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현 사는 법

결혼 10년에 생각하는 리그레션

남궁Namgung 2010. 3. 3. 10:48

 

 통계학은 어렵기도 하지만, 재밌기도 한 분야임에는 틀림없다. 아직 배울 것 많고, 갈 길은 많지만, 그래도 최근 통계의 가장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한 분석방법이 생각났다. Linear Regression이라는 분석방법인데, 네이버를 찾아보니 "회귀 직선"이라고 우리 나라에서는 번역되어 사용되는 것 같다. 영문을 그대로 직역한 결과인 듯 싶다. ("regress"라는 말 자체가 "돌아가다, 회귀하다"는 뜻이다.)

 

정확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내가 이해하는 이 리니어 리그레션은 가장 쉽게 표현하면 수개의 관찰점을 바탕으로, 예측선을 만들어내는 방법이다.  

 

위에서와 같이, 다양한 관찰을 통해 X좌표와 Y좌표에 그 점을 만들어 내고, 이렇게 모인 점들을 바탕으로 아래와 같이 직선을 만들어 내는 통계 방법이 바로 리니어 리그레션인 것이다. 저렇게 직선을 만들어 내는 공식을 배우는 것이 (사람에 따라서, 즉 나 같은 사람에게) 좀 어렵기에 처음 이런 방법을 접하면 머리가 아픈데, 가장 기본이 되는 방법 중의 하나기 때문에 이것을 모르고는 더 복잡하고 어려운 통계 방법을 배울 수가 없다.

 

이 통계 분석법을 리니어 리그레션이라고 칭하는 이유는, 첫째 직선 (linear)을 도출해 내는 방법이기 때문이고, 둘째 실제 관찰한 각 점들에서부터 예측점이라고 할 수 있는 직선까지 거리 (regress)가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리그레스란 말은, 각 관찰점이 예측선으로 회귀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측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뜬금없이 갑자기 잘 알지도 못하는 통계분석법을 들먹이는 이유는...

 

사실, 어제가 (3월 1일) 나와 아내의 결혼 10주년이었다. 2000년 3월 1일에 고향인 부여에서 결혼식을 올렸는데, 그러기를 벌써 10년이 지났다. (아, 결혼 기념일도 잊지 않았고, 또 내 결혼이 올해 10년이 되었다는 사실도 잊지 않고 있으니, 이 얼마나 대단한 남편인가... 라고 말하면 심각한 부작용을 피할 수 없는 시절이다.)

 

솔직히 결혼에 대해서 심각하게 생각해 본 적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그저, 연령이 차고, 좋아 하는 사람이 있고, 그러다 보면 같이 살고 싶고, 그러면서 가족으로 이뤄 살아 왔지, "결혼이란 무엇인가?"라고 심오한 대답을 찾기 위해 고민한 적은 없지 않았나 싶다.

 

얼마 전 부터 10년된 결혼기념일이 가까워 오면서, 일전에 배운 저 통계의 그래프가 생각난 이유는 무얼까? 생활에서도 교과서에서 배운 것을 응용하는 "대단한" 학생이어서 일까???

 

아무튼, 나는 결혼이라는 것도 저 리니어 리그레션의 그래프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X좌표와 Y좌표를 사이로 한 공간에 두 점이 있다면 그 관찰점을 바탕으로 해서 중간에 직선이 생기는데, 결국 결혼이라는 것도 그 두 점이 예측선인 그 직선으로 회귀하는 과정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었다.

 

 

 

결혼해서도 아무런 의견 차이를 발견하지 못하고, 그저 같은 직선위를 계속 행진하는 사람들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보통의 경우에는 20년 넘게 다른 환경과 사고를 갖고 살아 온 두 사람, 그것도 성이 다른 두 사람이 한 지붕 밑에 살면서 서로의 차이점 때문에 속상하지 않고 사는 경우가 많지 않다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다.

