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행위
책에 관한한 나는 좀 대책이 없는 편이다. 대단히 많이 읽는 편도 아니고, 그렇다고 책을 정독하면서 작가가 전하려는 의미를 최대한 곱씹는 편도 아니다.
하지만 유독 책에 욕심이 많은 편이다. 읽지도 않으면서 책장이나 책상에 많이 꽂아 놓는 편이고, 서점에 갈때마다 내게 그리 필요하지 않을 듯한 책들도 많이 사서 그냥 "고이 간직"하기만 한다. 여기서는, 많은 책을 살 형편이 되지 않아 거의 대부분 도서관에서 빌려 오는 편인데, 우리대학 도서관이나 (캔자스, 롤라, 콜롬비아의) 다른 미주리 대학 (University of Missouri) 캠퍼스의 책은 대개 6개월까지 대출할 수 있고, 대출 권수에도 제한이 없어 말 그대로 "닥치는대로" 빌려다가 쌓아 놓는 편이다.
수업을 위해 다른 책을 읽다가, 혹은 잡지나 다른 책들을 읽다가 조금이라도 "구미가 당기는" 책이 있으면 얼른 대학 도서관 홈페이지를 검색해서 바로 대출하거나, 다른 대학으로부터 대출을 신청해 놓는다.
솔직히 그렇게 해서 대출한 책을 다 읽지 못한다. 많이 읽어야 도입부에서 제시하는 주요 내용을 읽고, 조금 더 읽는 책은 마지막 부분에서 정리 해 놓는 것까지 읽는 정도가 전부다.
그래도 책상 옆에 책을 잔뜩 쌓아 놓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괜히 곳간에 쌀을 많이 쌓아 놓은 듯 싶고, 김장독에 다양한 종류의 김치가 가득차 있는 기분이다.
또, 다 읽지는 못하더라도, 이름만 듣던 책을 직접 손으로 만지는 그 물리적 행위도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어제도 유빈이 데리고 집근처 도서관에 가서 최근에 발간된 인기 도서 몇권을 빌려 왔는데, 묵직한 책을 뒤적이는 기분이 참으로 좋다... (책을 읽어야 한다는) 가을이라 더 그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