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빈이 사는 법

성급한 단정 금지!

남궁Namgung 2010. 5. 7. 23:56

 

 유빈이가 집에 와서 항상 말하는 친구가 바로 러시아에서 왔다는 보리스 라는 친구다. 아마도 보리스는 집에서 레고를 잘 갖고 놀고, 실제로 많은 레고를 갖고 있나 본데, 그래서인지 오래 전부터 저도 레고를 갖고 싶다고 졸라댔었다.

 

일전에 크리스마스 선물로 작은 레고를 사 준 적이 있는데, 한번 갖고 놀더니 (그것도 제 아빠한테 다 만들어 달라고 하고) 더 이상 갖고 놀지 않기에, 그냥 취미가 없는 줄로 알았다.

 

얼마 전 이메일로 보더스 (Borders)라는 서점에서 쓸 수 있는 할인쿠폰이 왔기에 아내한테 얘기했더니, 유빈이 레고를 좀 사주자고 한다. 나는 이전에 흥미를 못느껴하는 것 같아서, 다른 책을 사자고 했더니 그래도 레고를 갖고 놀게 하자고 해서, 이전에 샀던 레고보다 더 큰 것으로 사왔었다.

 

'그냥 사는 것이 재미있어서지, 또 제 아빠한테 다 맞춰달라고 하고 그것으로 끝이겠지'라고 생각하며, 부모로서 해서는 안될 '자식 저평가'를 하며 집으로 가져왔었다. 그러고 보니, 벌써 2주전 일요일 저녁이었는데, 제 엄마가 저녁을 먹고 유빈이를 식탁에 앉혀 이런 저런 말하면서 같이 맞추는 소리가 밖에서 났었다. 한두번 왔다 갔다 해 보니, 제법 흥미를 갖고 제가 직접 맞추고 있었다.

 

저도 설명서 따라 하나 하나 조립하면서 뭔가 그럴싸한 모습이 보이는 것이 신기한지, 가끔가다 제 아빠를 부르며 좋아라 했다.

 

일요일 밤늦게까지 맞춰, 드디어 집을 하나 완성했었다. 원래 세가지 종류의 집을 만들 수 있다는데, 그 중 한가지 종류를 완성한 것이다. 일전에 내게 맞추라고 해놓고는 관심을 보이지 않던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에 나도 내심 의아했었다.

 

아내가 옆에서 잘 설명하면서 격려해서 일수도 있겠고, 지난 크리스마스 때보다 몇개월이 지나 취미에 변화가 생긴 것인지, 그것도 아니면, 학교 친구들에게서 영향을 받은 것일수도 있겠다. 아무튼, 저렇게 조그만 레고조각을 조립하면서 좋아하는 것을 보니, 정말 애들의 취미나 성향, 흥미를 너무 단정지어서 생각할 것이 아니라, 부모가 옆에서 잘 설명하고 이해시키며 함께 할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물론, 나 같은 아빠는 그럴 능력이 부족하야 엄마가 주로 해 주면 좋겠다.)

 

애들을 상대로 '아빠가 어렸을때 그랬으니, 너도 그럴꺼야' 혹은 '이전에 뭘 사줬더니 관심이 없었으니, 지금도 그럴꺼야'라는 단정을 해서는 안되겠다는, 아주 지극히 기본적인 육아 상식을 다시 한번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