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인트루이스(St.Louis) 정착기

이렇게 가을이 깊어간다...

남궁Namgung 2009. 10. 25. 07:31

 

이제 조금이라도 시간이 되고, 체력이 허락하면 긁어야 한다. 박박 긁어야 한다. 

 

며칠새 비도 많이 오고, 바람이 세게 부는 날도 있더니 앞마당, 뒷마당, 옆마당 할 것 없이 낙엽이 꽤 많이 쌓여있다. 내 성격 같아서는 발목이 쑥 들어가도록 쌓아 두고 싶건만, 지역민의 요구(?)도 있고, 나중에 한꺼번에 하자면 그만큼 더 힘이 들듯 하여 오늘, 이 볕 좋은 가을 날에도 갈퀴로 박박, 벅벅 낙엽을 긁어 담았다

 

도토리가 많이 떨어져 있는 것을 보면 도토리 나무인 듯 하다. 엊그제 혜빈이네 유치원에서 뒷마당에 낙옆 두세장을 주워 보내라면서 그 나무 이름도 같이 써서 보내 달라는 레터가 왔다. 그 겸에 영어 단어 하나 더 외우게 되었고... 도토리 나무는 에이컨 트리 (Acorn Tree)라고 한다. 근데, 이렇게 큰 도토리 나무가 다 있나... 밤에 자다 들으면 지붕위로 도토리가 한두개씩 툭툭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기도 한다.

 

 

 

다 긁으면 저 정도씩 된다. 주말이라고 해서 어제 저녁에 기네스 캔을 몇개 비웠더니 오늘은 힘에 부쳐 뒷마당만 긁었다.  

 

 

저 빈 휴지통에 담아 내 놓기도 하고, 비싸지 않게 파는 종이 봉투에 담기도 한다.

 

낙엽 긁다가 생각하니, 이렇게 좋은 날, 저렇게 보기 좋은 단풍들을 사진에 담아 놓은 기억이 없다. 그래서 카메라를 들고 길가로 가서 집에서 바라본 앞, 위, 아래 등등을 찍어 봤다.

 

 

 

아... 이렇게 보기 좋은 가을 날의 풍경인데, 내 눈은 왜 저 바닥에 떨어진 낙엽에 자꾸 돌려지는 것이지...

 

 

카메라를 쓰레기 통에 잠시 올려 놓으려고 봤더니 사마귀가 올라 와 있다... 참 오랜만에 보는 거다. 성룡 나오는 비디오에서 봤던 사마귀... 어릴 적 친구들과 사마귀 잡아 손가락에 난 사마귀에 대면 그것을 떼어 먹는다고 해서 자꾸 입을 대어도 내 사마귀는 먹지도 않더만... 근데, 참 요즘 애들은 사마귀가 없는 것 같다... 그럼, 저 사마귀는 뭐 먹고 사나...

 

 

이게 바로 에이콘 (acorn)이다.

 

와... 긁다가 하늘을 쳐다 보니 저 누런 잎들이 나를 비웃고 있는 것 같았다. 저 놈들이 다 떨어져야 하는데... (여기부턴 유빈 작가 촬영 작품)

 

 

 

 

 

 

 

 

 

이렇게 가을이 조금씩 저물고 있다.

 

힘들기는 하지만, 사실 낙엽 긁는 일이 그리 나쁘지만은 않다. 운동 하지 않는 내게 적당한 수준의 체육활동을 제공하고 있고, 낙엽을 긁어 담을때 맡는 적당한 나무 냄새와 흙먼지 냄새가 향긋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무엇보다, 책 읽는 것, 공부하는 것과는 달리 하면 한 만큼 바로 성과가 눈으로 보인다. (금새 그 성과가 다른 낙엽에 의해 뭍히기는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