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인트루이스(St.Louis) 정착기

가만 있으면 다가 오지 않는다!

남궁Namgung 2010. 4. 19. 08:43

 


 

한 주일, 한 주일이 부담되게 지나고 있다. 과제는 쌓여 있는데, 머리 속에서 잘 풀리지 않아 아직도 큰 짐을 안고 생활하는 것 같다.

 

수일 전에 비가 한번 오고, 그런 후로 날씨가 계속 좋아서 그런지 앞뜰, 뒷뜰, 옆뜰 할 것 없이 잔디가 지저분하게 자랐다. 지난 가을, 낙엽 긁을 때도 그랬는데, 이번 에도 옆집과의 차이가 너무 나서, 가만 둘 수가 없는 정도가 되었다. 마음 같아서는 일주일 정도 더 묵혔으면 좋겠건만, 군데군데 나 있는 민들레들이 집 거주자의 게을음을 확연히 보여주는 것 같고, 몇몇 군데의 잡초들은 정말 밉게 보일 정도다. 아마, 일주일 정도 더 놔둔다면 누가 관공서에 신고라도 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만큼...


오랜 겨울 창고에 넣어 둔 잔디깎이를 꺼내 개솔린과 엔진오일을 점검하고 시동을 걸어봤더니... 아, 잘돌아 가네. (B집사님 내외분, 정말 감사드려요!)


가장 지저분 했던 옆뜰부터 시작해서, 앞뜰도 깎고, 뒷뜰 언덕을 정리한 후에, 백 야드까지 모두 깎았다. 개솔린으로 하는 잔디깎이라 한시간여에 끝났지, 아마 이전에 샀던 전기로 움직이는 것이었으면 반 정도도 마쳤을까 싶을 정도다. 그만큼 작업의 능률이 몇배 개선되었는데, 그래서 다시 B집사님 내외분께 감사한 생각이 들었다. 레버를 당기면 스스로 약간 전진하는 기능이 있는데, 그 기능의 나의 허약한 체력을 충분히 보완했다.


어제 깎고 나서도 그랬지만, 오늘 다시 쳐다 보니, 마음이 흐뭇하다. 그래도 최소한 한달 정도는 다시 무심 모드로 돌아갈 수 있겠지.


 

 

 

 

 

 

 

 


그 작업 결과를 사진으로 남기려고 찍다가 문뜩, 이 봄도 남기는 것이 좋겠다 싶어, 한번 하늘도 쳐다 보고 주위도 둘러 봤다. 앞뒤에 서 있는 큰 나무들은 이미 뽀송뽀송하게 보이는 녹색 잎들을 많이 달고 있다. (아, 저 놈들이 이 가을에 다시 나를 "공격"할 놈들이겠지!) 그리고, 뒷뜰 한켠에 별로 볼품 없이 보이는 나무에도 뭔가 보여 가까이 가 봤더니 그 나름 괜찮아 보이는 꽃들을 달고 있다. 오, 몇달 있으면서 이런 꽃들을 달 수 있는 나무인지는 몰랐다. 바닥에 민들레 꽃씨들도 가까이서 보니 꽤 봐줄만 하고...


맞다! 내가 관심 갖고 보려 해야 보이는 것이지, 가만 있으면 내게 다가오는 것들이 아닌 것이었다!


 

 

 

 

 

 

 

 


이것 저것 마치고, 저녁 메뉴를 상의하던 중, 다시 바베큐를 하기로 결심, 지난 번에 하는 것과 동일한 방식으로 불을 붙였다. 역시 잘 붙는다.

 

아, 한가하고 배부른 일요일. 이러니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