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향기"
어제는 저녁 7시경에 취침해서 오늘 새벽에는 다섯시가 약간 못되서 깨었다. 그간 새벽 세시, 네시 경에 깼다가 오후 서너시 경에 다시 잠드는 생활을 반복했음을 생각한다면, 서서히 시차에 적응하고 있다는 좋은 징후다.
애들과 아내가 모두 잠든, 정말 "평화롭고 고요한(?)" 이 새벽 시간. 나의 취침습관을 생각할때, 아마 이런 새벽시간에 다시 일어나서, 이런 사랑스런 정적을 다시 누릴 일은, 또 다시 한국을 다녀 오지 않고서는 경험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어쨌든, 아직 침실 외에는 찬 공기가 꽉 찬 이 새벽에 일어나 전기렌지에 조그만 냄비를 올려 물을 데우고, 한국에서 가져온 홍삼액을 타서 먹으며 따뜻하게 몸을 데우는 것이 제일 먼저 하는 일이다. 그리고는, 인터넷을 뒤지면서 이곳과 한국의 뉴스를 좀 뒤지다가, 다시 책상 옆에 쌓인 책들을 뒤지기 시작했다. 한국을 다녀 온 후로 몸의 리듬이 많이 깨져서, 한동안 책을 읽거나 글을 쓰는 일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다행, 오늘 아침은 왠지 이전의 컨디션으로 조금씩 돌아오고 있음이 느껴진다. 글도 빨리 써야 하고, 다음 달 중순부터 학생들을 가르치게 되어서, 그 수업 준비를 하는 등 할일이 만만치 않은데, 머리가 멍한 것이 계속되어서 혼자 걱정도 했었는데, 아주 다행스런 일이다.
오늘 꺼낸 책은 1957년에 출간되어, 50년이 넘은 책이다. 도서관에서 대출해서 읽고 있는 책인데, 활자부터가 요즘처럼 디지털 방식으로 인쇄된 것이 아니라 (정확한 방식 이름은 모르겠다), 활자 하나 하나를 찍어 만든 것이 확연한 것이다. 하지만, 다른 무엇보다도, 몇십년이 된 책은, 그 특유의 향이 있다. 도서관에서 다른 책들 사이에 오래 묵으면서 배인 향일터인데, 그리 좋은 냄새는 아니지만, 그래도 아주 정감이 가고, 내가 무언가 창조적이고 학문적인 일을 하고 있다는 "착각(!)"을 만들게 하는 향이다.
이런 책들의 책장을 하나씩 하나씩 넘기다 보면, 이미 그 저자는 이 세상을 떴겠지만, 그들이 남긴 학문적 자취를 후대가 계속 찾아 본다는 점에서 부럽기도 하고, 존경스럽기도 하다.
(Selznick, Philip. 1957. Leadership in Administration: A Sociological Interpretation. New York: Harper & Row.)
아마, 이 곳의 시차에 완전히 적응하는 며칠 후에는, 이런 아침 일찍의 조용한 시간을 경험하는 일들이 많지 않겠지만, 그리워질 시간들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