 

그렇기에 저 위의 두 점이 서로 떨어져 있듯이 여러 면에서 달리 놓여 있던 사람들이 부부가 되고, 그러면서 만들어진 그 가운데의 직선으로 회귀하는 과정이 바로 부부로서 살아가는 과정이 아닐까? 혹 어떤 부부에 따라서는 그 떨어져 있는 거리가 너무 멀어 서로가 회귀해야 할 직선으로 가는 과정이 오래 걸리고, 힘들 수 있고, 또 어떤 부부는 그 거리가 별로 멀지 않아 큰 어려움 없이 공통선에서 만날 수도 있을 것이다. 어떤 부부는 직선까지의 거리가 서로 달라서 한 점은 크게 어려움 없이 직선으로 도착할 수 있는 반면, 다른 한 점은 직선까지의 도착하기에 오래걸리기도 할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두 점이 만나기를 중도에 포기하는 경우도 물론 있다.

 

나와 아내가 아직 직선까지 도착했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고, 아직도 서로에 대해서 계속 발견하는 중이고, 서로에 대해 요구하고 양보하는 과정일 것이다. 어쩌면, 저렇게 수치로 뽑아내는 것과는 달리, 사람 사이의 문제는 저렇게 똑 떨어지게 중간에서 만나는 것도 어려운 일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다른 대부분의 인간관계와 마찬가지로, 부부 관계라는 것은 두 사람이 끊임없이 타협하고, 양보하는 과정일 것이다. 아마도 부부라는 것이 대화와, 타협과, 양보와 절충 등의 협상적 단어가 가장 많이 쓰이는 관계일 것이다.

 

돌이켜 보면, 분명, 나 보다는 아내가 더 많이 양보했을 것이고, 더 많이 인내했을 것이고, 더 많이 직선까지 와 주었을 것이다. 그리고, 아내는 인정하지 않을지 몰라도, 나도 양보한 적이 있고, 인내한 적도 있을게다. (과연 사실일까?)

 

결혼을 해서 나와 아내라는 두 점 사이에 어떤 과학적인 근거와 공식으로 그려진 가상의 직선이 있다고 할 때, 아직도 우리는 계속 리그레스 (regress) 해야 할 것이고, 어쩜 끝까지 그 가상선으로 리그레스 하는 것이 결혼생활일 수 있다. 힘들지 않게, 대화하고, 이해하면서 회귀하는 그런 부부로서의 삶을 갖고 싶다는 생각이다.

 


 

결혼 10주년이라 해서 고작 해 준 것이 "한국관"이라는 한국 음식점에 가서 족발과 짬뽕을 먹은 것이 전부였다. 한국에서 같은 메뉴로 결혼 10주년을 보냈다면, 리니어 리그레션이고 뭐고 며칠 동안 살벌한 분위기를 맛봐야 했을텐데, 그래도 여기서는 저런 메뉴가 (우리에게는) 고급메뉴다.

 

남들 다 해외로 신혼여행 가기 시작할 때, '좀만 기다려라, 내 해외여행 실컷 시켜줄께...' 큰 소리 치면서 제주도로 신혼여행을 갈 때도 별다른 말 없이 잘 따라 와 주었던 아내였고, 꼭 그 약속을 지키려고 한 것은 아니었겠지만, 그로부터 몇년 후에 실제 비행기 실컷 타는 "호강(?)"을 시켜 주었다. 

 

직장 다니면서 술 실컷 마시면서도, '걱정마라, 내 계획하는 유학갈테니...' 큰 소리 치면서 대담하게 술국을 요구했을 때도, 나의 능력을 과소평가하지 않던 아내였고, 그 술국 은혜 갚으려고 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로부터 몇년 후에 이곳으로 오는 "기적"을 체험케 해 주었다.

 

하긴, "시켜 주었다, 해주었다"라는 표현을 쓴다는 것은 틀린 말이다. 계속 같은 계획 안에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같은 호언장담을 한번 더 해야겠다.

 

'걱정마라, 지금 우리가 계획하는것 다 이루어지게 노력할테니...'

 

그리고, 수고하였고, 고맙다. 거의 모든 것에 대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