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빈이 사는 법

2011 Variety Show

남궁Namgung 2011. 5. 26. 06:42

 

이제 내일 (5. 27.)이면 유빈이의 2학년 전 학기가 마무리 된다. 다음 달 초부터 한 달가량 섬머 스쿨이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거의 세달에 가까운 방학에 들어가게 된다. 집에서 바글거리면서 살기 위한 현명한 계획을 고안해 내야 하는데, 아직 묘수를 찾지 못하고 있다.

 

 

작년에도 그랬지만, 유빈이가 다니는 학교에서는 매 학년 말마다 Variety Show라는 학예회 비슷한 것을 하고 있다. 전 학생들 중에서 참여를 희망하는 학생들로부터 신청을 받고, 사전 심사에서 학생들에게 부적절하다는 평가만 없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것데, 그에 따라 시간은 각 팀마다 2분으로 한정하고 있다.

 

피아노든, 태권도 무용이든, 노래든, 무엇이든 자기가 잘 하는 것을 다른 학생들에게 보여 주면서 자긍심도 갖고, 친구들과 장기를 나누는 시간인 듯 하다.

 

올해에 특이한 점은, 바로 유빈이가 스스로 참여하겠다고 희망했다는 점.

 

제 아빠 닮아서 (?) 많은 남들 앞에 나가 뭔가 말하고 발표하는 것을 무척 쑥스러워 하는데, 무엇이 참가를 희망하게 했는지는 모르겠다.

 

참가 종목은 조크 (joke). 제 스스로 조크 드라마라면서 "Joke-A-Rama"라고 근사한 이름까지 지어 놓았다. 무엇을 계획하나 봤더니, 여기 저기 책에서 재미있는 조크를 모아 제 친구들과 Q&A 식으로 말하려고 한다고 한다.

 

예컨데,

 

"Why can't a bike stand alone?"가 질문이라면, 답은

 

"Because it's two tired."라는 식이다.

 

또 다른 재밌는 문제 중의 하나는,

 

"Why did the banana go to the hospital?"

 

"Because it didn't peel well."

 

즉, 얘네들의 영어로 말장난 하는 것을 모았다고 할 수 있는데, 그 내용이 어떻든 간에 제가 생각해 내고, 자료 모은 후에, 같이 참여할 친구들까지 모아서 한다는 것이 무척 대견했다.

 

이런 것도 어떻게 이리 제 아빠 닮았는지, 남들처럼 땀 흘려 운동하거나 악기 다루는 것이 아니라, 그냥 책상에 앉아 잠깐 끄적인 것으로 "거적 먹으려" 하고 있으니...

 

그래도, 올해 내가 본 남궁 유빈의 모습 중 가장 좋아 보이는 모습이라 할 수 있겠다. 오전에는 저학년, 오후에는 고학년들과 학부모들 앞에서 마이크를 잡고 대본을 읽는 것이었는데, 그냥 보고 있는 것이라 가볍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전에 비하면 큰 성과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