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 도전, 스트레스, 고민, 챌린지...
학습은 적당한 긴장과 도전 (challenge) 속에서 최적의 효과를 나타내는 것 같다. 뭐, 내가 하면서 나의 학습이 효과가 있다느니 없다느니 하는 것은 객관성은 떨어지겠지만, 적어도 체감하기로는 그런 약간의 스트레스와 고민을 통해 조금씩 배우는 것으로 생각된다.
지난 주 화요일에 무사히(!) 치뤄냈던 한 흑인 대상 인터뷰를 다시 글로 옮기는 작업을 남은 주 내내 틈틈히 해서 이번 주 화요일 수업 시간에 제출했다. 학생에 따라, 인터뷰 대상자에 따라 30분도 채 안되게 인터뷰를 한 학생도 있고, 2시간 반 정도에 걸쳐 인터뷰를 한 친구도 있었다. 나는 한시간 정도 남짓되니 평균 정도 한 것 같다.
정작 인터뷰를 하기 전의 부담도 만만치 않았고, 인터뷰를 하는 것도 그리 간단한 일은 아니었지만, 정작 더 어려운 일은 그 인터뷰 녹음을 글로 옮기는 작업 (transcribing)이었다. 이건, 마치 영어 공부할 때 테이프를 자꾸 들으면서 받아쓰기 (dictation) 하는 것과 다를 것이 없었다. 차이점이 있다면 그런 학습 때의 영어는 주로 평범한 뉴스나 간단한 대화였던 반면, 이번에는 좀 독특한 액센트를 갖고 있는 흑인의 영어라는 것이다.
인터뷰 때는 잘 못알아 듣는 것이 있더라도 옮겨쓰기 작업을 하면서 몇번씩 들으면 그 놓친 부분을 잡아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서, 특별히 목소리가 작거나 아주 생소해서 전혀 무슨 뜻인지 모를 영어를 하는 경우가 아니면, 다시 말해달라고 하지 않았었다. 다행, 집에서 받아쓰기 작업을 하면서 인터뷰 당시에는 놓쳤던 많은 부분을 회복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약 5% 정도의 영어는 도저히 무슨 말인지 알아 들을 수가 없었다.
이런 경우를 예상하고, 과에서 친하게 지내는 티파니라는 흑인 여학생에게 부탁하려고 했었는데, 내가 캐치하지 못한 부분을 위해서 부탁하지 않을수가 없었다. 다행, 흔쾌히 들어 준다고 해서, 제출 마감일 티파니가 도와주서 최종적으로 과제를 마감할 수 있었다. 경우에 따라서는 내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영어를 했었고, 대부분은 내가 알아 듣지 못할 수 밖에 없었던 말을 해서, 정말이지 질적 연구 (qualitative research method)는 내가 편하게 도전하기 쉬운 영역이 아니라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되었다.
티파니는, 같은 말을 듣는데,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사실에 무척 흥미로워 하고, 어떤 경우는 같은 말을 전혀 다르게 듣는 내 "짧은 영어"가 신기하게 생각되었나 보다. 외국인으로서 같은 말이라도 "다르게 (differently)" 듣는다고 답하기는 했지만, 영어가 모국어인 사람들이 수년, 수십년 영어를 배우고도 잘 못알아 듣는 것에 대해서는 정말 신기하게 생각될 수도 있겠다는, "신기한 발견"을 한 계기가 되기도 했다.
앞으로 두차례의 인터뷰가 더 남았고, 두 차례의 "받아쓰기"가 남았는데, 남은 두 고개도 무사히 넘기리라 스스로 소원한다. 과목의 특성상 다른 학생들보다 더 "챌린징"한 것은 사실이지만, 지난 학기들의 경험으로 볼 때 이런 챌린징한 과정은 분명 내게 큰 도움이 되었었다. 남은 시간들도 분명 그러리라 믿어 의심치 않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