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MSL 얘기

의식적 행위, 감사

남궁Namgung 2010. 8. 1. 08:38

 

우리 학과에서는 매년 학사를 마무리 하면서 (대개 8월) 박사 과정생들의 한해 성취도를 평가하고, 다음 해의 계획에 대해서 조언해 주고 있다. 가장 중요한 펀딩에 관한 결정이 포함되기 때문에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학생들에게는 큰 의미를 갖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이런 매해 평가 과정에서 "너는 시원찮으니 그만 둬라" 라고 권고한 경우가 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 그럴 수가 있다는 가능성을 박사생들에게 알리는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 것이라고도 생각된다.

 

지난 해와 비슷한 내용의 이메일을 받았다. 다른 학생들에게도 비슷한 내용으로 보내졌을 이 레터에는 "지난 해 성취도가 만족스럽고 시의적절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 같다, 남은 기간에도 박사자격시험이나 리서치 주제를 정하는 등 나름의 노력을 잘 해라"는 격려의 글을 담고 있다. 그리고, 다음 한 해 (2010년 8월부터 2011년 5월까지)에 일을 같이 해야 할 교수님과 일을 해야 할 시간 등도 적고 있고, 물론 얼마를 받는지도 명시하고 있다.

 

 

이곳에 온지도 만 2년이 지났고, 학교 생활에도 어느 정도 적응하다 보니, 이제 대개의 일상들이 당연하게 생각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일상"이니 만큼 당연하게 생각되는 것이 당연할 수도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반복되는 자연스런 일상들이지만, 이전에는 그 사소한 하나하나 모두가 감사하고 고맙게 생각되는 것이었는데, 이제는 그런 것들도 당연하게 생각되는 것 같아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고, 다시 "매사가 감사했던 그때"를 다시 돌아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학교에서 내게 공부할 기회를 주고, 일자리를 주고, 그에 따른 (많던 적던) 급여를 주고, 나의 진도를 체크해 주고, 앞으로의 계획을 세워보도록 조언해 주는 모든 것들이 사실 얼마나 고맙고 감사한 일인가. 내가 이 여름에도 계속 학교에 나가면서 일(이라고 하기에는 좀 쑥스러울 정도의 작업)을 하기에 어떨 때는 귀찮다는 생각도 들지만, 사실 일 하고 싶어도 기회가 없어 다른 곳을 찾아 보는 친구들을 생각한다면 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그럴 필요는 없지만, 굳이 비교를 하자면, 공부를 하고 싶어도 이런 저런 여건 때문에 못하는 사람들은 또 얼마나 많을 것인가. 그런 사람들을 생각한다면 내가 지금 이렇게 가족과 생활하면서 공부하는 것은 극한 정도의 감사가 필요할 수도 있을 것이다.

 

꼭 여기서 공부하고 있기 때문에 감사한 마음을 가져야 하는 것은 아닐 것이고, 하루 하루 모든 일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 자세를 갖는 것이 더 좋겠다. 그리고, 나와 나의 가족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걱정과 도움으로 공부하고 생활하고 있는지를 시간 내서 되돌아 보고, 나와 나의 가족을 지원하고 지지하는 그 많은 사람들에게 감사하는 시간을 가져야 하겠다는 생각을 해 봤다.

 

어찌 생각하면, 감사라는 것도 내게 어떤 긍정적 자극이 있을 때에만 나오는 감정적인 반응이 아닐 것 같다. 내가 나의 상황과 처지를 판단해 보면서, 의식적으로 노력해야 하는 것이 바로 "감사"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