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현 사는 법

프로이드 (Freud)의 계시

남궁Namgung 2011. 10. 25. 04:44

 

 

한참 운전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피곤해서 그랬는지 졸았나 보다. 고개를 끄덕끄덕이면서 졸았으니, 운전 중에 거의 잤다고 봐야 할지 모른다. 깜짝 놀라 눈을 뜨고 다시 운전대를 잡았는데... 이런 앞이 전혀 보이지가 않았다. 자동차 앞 유리에 하얀 눈들이 가득 막아서 방안에 갇혀 있는 듯 앞을 볼 수가 없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러는 중에도 고속으로 운전을 계속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분명 커브길이 있을 것이고, 오르막 내리막이 있을터인데, 어떻게 그렇게 고속으로 앞이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졸면서 운전을 할 수 있는지 신기할 정도로 사고 없이 계속 전진하고 있었다.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서 차를 우측 노견으로 세우는데, 물론 이때도 앞뒤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다행 잘 내려서, 겨울철에 눈을 긁는 플라스틱 도구로 앞유리를 계속 긁어 내었다.

 

...

 

 

그러다가 잠이 깨었다.

 

잠을 하루 이틀 자는 것도 아니고, 꿈을 꾸는 일이 한 두번도 아닌데, 금새 잊어 버리는 이전과는 달리 오늘 새벽에 꾼 이 꿈은 기억이 좀 남는다. 도대체 이 꿈은 무슨 의미인지 생각해 보지 않을 수가 없다. "꿈"에 관해서 아주 유명한 심리학자도 있고, 아마 그 이전과 그 이후로도, 사람에게 있어 꿈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풀기 쉽지 않은 영역일지 모른다.

 

하지만, 오늘 꾼 꿈이 기억에 남는 것은 최근 나의 상황을 비유적으로 잘 나타내는 것이었기 때문일 듯 싶다. 어떤 주제로, 무슨 방법을 써서, 어떻게 연구해야 하는지에 대해 계속 고민하는 것이, 마치 조는 상황에서 앞을 보지도 못하는 상태로 계속 운전하는 것과 조금 비슷해서 그런 것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최근에 가까스로 어떻게 연구해야 할지 다소나마 갈 길을 찾은 것은, 길어깨에 차를 세우고 창문에 가득낀 눈을 긁어내던 꿈 속의 내 모습과 비슷하기도 하다.

 

어떨때는 전혀 얼토당토 않은 꿈을 꾸기도 하고, 그런 꿈이 나의 기억속에 잔류하는 시간은 한두시간이 채 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간혹 나의 그때 그때 상황을 직접적, 혹은 비유적으로 보여주는 꿈을 꾸는 경우가 있는데, 그런 꿈은 신기하게 생각된다. 꿈이 신비하게 생각되고, 연구의 대상이 되는 것은 바로 그런 현상들 때문이 아닌가 싶다.

 

 

매번 그랬듯, 한 해의 후반기로 갈 수록 시간의 유속이 전과 같지 않다. 더구나, 학회 (American Society of Criminology)가 11월 중순에 있기 때문에 그것을 준비하기 시작하다 보면 더더욱 그 속도에 감탄하게 된다. 요즘에도 여전히 일주일에 한두번씩 교수님을 만나 내가 써야할 페이퍼에 대해서 서로 상의하고 의견을 교환 (교환한다기 보다는 일방적 수용ㅎㅎ)하고 있다. 다행, 페이퍼 두개 중 하나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마무리가 되었고, 두번째 페이퍼에 대해서 조만간 다시 논의를 할 예정이다. 학회에서 발표할 내용도 어느 정도 마무리가 되어 (지금 쓰고 있는 페이퍼에 관한 내용이기에 준비하는 시간이 훨씬 줄었다), 세세한 부분을 다듬는 중이다.

 

꿈을 믿지는 않지만, 그래도 저 꿈 1탄에서 마무리 했듯이, 이제는 차창의 눈을 말끔히 치우고, 다소 눈 내리는 도로를 부지런히 달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