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ward Basketball
날씨가 화창하고, 오랜만에 포근하게 느껴질 정도로 기온도 많이 올라간 것 같다. 한가한 토요일 오후다.
내가 앉아 공부하고, 인터넷하고, 책 읽고, 사색(?)하고, 어쩌다가는 캔 맥주도 마시는 나의 책상은 임팩트 드라이브 (Impact Dr.)를 향해 난 창문에 붙어 있다. 창문의 블라인드를 살짝 돌리면 앞으로 차들이 얼마나 지나다니는지, 산책하는 사람은 누가 있는지, 눈은 얼마나 내리고 있고, 해는 어느 방향에 떠 있는지 알수 있다.
지금 보이는 창밖의 풍경은 참으로 여유로와 보인다. 차량 통행이 그리 많은 도로는 아니기 때문에 낮에는 5분에 두대 혹은 세대 정도로 차들이 지나다니고 있는 것 같다. 길 건너편 집으로 올라가는 계단에는 다람쥐 한마리가 운동도 하고 있고, 인터넷 음악 사이트에서는 어울리지 않게 "하이든의 세레나데"라는 잔잔한 바이올린 (이 악기가 맞는지 모르겠다) 음악도 나오고 있고...
아... 항상 여유롭기는 했지만, 오랫만에 이런 기분이 드는 듯 한 것은 왜 그러지... 거의 금요일 밤이면 빼먹지 않고 "TGIF"를 외치며 마시던 맥주 캔 때문에 토요일 아침이면 약간의 행오버가 항상 있었는데, 감기 기운으로 행한 간만의 절주 때문인가...
혜빈이가 다니는 그 교회, 우리 집 뒷뜰에서 바로 보이는 그 교회, 걸어서도 5분이면 갈 수 있는 그 교회 (Parkway Baptist Church)에서 겨울에는 농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작년에도 알기는 했지만 보내지는 않았는데, 올 겨울에는 거기를 보내qh자는 아내의 말에 등록을 시켰고, 그렇게 해서 다니게 된지 어언 두달 가까이 된 것 같다. 1주일에 한번, 월요일 저녁 한 시간동안의 연습이 "선수"들의 연습량 전부이고, 얼마 전부터 시작된 게임은 매주 토요일 오전에 약 1시간에 걸쳐 진행되고 있다.
나의 저급한 운동 유전자를 갖고 태어난 것인지, 아니면 내가 운동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지 못해서인지, 농구든 축구든 유빈이가 몸을 움직여서 하는 것을 보면 참으로 속터지는 경우가 많다. 농구도 예외가 아닌데, 꼭 나의 어린 시절을 그래도 보는 것 같아 어쩌다 신기한 생각이 드는 경우도 많다. 그래도, 처음에 시작했을 때보다는 그나마 "향상"이라는 단어를 가져다 댈 수 있을 정도는 되는 것 같아 다행이고, 무엇보다 다른 친구들과 뛰어 다니며 땀 흘리는 것을 즐기고 있는 듯 하여 보기 좋다. 하긴, 저만한 애들이 나처럼 게으른 모습을 보이면 그것이 더 이상한 일이지만...
오늘은 픽업하러 갈때 카메라를 들고 가서, 코트에서 왔다 갔다 하는 것을 찍어 봤다. 아니나 다를까, 오늘도 다른 애들에 비해 뛰어다니는 거리는 훨씬 적은 듯 하지만, 적어도 하려는 모습은 보이고 있다.
그래도 농구 팀이라고, 유니폼은 그럴싸 하고, 게임도 정확한 룰에 따라 진행하며, 점수판도 반짝반짝 불이 켜지는 것으로 해 놓았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