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현 사는 법

Visit Korea 2011 (산소)

남궁Namgung 2011. 12. 13. 04:13

 

외국서 공부한다는 "핑계"로 사람도리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너무 많아졌다. 가족 생일에도 그저 전화 한 통화로 "간단히 해결"하게 되었고, 아버지 제사 때도 어머니와 형제들에게 전화 한 통화로 끝이다. 명절 때도 전화 한통화, 다른 무슨 일이 있어도 그저 전화 한 통화다. 한국에 있을 때, 부모 형제 곁에 있을 때에 당연히 해야 할 도리를 다 했다는 것은 아니지만, 여기서는 다른 가족 형제들에게 지는 마음의 짐이 자꾸 커진다.

 

한국에 들어가서 해야할 여러가지 일들 리스트 중에서 가장 우선 순위에 있었던 것 하나는 바로 아버지와 장인 어른의 산소를 찾아 뵙고, 절 드리는 것이었다. 특히, 장인어른의 산소는 대전에 살 때도 잘 찾아 뵙지 않아 가 본지가 아주 오래되었었다. 장모님은 뭐하러 거기까지 가냐고 하지만, 지척에 모셔져 있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어찌 계신지 뵙지 못하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

 

부여군 장암면에 있는 선산은 예전의 모습과 거의 유사했다.

 

하지만 다른 무엇보다 놀란 것은 아버지께서 돌아가시기 전에 심어 놓으셨던 밤나무들의 키였다. 내가 직접 심지는 않았지만, 아버지가 심으신 후 1년에 한 두번씩, 아버지께서 돌아가신 후로도 어머니를 따라 1년에 한두번씩 가서 비료를 주고, 나뭇가지를 쳤던 기억이 있는데, 그 나무들이 벌써 크게 성장했다. 내가 없는 동안에도 형과 사촌들이 가서 부지런히 관리를 했다고 들었는데, 저렇게 많이 컸을 줄은 몰랐다. 어머니는 비료를 제대로 주지 않아 열매는 그리 좋지 않다고 하시지만, 한 사람이 심어 놓은 나무가 저렇게 "대견하게" 커 있는 모습을 보니, 분명 아버지께서 저 모습을 보신다면 아주 흐뭇해하시지 않을까 생각도 들었다.

 

장례식장에서 가장 크게 우는 것이 제일 불효자라고 하더니, 아버지 산소 앞에서 눈물이 울컥해서 혼났다. 무엇 때문이었을까...

 

 

 


 

장인어른의 산소는 부여에서 멀지 않은 판교에 있다. 예전과 달리 길이 아주 잘 닦여 있어서 이전보다 가는 시간이 훨씬 더 준 듯한 느낌이었다. 날은 약간 쌀쌀하고, 하늘도 꽤 흐렸지만, 오랫만에 찾아 뵈어 자식의 도리를 한다는 생각에 괜히 가슴 뿌듯하기도 했다. 생전에 내가 처가에 가면 앉혀 놓으시고 이런 저런  많은 말씀을 해 주시더니, 지금은 얼마나 심심하실지 모르겠다.

 

장모님께서도 산소를 찾은 것은 좀 되었다고 하시던데, 오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이 더 들었다. 평생을 같이 했던 배우자가 잠든 묘를 찾는 그 심정은 어떤 것일까...

 

장인어른 산소에서 내려다 보는 들판의 모습은 한국 여느 곳의 경치와 다르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