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기행 -1
대전에서 살면서 복수동으로 이사한 후 얼마 안되서, 어머니와 우리 가족 모두가 가까운 곳으로 외식을 가려고 나섰었다. 이사 한참 전에 들렀던 곳에 맛있게 먹었던 집이 있어서 그길로 들어 섰는데... 이런 그 집이 없어졌다. 다시 다른 식당으로 찾아 가기도 귀찮고 해서 그냥 그 자리에 새로 생긴 칼국수 집으로 들어 가서 모두 칼국수를 시켰고, 족발도 같이 전문으로 하는 집이라기에 족발도 시켜 먹었었는데...
칼국수도 꽤 맛이 좋고, 족발도 생긴 것은 좀 예의없어 보이는데, 맛은 아주 좋았다. 식당 주인 아주머니가 옆에 와서 칼국수 국물을 내기 위해서 재료는 열댓가지 넣는다고 하시고, 족발도 재료를 많이 넣고, 자주 삶아 내기 때문에 맛이 좋을 것이라고 말씀하시기도 하지만, 꼭 그런 말이 필요 없을 정도로 맛이 좋았다. 더구나 한번 가격을 올리기는 했었지만 (지금은 더 올랐을지 모르지만) 처음 시작할 당시에는 가격도 매우 저렴해서, 배불리 많이 먹고도 지갑에 부담되지 않는 그런 식당이었다. 그리고, 그날 이후로 이 식당은 우리 가족 외식할 때 가장 많이 들렀던 집이 되었다.
그 식당 주인 아주머니는 전혀 모르시겠지만, 나는 아직도 그 식당의 초창기 멤버였던 것이 자랑(??)스럽다. 그리고, 그 이후로 1년, 2년이 흐르면서, 지리적인 불리함으로 한산했던 식당이 입소문을 타고 손님이 들기 시작하여, 식당 안에 손님이 바글바글할 정도에 이르는 전 과정을 내가 "지켜보기도" 했다. (역시 음식은 맛이 제일 중요하다. 식당에 음식 맛이 없으면 형제도 한번 와서 먹고 만다고 하던가...)
특히 꼬들꼬들한 그 족발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 중의 하나가 되어, 어디 놀러 갈때도 주문해서 싸가기도 하고, 그냥 집에서 먹고 싶어서 퇴근시간에 일부러 조금 사다가 먹기도 했었다. 이런 기가 막힌 식당을 뒤로 하고 여기에 와 있으니, 그 음식이 생각나지 않을 수가 없다. 지난 번에 한국에 계신 어머니와 통화할 때는, 어머니가 그 얼마 전에 그 식당에 가셔서 또 칼국수와 족발을 드셨다며 내가 생각나셨다고 하던데, 나는 그 말씀을 듣고 다시 한번 침을 꿀꺽 삼켜야 했다.
<다음 지도에서 찾아 본 그 식당 위치. "해동토종칼국수족발"이 공식명칭인가 보다.
대전 서구 정림동 226-22. 전화: 042-537-9110.
아, 외국에서도 내가 이렇게 광고를 하고 있으니, 주인 아주머니가 족발 한박스만 보내주시면 좋겠다. ^^>
최근에 다시 족발이 먹고 싶어, 일전에 갔던 한인식당에 전화를 해 봤더니 지금은 만들지 않는다고 하고, 다른 한인 식당에도 가 보니, 여름에는 잘 팔리지 않아 지금은 만들지 않는다고 하신다. 그래서 한인 마켓에서 포장해서 파는 족발을 "다시" 사왔다. 며칠 전에 사봤는데, 우리 가족이 가졌던 의구심과는 달리 꽤 맛도 괜찮고, 가격도 비싸지 않은 편이어서, 오랜 만에 그 대전 족발집의 맛을 흉내라도 낼 수 있었는데, 그래서 그것을 다시 산 것이다.
겉 포장을 보니, 아마 여기 미국에서 만드나 보다.
상추는 샀지만, 저 신선한 깻잎은 모두 나의 "가든"에서 생산된 제품!
새우젓도 만들어 놓고...
뼈에서 고기를 발라 내어 보면 한국에서 먹던 족발 비스무리한 것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