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Namgung 2013. 2. 12. 12:10


시골에서 문방구를 하시던 부모님께서도 일이년에 한번 정도는 다른 친구분들과 관광지를 구경 (사투리로 "귀경")하시는 일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어쩌다가 새벽 일찍 동네에 큰 관광버스가 들어오는 일이 있곤 했는데, 대개는 계를 하시는 분들이 날을 잡아, 바닷가나 국립공원 등으로 단체 관광을 하시는 날이었다. 


지금같이 자가용이 많지 않았던 때였고,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많은 분들이 멀리 간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기에 이런 저런 명목의 계를 하시는 분들이 그 계돈을 모아 정말 큰 맘 잡수시고 나들이를 하시는 것으로 기억된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시골에서 농사나, 장사 혹은 다른 일로 먹고 살기 바쁘고 힘드신 부모님과 그 어르신들에게 그런 "재미"라도 있을 수 있었던 것이 얼마나 다행이었을까... 


아무튼, 앨범을 보면 내가 아주 어렸을 때는 부모님을 따라 그런 여행을 다니면서 찍었던 사진도 있다. 그러다가 어느 정도 크고 내가 학교를 빠질 수 없을 때가 되어서는 더 이상 부모님을 따라 그 "관광버스"를 타고 여행을 하지는 않았다. 대개는 부부 동반 여행이기에 부모님이 함께 가시는 것이었지만, 어쩌다가 아주머니들만의 여행일 경우에는 아버지와 나만 집에 단둘이 있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누나와 형은 대전으로 유학해서 국민학교 4-5학년때부터는 나만 집에 있었다.)


물론 제일 큰 이슈는, 아버지와 내가 남은 집에서 밥을 해 먹는 일이었다. 


짧게 관광을 가실 때 뿐 아니라, 대전에 있는 누나와 형이 있는 하숙집에 들르실 때, 혹은 다른 일로 집을 비우시는 일이 있는 경우에는 항상 어머니가 곰국이나 다른 찌개 등을 많이 끓여 놓고 가셨던 것 같다. 우리 클 때까지만 해도 남자가 부엌에서 손에 물 묻히는 것을 거의 금기시 했고, 실제 주변에서 남자가 음식을 하거나 설겆이를 하는 경우는 주변에 있는 중국 음식점의 아저씨들에서만 보았을 뿐이었다. 


나의 아버지도 부엌에 있는 모습을 보는 일이 거의 없었다. 어쩌다 라면을 끓이실 때나 직접 조리하는 것을 봤지, 평소에 아버지가 제대로 된 밥과 음식을 만들기 위해서 가스렌지를 만지작 거리시고, 수세미에 주방 세제를 묻히시는 모습을 볼 일이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가끔 어머니의 부재가 불가필 할 경우에는 사정이 달랐다. 아버지가 쌀을 씻으시고, 밥솥에 쌀을 앉혀 나와 당신이 일용할 밥을 하시고, 밥을 다 먹은 후에는 설겆이까지 하시기도 했다. 어릴 적, 항상 가게 일에 바쁘신 모습만 보아왔지, 주방일을 하시는 것을 본 적이 없고, 당시 시대 문화도 그런 모습이 어색한 때였기에, 나도 아버지께 말씀드리지는 않았지만 상당히 신기하게 생각했던 기억이 아직도 남아 있다. 




아내가 일이 있어 잠시 한국에 들어 갔다. 오늘 (2. 11.) 새벽에 출발해서 한국에는 2. 12. 오후에 도착한다. 지난 2011년 말에 내가 일이 있어 잠시 한국에 들어갔다 온 적은 있지만, 나만 애들과 집에 남아 있는 것은 결혼 이후에도 처음인 듯 싶다. 


유부남들은 아내가 친정 간다고 하면 서운하게 인사해서 보내고, 뒤돌아서 미소 짓는다고 하는데, 그건 동서양이 다르지 않나 보다. 좀 전에 유빈이 보이스카웃 모임이 있어서 갔더니 유빈이 친구 아빠가 밖에서 있기에 잠시 이 얘기 저 얘기 했는데, 아내가 잠시 한국에 갔다고 하니, 다시 총각이 된 것이냐며 내 얼굴에 미소가 가득하다고 한다. ^^ 


사실 아내가 가 있는 동안 어떻게 해야 할지 아직 잘 모르겠다. 오늘은 데이 원 (Day one). 하긴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았다. 아직까지는 별 탈 없이 애들과 사이좋게(?) 잘 지내고 있다고 하면 너무 이른 판단이겠다. 아내는 자기가 부재 중 우리가 먹을 음식을 찌개, 국, 반찬 등등으로 갖가지를 만들어 냉동실에 가득 채워놨다. 내가 해 먹을 수 있으니 놔두라고 큰 소리를 쳤지만, 내가 이런 저런 준비때문에 시간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 듯 하다. 


아... 다시 찾은 "총각 기간"! 즐길만한 여건이 되지 못해 아쉽지만ㅎㅎ, 아내가 부모님 잘 뵙고 오고, 애들에게 내 말이 잘 먹힐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아직은 제 엄마가 없다는 것이 가정의 안정에 얼마나 큰 의미인지를 모르는 애들. 학교를 다녀오는 유빈, 그리고 다녀와서 저희들끼리 뒷뜰에서...>





<내가 좋아하는 음식들을 위주로 많이도 채워서 얼려져 있다. 아... 정말 내가 맛있게 음식 해 먹을 수 있었는데...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