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현 사는 법

인생 초보자에게 필요한 것

남궁Namgung 2010. 8. 29. 06:58

 

혜빈이 피부가 이상한 징조를 보이기 시작한 것이 꽤 되었다. 여름 동안에 실컷 수영장 데리고 다니면서 물놀이를 시켜 주었는데, 약품 (클로린이라고 하나?) 냄새가 폴폴 나는 물과 자주 접촉을 해서 그런지, 아니면 우연히 그런 시기가 일치해서인지는 몰라도 무릎이 접히는 뒷부분에서 빨간 것들이 나오기 시작하더니, 그러길 며칠 후부터는 정도가 심해졌다.

 

처음에는 가볍게 보고, 그런 상태에서도 혜빈이가 조르면 물놀이를 다시 시켜주기도 했었는데, 얼마 후부터는 물과 가까이 하면 안될 정도로 심해졌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아토피 증상을 보였는데, "금방 낫겠지..." 하고 방심하는 며칠 사이에 그 부위가 더 심해지고 있었다. 아내는 스테로이드가 들어간 연고를 발라주면 나중에 재발했을때 치료가 더 어렵다며 처음에는 내 말을 듣지 않더니, 나중에는 안되겠던지 주위 아는 분께 연고를 빌려와서 발라 주었다.

 

참으로 신기한 것이, 그러고 약 2-3일 정도 지나니 신기하게도 가라앉는 것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그로부터 며칠 후에 얼굴과 팔 오른쪽 겨드랑이 할 것 없이 또 다른 빨간 것들이 올라 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 숫자가 많지 않아, "무릎 뒤로 나올 것들이 다른 몸으로 나오는 것인가..." 하는 무지한 추측을 했었는데, 하루 하루 지날수록 숫자도 많아 지고, 정도도 심해졌다. 처음에는 당연히 가벼운 아토피 증상이겠거니 했는데, 이전과는 또 다른 형태의 것들이어서 혼란스럽기도 했고, 가까이 계시는 의사선생님으로부터 그것이 "수두 (chickenpox)"임을 확인 받은 것은 불과 지난 일요일이었다.

 

물론, 일전 유빈이가 수두를 가볍게 앓을 때와 증상이 유사해서 수두로 예상을 했었는데, 지금 혜빈이가 앓고 있는 것은 꽤 심한 정도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온몸 이곳저곳에 조금씩 살이 파여 보이듯 물집이 잡혀 있거나, 딱지가 져 있다. 특히, 오른쪽 겨드랑이 부분에는 수두가 집중적으로 나 있어서 며칠째 계속 진물이 생기며 쉽게 호전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나도 그렇지만, 하루 종일 그 모습을 보고 있고, 밤에 잘때는 긁지 못하게 잡고 있어야 하는 아내의 스트레스는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다.

 

이미 가까이 지내고 있는 의사선생님과 상담을 했음에도, 엊그제 장모님과 전화 통화를 하면서 아내는 또 이것 저것 여쭤본다. 아무래도 많은 인생 경험을 갖고 계시고, 이것저것 많이 보아 오신 어르신이며, 무엇보다도 자신의 엄마인 장모님의 조언이 더 수긍되고, 신빙성이 있어 신뢰를 갖는 모습이다.

 


 

지난 주에 유빈이 데리고 도서관에 갔다가 최근에 새로 발간된 "the Power"라는 책이 눈에 띄어 빌려 왔다. 한눈에도 일전에 베스트셀러가 되었던 "the Secret" 책의 후속편임을 알 수 있었다. 뭐, 책장을 굳이 열어 보지 않더라도, "인생은 맘 먹기 달렸다"는 식의 자기계발서와 비슷하겠지...라는 생각을 했는데... 맞다.

 

  

Life isn't happening to you; life is responding to you.

Life is your call! Every area of your life is your call. You are the creator of your life.

You are the writer of your life story. You are the director of your life movie.

You decide what your life will be - by what you give out. (p. 35)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그리고 아내가 장모님의 한마디 한마디를 스폰지처럼 빨아들이는 모습을 보면서, "인생 사는 방법, 인생을 바라 보는 방법을 책으로 읽을 것이 아니라, 내 가까이 계신 어머니나 장모님, 다른 주위 어른들로부터 듣는다면 더 좋을텐데..." 하는 생각을 했다. 머리가 크고, 직장 생활을 시작한 이후로는 부모님을 만나고, 부모님과 대화를 나누는 일이 많아야 한달에 한두번이었지만, 그래도 그때는 이런 저런 말씀을 들을 수가 있었는데, 지금은 사정이 그렇지도 않아 그런 "어르신들"의 말씀이 그립다.

 

속담같기도 하고, 무슨 고사성어 같기도 했던 어머니의 말씀이 되돌아 생각하면 얼마나 기막힌 것들이 많았던가. (문뜩 생각난 한 예: 쌀로 만든 동그란 뻥튀기를 드시면서 하시는 말씀, "이건 먹다가 굶어 죽겠다")

 

돌아 보면 말씀 뿐만 아니라, 부모님이 다른 어른들과 대화하는 것을 엿들으면서, 또 부모님이 다른 친척이나 동네 어르신들을 챙기는 모습을 보면서 은연중에 얼마나 많은 가르침을 배웠던가. 나는 활자화되어 진 것들에 더한 신뢰를 주고, 권위있는 사람들이 얘기하는 것에 더 귀 기울였지만, 정작 내가 살면서 배운 것들과 귀 기울여야 했던 것들은 모두 내 부모님들으로부터 나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해 봤다.

 

특히, 저렇게 혜빈이가 아플 때, 애들이 우리 생각 같이 말을 따라주지 않을 때, 과연 나와 아내가 하는 애들 교육 방법이 맞는 것인지 어쩌다 혼란스러울 때는, 우리 같은 "초보 부모," "초보 인생꾼" 옆에 든든한 부모님이 계셔서 때로는 매섭게, 때로는 다정하게 말씀 나눠주시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우리나라든 어느 나라든, 중고차를 살 때는 어느 정도의 위험은 감수하고 사는 것이겠지만, 막상 문제가 생기면 짜증이 나지 않을 수 없는 법! 얼마 전부터 경고등이 들어 오고, 잘되지 않는 것도 있어 아침 일찍 딜러샵에 갔더니 한시간 넘게 검사하고 돌아 온 말은, 내가 차를 구입한 값의 1/4 정도나 되는 수리비를 들여야 고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아... 짜증을 내면 안되는데, 그런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는데, 아침 일찍부터 듣게 된 이런 배드 뉴스에 몸 이곳저곳에서 땀이 날 정도로 신경질이 났다. 당분간 계속 타야 하니 고칠 수 밖에 없는 노릇이었고, 딜러샵에서는 부품을 주문해서 오는 시간이 있어 목요일이나 금요일 쯤에 수리 할 수 있다고 해서 금요일 오전으로 다시 약속을 잡았다.

 

학교로 그냥 오려니 머리 속 온도가 너무 높아, 딜러샵에서 아주 가까이 있었던 피트니스 센터에 가서 땀을 흘리며 라켓볼을 좀 했다. 30분 정도 땀을 흘리면서 정신을 다른 곳으로 돌렸더니 그나마 올랐던 불쾌지수가 많이 내려져 있었다.

 

학교로 돌아 오는 차에서도 그런 생각이 든다.

 

"아, 부모님들이 옆에 계셨으면 이 짜증을 한번에 날릴 수 있는 또 다른 말씀을 해주셨을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