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사냐면 웃는거야!
남으로 창을 내겠소.
- 김 상용
남(南)으로
창(窓)을 내겠소.
밭이 한참갈이
괭이로 파고
호미론 김을 매지요.
구름이 꼬인다
갈 리 있소.
새 노래는 공으로 들으랴오.
강냉이가 익걸랑
함께 와 자셔도 좋소
왜 사냐건
웃지요.
언제였나... 아마 고등학교 때 (중학교 때일지도...) 교과서에 저 시가 등장했던 것 같다. 짧고, 쉬운 단어로만 적혀 있던 이 시가 내게는 인상이 깊었던 듯 싶다. 이 시를 배울 때만 해도, 그 후로 길게 길게 기억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것 같은데, 그 후 자주 자주 떠올랐던 것은 분명 내 삶의 "철학(??)"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건넘는 생각 때문이었다.
누군가 내게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당신 삶의 좌우명 내지 혹은 비전이 뭐냐고 묻는다면, 정말 웃기게도 "왜 사냐건 웃지요!"라는 말이 되었을 정도다.
왜냐면... 웃지요.
아무튼, 저 시의 내용은 나 같이 논리력이 떨어지고, 그저 (우리 어머니 표현대로) 물에 물탄듯, 술에 술탄듯한 나의 성격과도 잘 맞는다. 남으로 창을 내고, 때론 땀 흘려 살고, 때론 한가이 살면서, 벗이든 낯선 사람이든 찾아 오면 파전에 같이 막걸리 한잔하는 듯한 모습을 항상 그리고 있을 정도니, 정말 내게 맞는다.
그리고 또 나는, 지속적인 진지함은 잘 견뎌하기 힘들어 한다. 그래서, 가볍고, 신중하지 못할 때가 많다. 하지만, 그런 탓에 남보다 약간 스트레스를 덜 받(으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친구들과, 같은 동료들과, 같은 학생들과 영양가 없는 농담하고, 말장난 하며 즐거워 한다. 물론, 지금도 책을 읽던, 신문을 보던, TV를 보던 재밌는 내용이 있으면, 그 재밌는 내용을 어떻게 응용해서 다시 써먹을 있을까 자주 생각하기까지 한다.
여기서도 과의 다른 친구들과 어울리며, 가끔 시시껄렁한 농담을 하곤 하는데, 원래 사람을 많이 가리는 편이라(?), 내가 편하게 농담하곤 하는 친구들도 그리 많지는 않다. 그래도, 역시 나의 유머는 국경을 초월하는 "고품격(!)"이기에, 종종 낄낄거리며 웃곤 하는데... 아! 나의 이 유머감각이 소문까지 났다니!!
지금 고전하고 있는 과목인 Qualitative Research 시간에 과제를 이메일로 보내면 교수님께서 이런 저런 친절한 커멘트를 해주시는 편인데, 어제는 위와 같은 내용으로 보내셨다. 다음 학기부터는 럿거즈 (Rutgers) 대학으로 옮기시는데, 서운하다는 의례적인 말씀과 함께, "소문에 의하면 네가 과에서 최고의 유머 감각을 가졌다는데..." 라는 글을 쓰셨는데...
이것 칭찬같기도 하고, 그렇지 않은 것 같기도 한데, 나는 어쨌든 칭찬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읽는 순간, 미소가 지어지고 기분이 좋아지는 것을 보니, 칭찬이 것 같다는 생각이다. 아니, 누가 나의 이 고상한 유머에 대해서 소문을 내고 다니는 거야... 고놈 (혹은 고*) 만나면 이뻐해 줘야겠네.
암튼, 아시안인 것으로 인해 과모임때마다 외모로 확연히 표나는 것 외에는 달리 내가 질문을 자주 하거나, 의견을 자주 표하는 편도 아닌데, 누군가는 나에 대한 (긍정도 부정도 아니지만) 평가를 하고 있다는 점에 놀랍기도 하면서, 기분 좋기도 했다.
"소문에 의하면 너는 과에서 제일 썰렁하다면서???" 라는 평가보다는 유머스럽다는 평가가 그래도 낫지 않을까...
이젠, 영어로도 된 유머를 찾아 내고, 종종 활용해야 하는 것인가 하는 큰 고민이 들기도 하지만, 그런 고민은 이번 학기 끝나고 해보자. 지금은 허덕이고 있으니... 그래도, 왜 사냐면 웃는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