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다 갔는가?
예전에 한국에서 영어 공부할 때도 그런 적이 많았는데, 영어, 특히 말하기는 그 기량(?)이 들쭉 날쭉하게 느껴질 때가 많다. 어떤 날은 정말 입이 잘 풀리는 것 같아, "어, 내 실력이 이렇게 좋았나?" 싶기도 하다가, 어떤 때는 계속 말이 꼬이고, 하고 싶은 말이 생각나지 않아서 좌절스러울 때도 있었다.
수업을 하다 보니, 이런 비슷한 경험을 다시 (자주) 하게 된다. 어떤 날은 미리 준비를 실컷 했음에도 말이 잘 풀리지 않아서 당황하게 되고, 당황하니 더 말이 풀리고, 그런 악순환으로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다. 그러다가 또 어떤 날은 다른 때에 비해서 별로 많이 준비하지 않았는데도, 그럭저럭 말이 잘 풀리는 것 처럼 생각되기도 한다. 물론, 애들이 듣기에는 항상 버벅이고, 독특한 액센트를 가진 외국인의 특이한 영어라고 생각되겠지만, 적어도 내 스스로는 그렇게 업 앤 다운이 있다.
오늘은... up인 날이었다. 다른 페이퍼 쓰는 것 때문에 많이 준비하지 못하고, 어제와 오늘 아침 부리나케 준비했는데... 그럼에도 내 스스로 느끼기에는 오늘 아주 괜찮았다(!). 내가 하려고 했던 말을 다 했던 것 같고, 준비한 것은 물론, 그렇지 않은 것들도 전달하지 않았나 싶다. 특히, 마지막 슬라이드에 끼어 넣은 코믹한 드라마 클립은 내가 생각해도 기발 했다. ㅎㅎ
어쨌든, 그렇게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 오는데... 아... 날이 너무 좋다. 겨울을 마무리 하려는 때이기는 하지만, 오늘 낮 기온이 섭씨로 20도 가까이 되는 날이니, 초봄 날씨로도 따뜻한 축에 드는 날이 아닌가... 정말 학교만 왔다 갔다 하기에는 정말 아깝다는... 학생 같지 않은 생각을 하다가 돌아 왔다.
집에 와서 늦은 점심을 먹고, 조금 기다리니 애들이 학교에서 돌아 온다.
그냥 어디 놀러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는 했지만, 저녁이 되기도 했고, 해야 할 것도 있기에 애들을 뒤로 하고 가까운 도서관에 다시 왔다. 무엇을 다시 설치하려고 하는지, 공사를 준비하는 것 같아 예전보다 약간 어수선 한 점이 있기도 하지만, 그래도 아주 분위기 좋은 곳이다.
겨울은 다 갔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