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빈이 사는 법

Pinewood Derby Racing

남궁Namgung 2013. 1. 18. 12:45


이곳에서 아빠 노릇을 하면서 별의 별 것을 다 해본다. 


유빈이가 보이스카웃, 혹은 CubScout,을 시작한지가 꽤 되었는데, 얼마 전에는 자동차 경주를 한다면서 모임때 애들에게 자동차를 만들수 있는 키트 (kit)을 하나씩 나눠주었다. 


안에 내용물을 보니 필통만한 나무토막 하나와 바퀴 네개, 그리고 바퀴를 나무에 고정시킬 수 있는 못 네개가 전부다. 이름도 거창하게 Pinewood Derby Car 라고 하는데... 당연히 나는 처음 접하는 것이다. 약 한달의 기회를 주었고, 그 간에 이 나무를 깎을 수 있는 워크숍도 있다는 메일도 오곤 했었다. 이런 저런 사정과 게으름으로 그런 모임에는 참여하지 못했고, 차를 만들어서 제출해야 하는 날 바로 전날에 차를 만들기 시작했다. 


어떻게 해야 하나 전혀 갈피를 잡지 못했는데, 다행 구글을 검색해 보니 자기들이 만드는 과정을 유튜브에 올려 놓은 사람도 있고, 사진 자료도 꽤 많이 있다. 이 자동차 만드는 것과 자동차 "대회"가 시시하게 생각했더니 애들 사이에서는 그래도 꽤 알려진 것이라는 것을 이때서야 알게 되었다. 


특별한 장비가 없는 터라, 유빈이가 학교에 간 사이 톱으로 쓱쓱 썰고, 바퀴를 단 후에 유빈이가 돌아 왔을 때 색칠 디자인을 정하게 하고, 색칠과 장식까지 맡겼다. 애들 하는 일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웬걸... 대회 전날에는 정해진 자동차 무게와 길이, 높이도 재고, 통과되지 못하는 자동차는 다시 고쳐서 제출하도록 하고 있었다. 유빈이 것은 약간 가볍다고 하기에 현장에 있던, 드릴을 가져온 할아버지의 도움을 받아 바닥에 납 덩어리 하나를 박아 제출했다. 


"대회" 당일. 


역시 만만하게 생각했던 것은 나의 착오였다. 곡선으로 된 레일에 네 대의 자동차를 올려 놓을 수 있는데, 출발점과 도착점에 센서를 장착해 놓아서 연결된 컴퓨터를 통해 그 결과가 자동적으로 계산되고, 그 결과를 앞 스크린에 띄우고 있었다. 그저 "어른 한둘이 육안으로 결정하겠지..." 라고 생각했던 이 순진한 생각이란... 




유빈이 자동차의 성적은 그리 좋지 않았다. 같이 출발한 네 대 중에서 4등으로 들어 왔고, 등수를 떠나 이전에 했던 다른 자동차들의 성적과 비교해도 들어 오는 시간이 꽤 늦은 편이었다. 그래도 실망하지 않고, 무슨 이유에선지 친구들은 유빈이 차례에 "유빈, 유빈, 유빈"을 외치는 "기현상(!)"까지 생겼다. 


모두 끝나고 트로피도 하나씩 줬는데, 그래도 유빈이는 스포츠맨십 (Sportsmanship) 분야에서 2등이라며 약간 큰 트로피를 수여받았다. 레이싱 성적이 좋아 트로피를 받은 애들 것보다는 작지만, 그래도 참석자 모두에게 준 다른 애들의 트로피 보다는 커서 무척 행복해 하더군... 하지만, 무슨 기준으로 스포츠맨십 분야 수상자가 되었는지는 나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