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인트루이스(St.Louis) 정착기

한국에서 온 진귀품

남궁Namgung 2013. 2. 28. 11:12



2. 27. 길고 지루했던 기다림(?)이 끝났다. 일부러 그렇게 맞추려고 한 것은 아니었지만, 혜빈이 생일날 오후에 아내는 시카고를 거쳐 다시 세인트루이스로 안착했다. 아내도 나와 떨어져서는 한번도 혼자 여행, 그것도 외국 여행을 해 본 적이 없는데 철저한 "사전교육"을 통해 무사하게 한국을 다녀왔다. 건강검진을 하면서 간단한 시술도 받았다고 했고, 더구나 시카고에서 비행기를 갈아타는 시간이 길어져서 더 피곤했다고 한다. 하지만, 모든 엄마가 그렇듯 애들을 보면서 기쁜 마음을 감추지 못한다. 


아내가 가져온 가방 속에는 이런 저런 "진귀품"이 가득했는데, 특히 혜빈이는 엄마를 기다린 것인지 가방을 기다린 것인지 분간할 수 없을 정도다. 제 엄마와 함께 집에 도착하자 가방을 얼른 풀으라고 자꾸 재촉이다. 제 생일이라 한국에 있는 사촌 언니들이 뭔가 선물을 줬을 것이라는 기대를 계속 갖고 있었는데, 가방을 연 순간 그 기대는 충분히 만족될 정도다. 


유빈이 것도 제 사촌누나들이 보내준 선물이 많아 몇시간 동안 그 선물을 만지작 만지작 하면서 "best day ever"를 연신 환호한다. 


거기다 혜빈이와 같은 반에 있는 친구가 여자애들용 레고를 사 왔는데, 내가 봐도 최고의 하루가 아닐까 싶게 행복한 표정이다. 




나는 한약을 그리 선호하는 편은 아닌데, 어머니가 또 아내를 통해 한약을 한봉지씩 보내셨다. 당신은 드시지 못하면서 우리에게는 보내신다는 말씀을 예전에는 그냥 흘려 듣곤 했는데, 나이 들수록 그 어머니 맘을 이해하게 된다. 꾸준히 복용해야 하리...



이곳에서 한 2년간을 아주 가깝게 지낸 K 선생님이 계신다. 국내 한 병원의 의사선생님이신데, 나도 K 선생님과 가깝고 친하게 지냈지만 아내도 그 사모님과 무척 절친이었다. 이번에 아내가 한국에 갔을 때도 K 선생님의 배려로 이런 저런 진료와 치료를 받을 수 있었는데, 짐을 보니 사모님이 보내셨다는 마른 오징어가 또 한 꾸러미 들어 있다. 이것이야 말로 진귀한 것인데, 괜히 죄송스럽고 그렇다. 이제 수 많은 비어와 함께 내 뱃속에서 소화될 것들... 



그 사모님이 아내가 좋아한다고 간장 게장을 담가서 보내주시기도 했다. 이 정도면 "제대로" 한국 다녀온 것인데, 이런 "빚"들을 언제 어떻게 갚아야 할지 모르겠다. 



또 다른 병에는 아내 친정에서 가져 온 기름과 매실액.






짐을 다 풀고, 애들을 데리고 가까운 곳에 있는 한국 음식점으로 가서 혜빈이 생일상을 봤다. 내가 무심해서 미역국도 끓이지 못했더니, 유빈이는 "왜 미역국 안 먹냐"고 아침에 묻기도 하던데 저녁에는 저희들이 먹고 싶은 것을 시켜 주었다. 혜빈이는 돈까스, 유빈이와 나는 짬뽕, 아내는 염소탕. 이유는 모르겠지만, 이 식당에 올때면 가끔 "우동 한그릇"이라는 일본 얘기 (소설인지 논픽션인지 잊었다!)가 생각나곤 한다. 이렇게 애들과 애틋하게 밥먹는 이런 시절이 분명 그리울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