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ings

Excellent Survival Strategy

남궁Namgung 2009. 11. 7. 00:20

작년에 처음 이곳으로 와서 공부를 시작할 때, 한 교수님과 얘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그 교수님으로부터 듣던 수업도 있었는데, 그수업관련해서 질문을 하러 갔는데, 처음 과정을 시작하던 때여서 다른 질문도 하고 그랬던 것 같다. 그러던 중, 나에게 어떤 분야에 관심이 있느냐고 물으신다. 그때 나는, (지금 생각하면 좀 우습기도 하지만), 나는 "Everything"이라고 대답했다.

 

특정 한 분야가 아니라, 범죄학이든 Criminal justice 든 모든 것들에 다 관심이 간다고 말씀을 드렸는데, 당시에는 사실이었다. 처음 과정을 시작하면서 얼마나 의욕이 앞섰던가... 글자 하나 하나, 단어 하나 하나가 얼마나 신기하고 읽고 싶었던가... 하지만, 그런 의욕이 조금씩 조금씩 무뎌지고, 꺾이면서, 얘네들은 왜 자기들의 연구 분야 (research interest)를 이력서에도 명시 하고, 서로 만나서도 자기 분야에 대해 대화하는지 조금씩 이해하게 되었다. 수십년간 Criminology나 Criminal Justice 분야에서 연구한 학자가 아니라면, 아니 그런 학자라도 모든 분야에 대해서 잘 알고 있기란 극히 어려운 일이고, 대개의 사람은 공부를 하다가 그 넓고 많은분야 중에서 특정 한 분야에 관심이 쏠리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란 것을 느끼게 되었다.

 

나 또한 처음에는 모든 분야에 관심 있던 것이 사실이기는 했지만, 이런 저런 수업을 듣고 글을 읽으면서, 아무래도 내 관심이 가는 것은 경찰 분야임을 알게 되었다. 물론, 일을 해 봤기 때문에 이 분야가 더 쉽게 이해되고, 글을 쓰더라도 비교적 수월함을 느끼게 되는 것도 사실이었다.

 

그래서, "배운 것이 도둑질이라고, 내가 주제를 정해야 할 것은 역시 이 분야인가보다" 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번 학기에 듣는 "교정학 (Correction)" 수업을 들으면서, "다른 분야도 흥미로운 것이 많다"는 "깨달음"을 갖게 되었다. 그저 교도소에 사람 가두고, 시간 되면 내 보고 하는 정도로 생각하는 "처벌"의 문제가 그보다 훨씬 더 "깊고 오묘한" 역사와 철학을 갖고 있다는 것을 몇몇 책을 읽으면서 느끼게 되었다. 특히, 다른 분야에 마찬가지로 미국의 교정정책의 문제를 다양한 각도에서 문제 제기하고, 해석하고, 대책을 내 놓는 과정들이 흥미를 끌기에 충분했다.

 

몇주 전, 수업시간을 위해 읽어야 할 책 중의 하나가 "Games Prisoners Play"라는 책이었다. 폴란드의 한 학생이 공산정권 하에서 정치운동을 하다가 적발되어 교도소로 가게 되었는데, 그 교도소에 있던 몇개월 동안 교도소 안에서 벌어지는 재소자들의 행태를 "게임이론"에 적용하여 해석한 것을 옮긴 책이다.

 

개인적으로는, 다른 책과 달리 솔직히 그렇게 재밌거나 흥미롭다는 생각을 갖지는 못했는데, 책의 도입부에 적은 다음과 같은 글이 인상적이었다.

 

Surprisingly, "researching prison” turned out to be an excellent survival strategy. Mentally, it kept me in good shape in the face of adversity – since adversity facilitated fast learning. My research spared me from the helpless repetitions of the “What-am-I-doing-here?” question that introspective characters like to invoke on life’s meanders. It helped me to socialize into my new role as an inmate and, at the same time, maintain a healthy distance from it. If you, my reader, are ever unfortunate enough to be jailed, I highly recommend the strategy of “researching prison.” (p. 3)

 

 

교도소 내에서 벌어지는 일을 논문을 쓰고자 미리 결심했기 때문에, 저자는 간수는 물론 재소자들에게도 그 사실이 적발되지 않도록 조심했어야 함은 물론, 벌어지는 사실을 명확히 파악하고자 "특별한 눈"으로 관찰해야 했는데, 그렇게 교도소를 연구하고자 하는 태도가 교소도에서 살아남는데에도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큰 어려움이 있어도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정상적인 상태를 유지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는 것이다. 또한 다른 죄수들과도 "건강한 거리를 유지"할 수 있도록 도움이 되었다며, 독자들 중에도 혹 교도소에 갈 일이 있으면, 교도소를 리서치 해 보라고(!) 권한다.

 

이런 접근방법이 꼭 연구에만 국한 되지는 않을 것이다. 직장 생활을 하던 중, 혹은 가정이나 종교적인 무슨 일을 하던 중에라도 불연듯 "내가 왜 이 일을 하고 있지?"라는 생각이 드는 경우가 종종 있다. 너무 오랫동안, 그리고 아무 생각없이 일상에 묻혀 있을 때 더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또, (내가 여기서 공부하는 경우 같이) 크게 결심하고 어떤 일을 새로 시작할 때는 그렇지 않다가, 시간이 조금 지나고 그런 "새로운" 환경에 어느 정도 적응되면 또 다시 새로운 것들이 평범한 일상이 되면서 "내가 뭐 하고 있지?"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그럴 때마다, 생활 자체를 리서치 한다는 자세를 갖는 것이 좋겠다고, 저 단락을 읽으면서 생각해 봤다. 운전을 하든, 공과금을 내든, 도서관에 가만 앉아 있든, TV를 보든, 이곳 생활 자체를 리서치 한다는 태도로 살면 저 글에서 나오는 것처럼 "엑설런트 서바이벌 스트래터지"가 될 수도 있을지 모른다. 멍하니 수동적으로 받아들이지 말고, 얼토당토 하지 않더라도 보이는 것, 들리는 것에 그럴 듯한 의미를 부여하는 버릇을 가지는 것이 내 육체적 정신적 건강에도 좋을 듯... 그렇다면 이 블로그는 나의 일종의 "리서치 페이퍼" 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