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이 무섭다.
며칠 전부터 가끔씩 오른쪽 뒷머리에 두통이 생기는 경우가 가끔 있다. 날카롭거나 아주 큰 두통은 아니지만, 성가시기에 딱 좋게 10여초 정도 간격으로 찡...하며 찌르다가, 다시 멈추기를 계속 반복했다. 그냥 참을 만하기에 그냥 뒀다가, 나중에는 정말 성가셔서 두통약 하나를 먹었다.
그런데, 어제도 그랬다. 아침부터 그렇게 콕콕 찌르기를 계속하더니 잠자리에 들때까지 그렇게 귀찮게 했다. 신경쓰여 잠을 못잘까 싶어서 두통약을 다시 한알 먹고 잠에 들었다.
생각해 보니, 이 두통의 원인이...
바로 오늘부터 시작되는 나의 강의 때문이었다. 일전에도 "특강" 비스무리하게 친구의 강의에 초청강사(?)로 강의를 잠깐 한 적이 있고, 학과에서의 발표나 학회에서의 발표를 몇번 했었기 때문에 큰 부담이 없어야 하는 것이 당연할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학부생, 그것도 1, 2학년생의 과목이고, 경찰학이니, 그리 부담이 없어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물론, 모두가 다 "영어" 때문이다. 모두 원어민 앞에서, 나의 이 "정직한 영어"로 애들을 가르쳐야 한다니!!!
수일전부터 강의계획서를 만들고, 3번째 챕터 정도까지 강의자료를 만들어 놓기는 했었는데, 아무래도 애들 앞에서 서서 블라블라 해야 한다는 것이 보통 부담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래서 없던 두통까지 생으로 생길 정도였던 것이다.
오늘. 첫날이니 정규 수업을 하지는 않고, 그저 학업계획서 (syllabus)를 같이 훑어 보기로 혼자 계획을 했고, 교실로 들어갔다.
나도 어떤 애들이 학생들일까 궁금했지만, 애들도 어떤 강사가 들어 올 것인가 궁금했을 터인데... 한둘 어른처럼 보이는 사람이 있고, 거의 대부분은 어린 학생들이다. 간단히 내 소개를 하고, 다시 간단히 나의 강의 계획을 읽어 내려가는데... 다행이다. 애들 눈치를 보니, 다행 내 말을 알아 듣고 있는 듯 싶다. 나의 어메리칸 스탈 유모가 통하기도 하는 듯 싶다. 인심이 좋은 몇몇이 미소를 짓는 경우도 있다. 휴...
아무튼, 오늘은 내가 준비한대로 잘 흘러간 듯 싶다. 약 20분이 안되게 했으니, 수업을 했다고도 할 수 없지만 그래도 수업시간이 얼마나 오래였는지를 떠나, 첫 시간에 크게 당황치 않았다는 것만으로도 내게 큰 점수를 주고 싶다. 뽀뽀도 한번하는 것이 쉽지 않지, 한번 하고 나면 잘(?) 하게 되는 법! 오늘 한번 버텨냈으니, 나머지도 잘(?) 하게 되지 않을까...
일주일에 두번, 화요일과 목요일이다. 나의 과 동기들이 수업을 준비하는 것보다 몇배 이상의 시간을 준비해야 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 수도 있겠다. 나에게는 새로운 도전이고, 생으로 두통을 만들게도 하는 도전이지만, 분명 내게 큰 보약이 되는 경험일 것이라 생각한다.
<애들이 다 빠져나간 강의실. 분명 다이나믹한 한 학기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