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토요일
작년 12월에 시작했던 것 같은데, 집 바로 옆 교회 (Parkway Baptist Church)에서 열리던 농구 경기가 오늘로 막을 내렸다. 매주 화요일에는 한시간 연습, 매주 토요일에는 한시간 경기가 있었는데, 나름대로 즐기면서 다녀서 보기 좋았다. 나의 열성 유전자를 받은 탓인지, 운동에는 아직 소질이 없어 보이지만 (소질 뿐 아니라 사실 흥미도 좀 없어 보이긴 한다), 그래도 일주일에 두번이라도 가서 땀을 흘리고 오면 분위기가 많이 전환되는 느낌인가 보다.
작년에도 이 똑같은 프로그램에 넣어서 시켰었는데, 옆에서 지켜 볼 수 없을 정도로 그 실력이 참으로 미미했다. 어떨 때는 데리고 오면서 화도 내고, 어떨 때는 같이 연습을 좀 해보려고도 했었는데, 쉽지 않은 일... 올해가 되었다고 해서, 그 실력이 갑자기 일취월장 할 리는 없지만, 나의 기대수준이 많이 낮아진 것이 변했다면 변한 것이다.
뭐, 운동 이기면 좋고, 내 아들이 잘 하면 좋지만, 운동의 목적은 꼭 그것이 아닐 것이고, 제 딴에는 열심히 잘 했다고 생각할 것인데, 거기에다 대고 "왜 좀 더 뛰어다니지 않느냐... 왜 좀 더 공을 잡으려고 더 노력하지 않느냐..." 라고 묻는 것은 어리석다는 생각이 어느 순간 들었다.
오늘도 코트를 열심히 뛰어다니기는 하지만, 실제 공을 잡은 것은 몇번 되지 않고, 바스켓을 향해 공을 던져 보지도 못했지만 (어쩜 이렇게 나와 똑같을까...), 그래도 경기가 끝나면 기분이 좋은가 보다.
코치는 모두 교회를 다니는 분들이 자원봉사로 한다. 프로그램이 시작되기 전 자원봉사할 사람은 얘기를 하라고 이메일이 오지만, "형편상(!)" 아직은 그러지 못한다. 오늘 경기는 아주 안타깝게 지기는 했지만, 방에 모여 서로 잘한 점을 칭찬해 주면서 조그만 별을 하나씩 나누어 주는 것이 매 경기 후에 하는 일이다. 코치 두양반도 몇달간 고생하셨다.
나오면서 기분이 좋은가 보다. 바람이 좀 불고, 기온도 약간 찬 편이었지만, 기분좋게 집으로 걸어 왔다. 갑자기 섭웨이 (Subway)가 먹고 싶다고 하는데, 평소 잘 해주지도 못하니, 이런 때라도 원하는 것을 들어줘야 아빠로서 점수 좀 따지 않을까... 오늘은 특별히 키즈밀 (Kids meal)을 시켜 줬더니, 둘이 그저 좋다고 신났다.
사진을 정리하려고 보니, 어느새 아침에 또 "실험"을 했었나 보다. 나중에 감독도 되고 싶다고 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저렇게 혼자 카메라로 찍고 노는 것을 좋아하니...
이렇게 주말이 깊어 간다... 3월이니, 이제 봄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