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마지막 날
밤새 깊고 긴 잠을 잤더니 아침에는 개운한 느낌으로 일어났다. 만성처럼 괴롭히는 비염은 아직도 (특히) 아침마다 성가시게 하지만, 그래도 그 증상마저 이전보다 나은 듯한 기분이 들 정도였다. 내가 이렇게 "깊고 긴 잠"을 잘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오후 내내 해야 했던 "중노동" 때문이다.
가을이 되면 낙엽이 떨어져 뒹구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그것이 내가 살고 있는 집 앞뜰과 뒷뜰에 지저분하게 떨어져 쌓여 있으면 치워야 한다는 점도 더 이상 놀라울 것이 없다. 더구나 양 옆집에 부지런한 할머니, 아주머니를 두어서 우리 집과 양 옆집의 관리 상태가 확연히 들어난다면, 그런 차이에 적지 않은 스트레스를 받을 수도 있다는 것은 한참 전부터 깨닫고 있는 점이다.
아무튼, 그간 이런 저런 일로 대부분 일요일마다 해 오던 가드닝 (gardening)을 하지 않았더니 낙엽도 수북히 쌓여있고, 바람이 불때마다 홀로 사는 옆 할머니 집으로 날라가서 계속 미안해 했었다. 그러다가, 어제는 "이번 낙엽 긁는 것이 올 가을 마지막 일 것이다!!!"라고 스스로 위안하면서 긁기를 시작했다. 앞뜰은 그래도 이전에 "관리"를 계속 해 와서 좀 덜한데, 집 옆 쪽과 뒤뜰 경사에 있는 낙엽은 그 양이 정말 놀랄 정도다. 원래 계획은 잔디깎이 기계로 쉽게 긁으려는 것이었는데, 그렇게는 도저히 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워낙 낙엽들이 많은 곳은 평소대로 낙엽 긁는 도구를 이용하고, 어느 정도 양이 적은 곳만 잔디깎이로 긁어 모았다.
작업량이 많아서 그런지, 원래 1시간 정도면 끝날 것 같았던 일이, 두시간을 넘게 땀 흘리고 나서야 마칠 수 있었다.
그래도, 다 긁은 후 에 나무들을 쳐다 보니 달려 있는 것들이 별로 없다. 내 바람대로 이번 낙엽긁기가 올 가을 마지막임에 분명하다.
좀 지저분해 보이지만, 그래도 저 정도면 이전에 비해 아주 깨끗한 상태!
낙엽이나 깎은 잔디를 담아 내 놓는 봉투 (lawn bag)가 10개나 나왔다. 거기다 평소 담는 플라스틱 통까지 하면 총 11개. 오늘 밥 값은 톡톡히 한 셈.
입었던 옷에 저렇게 땀이 흐른 것은 허약한 나의 체력탓도 있지만, 내가 했던 노동의 강도가 만만치 않았다는 점을 보여주기도 한다.
노동 후에 오는 정신적인 만족감 때문인가... 집에 켜 있는 불빛이 더 따뜻해 보인다...
올 겨울에는 얼마나 눈이 올지 모르겠다. 12월 3일인 오늘 기온이 섭씨 23도 (화씨 75도 정도)를 보이는 것 봐서는, 올해도 작년처럼 훈훈한 날씨를 보이는 것은 아닌지... 그래도 눈은 놔두면 저절로 녹아 없어지니, 나 같이 게으른 사람은 (성질만 급하지 않으면) 눈 치우는 일에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는 좋은 점이 있다. 더구나 눈이 많이 오면 애들이나 나의 학교도 문을 닫으니 그런 것도 좋은 점이고...
아무튼, 개운하다... 내 개인적으로는 어제로서 2012년 가을이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