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현 사는 법

R U ready for Washington???

남궁Namgung 2011. 11. 10. 10:17

 

다음 주, 11월 16일부터 19일까지 미국 내에서 가장 규모가 큰 범죄학회인 American Society of Criminology가 워싱톤 DC에서 개최된다. 작년 학회 때는 샌프란시스코에서 했었고, 내년에는 시카고에서 개최된다. 지금 쓰고 있는 페이퍼를 미리 쓰는 기분으로 이번 학회 발표를 할 계획으로 연초부터 조금씩 준비를 했었다. 발표하는 사람에는 제한이 없지만, 그해 3월경 (정확한 날짜를 벌써 잊었다)까지 무슨 내용으로 발표할지 요약문(abstract)을 범죄학회 웹사이트에 등록을 해야 한다. 학회 담당자들이 내용을 미리 읽어 보고, 내용별로 세션을 나눠 발표할 날짜와 시간 등을 정해 주는데...

 

 

 

<한참 전에 등록한 요약문. 이번 발표 내용과는 상당부분 바뀐 부분이 있지만, 학회에서 이 정도는 자주 있는 일이다.>

 

 

이번에는 마지막 날인 11월 19일, 토요일 아침 8시 30분에 하게 되었다. 지난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첫날 첫 세션에 해서 나머지 남는 시간을 잘 "활용"했었는데, 이번에도 나의 일정을 알차게 보내게 하려는 것인지, 마지막 날에 배정을 해 준 것이다. 나는 마지막 날에 참석해 본 적도 없지만, 그간 주위에서 듣거나 경험한 바로는 마지막 날에는 참석자들이 이미 자기들 일터(?)로 되돌아 간 경우도 많고, 더구나 아침 첫 세션은 그것이 수,목,금요일이더라도 한산한 시간이다. 달리 말하면 내게는 부담이 훨씬 덜 하는 시간에 발표가 닿았다는 말이기도 하다.

 

어쨌든, 우리 학과에서는 그간 학회에 참석해서 발표하는 학생들에게 일정 경비를 지원해 주었었는데, 그 경비를 지원받으려면 참석 전에 학과에서 하는 프리젠테이션 연습 (practice talk)에 참석해야 하는 조건이 있다. 연습 시간에는 시간이 되는 몇명의 교수님들과 다른 박사과정생 거의 전부가 참석하고, 프리젠테이션 시연 후에 조언과 "건설적 비판"이 곁들어 지는 경우도 가끔 있다.

 

이번에는 참석해서 발표하는 학생들이 많아, 3일에 걸쳐 했었는데 마지막 날이 오늘 내가 발표하게 되었다. 그간, 적어도 파워포인트 활용 능력으로 "평판"을 쌓아 온 나는, 내용적으로 빈틈이 없게 하는 것은 물론, 어떤 "신기술"로 애들을 감동시킬 것인가 하는 임무가 추가 되기도 했다. ^^

 

오늘 발표하는 여섯명 중에서 내가 첫번째로 했는데, 이상하게 이전보다 (하긴 지난 샌프란시스코 때 후에 두번째니 별 비교할 것도 없지만) 더 긴장이 되는 것은 왜 그랬나 모르겠다. 아마, 나를 지금 지도하고 있는 교수님이 참석해서 그랬는지도 모르겠고, 다른 애들이 내게 갖고 있는 기대치를 생각해서 그럴 수도 있겠다. 작년에는 다른 교수님과 같이 연구를 했고, 같은 세션에 참석해서 나의 지원군이 있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올해는 혈혈단신으로 "싸워야(?)"한다고 생각해서 그럴 수도 있고...

 

어쨌든, 올해도 작년 못지 않게 미리 연습을 했지만, 미리 준비한 자료를 읽는 부분이 많았다는 것이 아쉽다면 아쉬운 점...

 

그래도, 애들을 감동(!)시키는데는 성공했고, 어느 노교수님은 나의 "화려한" 슬라이드가 맘에 들지 않다는 것을 아주 빙빙 돌려서 말씀하셨지만, 다른 교수님은 좋아하기도 했으니, 이는 모두 개인적인 취향의 차이라는 것을 항상 생각하고 있었던 점이고...

 

<프리젠테이션 슬라이드 중 일부. 파워포인트 슬라이드를 이용해서 발표하는 것이 보는 사람들의 이해력을 과연 증진시키느냐에 대해서는

논란이 계속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특히 보수적인 분들은 "화려한" 슬라이드가 이해에 방해된다고 주장하시기도 한다.

하지만, 내 개인적으로는 찬성하지 않는다. 물론, 내 견해를 뒷받침할 논거를 갖고 있지는 않지만,

각종 시각적인 장치들에 많이 노출되어 있는 젊은이들의 주위를 끄는데는

이전의 "심플한" 프리젠테이션보다 좀 더 화려한 슬라이드가 더 유용할 수 있다.>

 

 

 

 

<오늘 발표때 준비해서 사용했던 원고. 읽으면서 연습할수록 고치고 고치는 일이 계속된다.>

 

 

이렇게 "공식적인 준비"가 마침으로써, 다음 주에 워싱톤으로 떠나면 된다. 비행기로 가면 빨리 갈 수 있어서 좋겠구만, 나 가는 김에 온 가족이 같이 가기 때문에 차를 몰고 가기로 했다. 약 14시간 정도가 걸리기에 중간에 하루 자고 가야 하는 장거리가 되겠지만, 그렇게 운전하면 한사람 왕복 비행기 값 정도로 왕복 기름값을 충당할 수 있기 때문에 훨씬 경제적이다. 돈 없고 시간 많은 사람들은 역시 운전이 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