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작물 성장 리포트 - 이어서
사실, 사진으로 보면 깨 그럴싸한 농장이 있는 것 같아 보이지만, 실제 보면 별 것 아니다. 상추와 고추가 집중적으로 자라고 있는 가든은 1평도 되지 않을 정도인데다가, 나의 경험 부족으로 여기 저기 흝어져서 자라고 있는 모습은 별로 보기 좋지 않다. 토마토가 자라고 있는 곳도 그리 넉넉한 공간이 아니어서 여러 포기들이 빼곡하게 붙어 자라고 있다. 그래도, 초보 농군의 작품임을 감안할 때 지금까지의 성장 평가를 해 본다면 그래도 상당히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
이 놈이 도대체 무엇인지 알게 되는데에는 파종 후 두어달 정도 걸렸다. 이제 알게 되었다. 바로 오이다! 처음에 잎사귀가 나올 때 호박과 아주 흡사해서 호박일 것으로 생각했는데, 조금 더 자라는 것을 보니 그것이 아니었다. 그래서 나의 가든에서 펜스 밑으로 옮겨 심었다. 지금 두군데에 다섯포기 정도씩 나눠져서 자라고 있는데, 이 놈들도 아주 신기하다. 펜스에 저희들 줄기를 고정시키려고 조그만 덩굴손을 뻗어서 감고 있는데, 보이지도 않을 것인데 어떻게 그리 안정적인 자리에 철사를 꼼꼼히 감아 놓듯 감고 올라 가는지 처음에는 경이스럽기까지 했다.
지금은 엄지손가락 반 만한 열매를 보이는 것들도 있다. 열매를 수확하는 것 보다, 이런 과정 자체가 더 재밌는 것 같기도 하다. 하긴, 나의 경작 규모가 작기 때문에 그럴지도 모른다.
얘들도 정체성을 파악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 아직 100% 확신할 수는 없지만, 거의 "고추"인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토마토와 같이 심어 놓은 파프리카와 같은 잎사귀를 보이고 있는데, 그 크기는 훨씬 작다. 그리고, 파프리카와 마찬가지로 성장 속도도 매우 늦다. 약 10여포기 정도 자라고 있으니, 잘만 커주면 매운 맛 실컷 볼 수 있다!
나의 실력부족으로 기대를 가장 많이 했던 상추의 실력이 좀 저조한 편이다. 15포기 정도 자라고 있는데, 얘들도 성장 속도가 더디다. 아니, 내가 더 크기도 전에 일찍 수확해서 먹기 때문일 수도 있다. 지금까지 서너번 따다가 고기에 싸 먹었는데, 혜빈이 손바닥만한 것들, 그것도 스무장 정도 밖에 되지 않는 것들을 수확해서 먹을 때는 내가 좀 잔인한 것 아닌가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그래도 자꾸 저렇게 따서 소비해야 더 잘 자라는 것 아닐까...
깻잎! 내 전원일기의 복병이라고 할 수 있다.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애들이 자라주기 시작해서, 지금까지 가장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내가 지금까지 소비한 양도 꽤 된다. 이제 제법 큰 것은 유빈이 손바닥 보다 크기도 하다. 얼마나 향긋하고 맛있는지 모른다. 거기에다가 다른 신경은 별로 쓰지 않아도 물만 주면 알아서 잘 자라주니, 꼭 내가 클 때 모습(??) 같기도 하다.
토마토도 꾸준히 끈기있게 자라고 있다. 비싸게 주고 산 놈들이니 제 값을 해야 하는데, 지금까지 상황봐서는 제 값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이제 골프공 크기보다 좀 크게 자라고 있다. 토마토 줄기가 저 무게를 잘 지탱하지 못할 듯하여 이제 저 줄기를 위로 잡아 주는 추가 작업까지 해야 할 것 같다.
얘네들은 모종으로 사지 않고, 내가 직접 씨를 뿌려 자라주고 있는 토마토들... 얘들의 정확한 정체성도 좀 시간이 걸려야 할 수 있을 것 같다. 씨앗 봉투의 사진 상으로는 방울 토마토 였는데, 정확한 것은 열매가 맺는 것을 봐야 알 수 있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