 적응이 되었고, 수업시간에 보고 듣거나 책을 읽으면서 접하게 되는 어휘가 익숙해 지기 시작한 것이 거의 5년이 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작년 말부터 내 전공 분야 대학들에서 교직원 (조교수)을 채용하는 광고를 계속 예의주시하고 있었고, 조금씩 준비를 시작했다. 아직도 학문적으로 설익은 상태라는 점에 대해서는 길게 말할 필요도 없을 정도이고, 그렇다고 내가 훌륭히 영어를 구사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그래도 내가 갖고 있는 스펙으로도 지원할 수 있는 곳들이 있기에 여러 곳에 내 이력서를 보내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올해 초부터 몇몇 곳으로부터 긍정적인 연락을 받기 시작했고, 가족과 학교 교수님들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오퍼 (offer)를 받기까지 했다. 그래서, 최종적으로 덴버 (Denver)라는 도시에 있는 한 학교로 가기로 결정했다. 


내가 가르칠 자격이 있을 때를 기다리자면 아마도 영영 대학에서 가르칠 일이 없을지도 모를 일이고, 나를 선택하는 학교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가려고 한다. 내가 완전히 준비가 되어 있기에 간다기 보다는, 충분히 도전 받을 수 있는 새로운 환경에서 좀 더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가려 한다.  


그래서 아쉽고 서운하고, 그 이외에도 여러 복잡한 감정이 생기는 곳, 내가 10년 정도 일했던 나의 직장에도 사표를 낸 것이다. 지금까지 나의 인생에 있어서 나의 직장이 가졌던 의미가 무엇인지는 오랜 시간 동안 곰곰히 생각해 봐야 할 일이지만, 여러가지로 나에게 큰 혜택을 준 곳임에는 틀림없다.




내가 이곳에서 내리는 여러가지 굵직한 결정들, 그런 결정들이 옳고 그른지를 단기간 내에 판단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고, 어쩌면 적절하지 않을 것일 수도 있겠다. 


내가 살면서 선택하는 것은 그 자체로 삶의 과정이겠고, 그 선택에 따른 기쁨과 슬픔, 두려움과 고통도 모두 삶의 부분으로 생각해야 하리라. 또 그런 과정에서 경험하는 모든 새로운 것들을 즐거이 감수하면서 다시 다른 선택을 하는 기반으로 삶아야 할 것이다. 


이곳에 오고서 어쩌다가 사직서를 제출하는 생각을 할 때가 있었는데, 그럴 때는 "야... 이제 자유인이다!!!" 라고 껄껄껄 웃으며 외칠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정작 사표를 던진 지금 나의 심정은 그것보다 훨씬 더 복잡하다. 다만, 한편으로 내가 이런 선택을 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는 것, 그리고 그런 선택을 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내 스스로 무척 대견하게 생각된다. 


이제 생활 거주지를 옮기면서 또 다시 많은 선택을 하게 된다. 차를 몰고 이 지역을 떠나 덴버로 향할 때는 환하게 웃으며 환호를 한번 지르고 출발해보고 싶다. 


으라차차~~~~~







*<이미지 출처: http://www.mbaknol.com/managerial-economics/economic-tools-for-management-decision-mak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