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try Share Fair (4. 19)
며칠 전부터 학교에서 시를 읽는 행사가 있다고 하면서 제 엄마나 아빠가 학교에 올 수 없냐고 조르기 시작했다. 학교에서 학부모들이 참여할 수 있다고 레터가 오는 행사들이 워낙 많아, 그간 아주 특별한 것 아니면 그리 신경쓰지 않았는데, 최근 들어 유빈이가 조르는 경향이 전보다 더 해진 것 같다.
혹, 우리만 빼고 다른 부모들은 다 참석을 해서 그런가 싶기도 했지만, 그래도 갈 형편은 되지 않았었다. 그래도 오늘 오전은 좀 여유도 있어서 가려고 마음을 먹고 있었는데, 유빈이가 제 교실에 있는 전화기로 전화까지 했다. 미리 충전해 놓은 건전지를 디카에 넣고, 학교로 갔다.
행사 이름이 "Poetry Share Fair." 나도 어제 fair에 참석했었는데, 요즘엔 이런 저런 페어로 정신이 하나도 없다. ^^
교실로 갔더니 유빈이를 비롯해서 다른 친구 몇들도 벌써 문 앞에 서서 제 엄마나 아빠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 모습 보니, 엄마 아빠가 교실 행사에 참석하지 않으면 조금이라도 허전함, 혹은 거창하게 말하면 상실감을 느낄 수도 있겠다 싶은 생각도 들었다. 행사가 시작했는데도 제 부모가 안 오니 다른 친구 하나도 교실 구석에 붙어 있는 전화기를 붙잡고 집에 전화하는 것 같은 모습도 볼 수 있었다. 혹, 저희들끼리 엄마나 아빠가 왔네, 안왔네 하면서 괜히 기살고, 기죽고 하는 문화가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짐작도 해 봤다.
어쨌든, 행사는 그간 저희들이 학교에서 배우거나 창작한 시 (poem)를 부모들에게 발표하는 것이었는데, 앞에서 무슨 말을 하더라도 소리가 작고, 명쾌히 말하지 않아 내용은 잘 알 수 없었지만, 시를 배웠다고 이렇게 fair까지 하는 그 자체가 약간 신기하기도 했다.
유빈이를 제일 좋아하는 루까. 서로 왔다 갔다 하면서 play date를 몇번 했었는데, 오늘도 나를 보더니 제 엄마와 얘기해서 플레이 데이트를 할 수 없냐고 부터 묻는다.
2학년의 4개반이 서로의 교실을 돌아 가면서, 그 교실에 맞게 정해진 주제대로 서로 발표하고 부모에게 보여주는 식으로 행사를 진행했다. 마지막 교실에서 한 것은 시로 만든 드라마 (drama)인가 보던데, 유빈이네 조의 것은 유빈이가 직접 스크립트를 쓰고, 감독 (director)를 했다고 한다. 짜식... 꼭 제 아빠 닮아서... ^^
제 팀이 끝나더니 내가 가져간 flip으로 촬영을 할 수 없겠냐며 좀 찍고 있으려니 친구들이 신기해서 같이 쳐다 본다. 아래 일부 사진도 유빈이의 직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