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MSL 얘기

정신 좀 바짝

남궁Namgung 2009. 12. 16. 02:04

 

드디어 한 학기가 끝났다. 잘 끝난 것인지, 어떠한지는 모르겠으나, 그래도 어제 마지막 과제를 제출함으로써 세번째 학기가 사실상 마무리 되었다. 아마도 학교 "건물"은 크리스마스 직전에나 닫을 것이고, 이번주 금요일로 공식적인 가을 학기는 마쳐지겠지만, 내 수강 과목은 모두 마쳤다. 

 

사실, 어제도 좀 황당하고, 생각해보면 한심한 일이 있었다. 월요일과 수요일에 수강하던 통계학 과목의 수업은 2주전에 끝났지만 마지막 페이퍼를 제출하는 것이 남았었는데, 나는 그 제출마감이 이번 주 수요일로 알고 있었다. 그 전에 6번 제출했던 모든 홈웍의 제출이 항상 수요일이었기에, 페이퍼 작성에 대한 내용이 있는 그 디렉션에도 분명히 월요일로 적혀 있는 그 중요한 사항을 흘려 보냈던 것이다. 너무도 당연히 생각했기 때문에 다른 친구들과 그 내용을 상의할 일도 없었고...

 

지난 주 토요일에 잠시 도서관에 가서 어느 정도 해 놓기는 했지만, 머리 속으로는 수요일 데드라인에 맞게 진척할 수 있게 스케쥴을 짜 놓았었다.

 

그런데...

 

아침에 항상 하던 그 단순작업, 데이터 입력을 하고 있는데, 같은 수업을 듣고 있으면서 나와 친한 티파니라는 흑인 여자애가 내 오피스에 잠시 들렀다. 그냥 지나는 길에 나와 마이크에게 인사라도 할 겸 들렀다며,  페이퍼 얘기를 한다. 그러면서 페이퍼를 어디에 제출하고, 어떻게 제출하는지 마이크에게 묻는다 (마이크는 작년에 이 과목을 수강했었다). 그래서 왠 소린가 해서 '넌 벌써 다 썼냐?'고 물었더니, 나에게 농담하냐며 되묻는다. 깜짝 놀라서, '무슨 소리냐?"고 물었더니, 오늘, 아니 어제가 바로 마감일이라는 것이다.

 

가슴이 철렁해서 그 페이퍼 작성 요령이 적힌 종이를 보니, 선명하게 12월 14일이 제출기한이라고 적혀 있다. 이런 이런... 놀리는 마이크와 티파니를 뒤로 하고, 당장 컴퓨터 랩에 가서 일전에 작성하던 내용 뒤에 허겁지겁 채워 넣었다. 정말이지, 토요일에 어느 정도 작성해 놓았기 망정이고, 평소 잘 오지 않던 티파니가 사무실에 들렀기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휴...

 

다행 점심도 (당연히) 거르고, 대여섯시간 매달려서 원래 계획했던 대로 마치기는 했다. 시간이 더 많이 있었더라도 어제 제출했던 것 보다 더 잘 되게 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되지는 않고, 내 아는 한도 내에서 쓸만큼 썼으니 다행이지만, 정말 이번 학기는 이전에 한번도 없었던 실수를 몇번이고 반복하게 된다.

 

아무래도, 좀 한가한 학기라고 해서 덜 긴장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고, 거기에다 수업도 어느 정도 따라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자만감에 덜렁덜렁 했던 것이 여실히 들어나는 일련의 사건들이다.

 

그래도, 다행 큰 사고(!) 없이 마칠 수 있어서 다행이었고, 운 좋게 나의 실수를 만회할 수 있도록 누군가 도와주는 사람들이 있어서 다행이었다.

 

아... 다음 학기에는 수강 과목도 많고 해서 빡빡할테니, 정신 바짝 좀 차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