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speechless!
이번 학기에도 감사하게(?) 수업시간에 발표해야 할 과목들이 있다. 특히나 월요일마다 있는 오늘 과목은 지금 나의 지도교수님이 담당하는 과목이라 여러모로 부담되는 과목이다. 아무래도 수업 태도도 좀 더 가지런히(?) 해야 하고, 평소에 말하지 않던 것도 한두마디 하게 된다. 과제를 내면, 혹여나 나에 대한 "신뢰"가 깎이지 않을까 두려워(!) 다른 것보다 좀 더 신경쓰이게 된다.
지난 주부터 한명씩 돌아가면서 발표를 시작했는데... 이거, 영 부담되기만 하고, 해야 할 내용에 대한 진척은 없고 해서 무척 답답했었다. 다른 과목보다는 좀 덜하긴 했지만, 머리 속에서 확실하게 개념이 잡히지 않은 상태에서 남한테 아는체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더더욱 갑갑하게 만들었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데드라인이 다가오면서 어떻게든 갈피를 잡아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고, 그래서 지난 주말 중에 발표할 내용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교수님께서는 파워포인트로 만들며서까지 준비할 필요는 없다고 했지만, 나는 굳이 그렇게 준비했다. 일단 애들보다 좀 더 신경썼다는 모습을 보여야 했고, 그 이전에 내가 말 하는 것을 못 알아 들을 수 있는, 일부 안타까운 학생들을 위해 가급적 많은 글을 슬라이드에 넣으려는 계획이었다.
여기까지는 이전의 발표와 다름 없지만, 이번의 프리젠테이션에 내가 한가지 더 보탠것이 있으니... 바로 발표 내용을 미리 녹음해서 파워포인트에 그 내용을 넣는 것이었다. 한국에서 직장 다닐 때, 참으로 지겹게 했던 터였고, 그렇게 배운 "기술(?)" 어디가서 써먹을까 했더니, 이렇게 다시 "응용"하는 계기가 되었다.
토요일, 집이 좀 조용한 틈을 타서, 디지털 녹음기에 각 슬라이드별로 녹음을 하고, 녹음된 나의 음성에 따라 파워포인트 슬라이드의 애니메이션 기능도 시간에 따라 좀 조정을 했다. 생각해 보면, 직장 다닐때 어쩔 수 없이 만들어야 했던 그 자료들에 비하면 정말 보잘것 없는 수준의 자료지만, 내가 직접 내 목소리를 녹음하고, 내가 선택한 주제, 내가 선택한 내용에 맞춰 에니메이션을 조정하니, 예전보다 더 재밌었던 것 같다.
아무튼, 오늘 점심 경부터 시작된 발표는 네명 중에서 내가 세번째였는데, 둘이 발표하고 잠시 쉬는 시간을 통해서 수업시간이 진행되는 교실의 컴퓨터와 프로젝터를 켜고, 내가 준비한 자료를 컴퓨터로 옮겨 놓았다. 미리 확인하지 못했었던 것 중의 하나는, 이 교실의 컴퓨터에서 나오는 소리가 꽤 작았다는 것. 그래도 내가 준비한 것을 진행하는데는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여서, 나의 차례가 왔을때 만든 프로그램을 실행시켰다.
내가 이렇게 파워포인트를 이용해서 발표한다는 것을 안 친구는 한둘 뿐이었던데다가, 이전에는 시도하지 않았던 음성 기능까지 추가했고, 더구나 중간에 교수님 사진이나, 다른 박사과정 친구들 사진까지 넣는 "센스"를 발휘했더니 ...
내가 이런 말 해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이 어린 친구들이 좀 놀라는 기색이 역력하다. (아니, 아무런 반응이 없는 것을 보니, 그런 것 아닌가 넘겨 집었다.)
교수님도, 매번 밋밋하고 학술적인 내용으로 가득찬 파워포인트를 보다가 인터넷 여기저기서 몰래 가져다 쓴 사진이며, 별로 복잡하지 않은 에니메이션에 감동하셨는지, 내 녹음된 음성과 파워포인트가 끝나자...
"I'm speechless."라고 말씀하신다. 평소 유머스럽고, 다소 냉소적일 때도 있으시고, 칭찬을 자주 하시기도 하지만, 나는 대단한 칭찬으로 생각하련다. 개인적으로 생각하면, 내용상 그닥 완벽하지 않으면서, 그것을 덥고자 외관에 좀 치중을 했다고 해야 좀 더 솔직할 것인데, 이런 "기교"에 익숙치 않은 교수님께서는 그 "현란한" 외관이 신기하셨나 보다.
아무튼, 걱정되었던 그 프리젠테이션도 생각보다 무난히, 긍정적이 평가 속에서 마쳐졌다. 그리고, 내 "전략"이기도 했지만, 교수님이나 나를 잘 모르는 다른 학생들에게 새로운 모습을 보여 줄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해서, 스스로도 좀 만족스럽다.
(*그래서 귀가 후 맥주 한잔 더! 이러다 숙제들 다 마칠수는 있는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