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현 사는 법

게리 무어 효과 (Gary Moore Effect)

남궁Namgung 2009. 10. 15. 12:06

 

 

 

아주 대단한 명작을 우연하게 만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내겐 "게리 무어 (Gary Moore)"가 바로 그랬다. 얼마전 영어책도 기숙사에서 우연히 주웠다고 했는데, 게리 무어도 비슷하게 만나게 된 경우다.

 

학기가 바뀌면 기숙사 (생활관이라 불렀다)를 옮기곤 했는데, 내가 옮겨간 방에 굴러다니던 테이프가 바로 게리무어 것이었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누구 것이었는지 찾아 주기 어려웠거나 소유권 포기가 확실했던가 했었을 것인데... 테잎 상태도 괜찮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지금도 그 음악가를 잘 안다고 말할 수 없지만, 그때는 이름도 보도 듣도 못한 사람이었다. 

 

당시 갖고 있던 카세트에서 틀어 보고 처음엔 시큰둥 했었는데, 그 후로 계속 들으면서 게리 무어의 음악을 아주 좋아하게 되었다. 일렉트릭 기타 (사실 일렉트릭 기타인지도 잘 모른다. 그저 그렇게 짐작할 뿐)로 하는 연주와 그의 특유의 목소리로 부르는 노래는 들으면 들을 수록 중독성 있는 그런 음악이었다. 

 

문제는... (이걸 문제라고 해야하는지 모르겠지만) 그의 음악은 주로 기분을 촥... 가라앉게 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좋게 말하면 감정을 차분하게 한다고 할 수 있겠고, 부정적으로 말하자면 말 그대로 촥... 깔아지게 한다.

 

Still got the blues, Empty rooms, Always gonna love you 등 내가 좋아하는 노래, 음악 대부분이 그렇다.

 

 

대학때 우연치 않게 내 손에 들어온 그 테잎을 참 오래도 갖고 있었고, 그 후 대전으로 와서 얼마전까지만 해도 계속 차에 두고 들었다. 그런데, 출근할 때 집에서 출발하면서 그의 음악을 듣노라면, 들을 때는 좋은데, 직장에 도착해서 내릴 때가 되면 벌써 기분이 촥... 가라앉아 있는 경우가 생기곤 했다. 가사도 꽤 많이 외워서 크게 따라 부르며 출근하곤 했는데, 부르고 들을 때는 음악에 빠져있어서 잘 모르다가 차에 내릴 때는 침울해 있을 때도 있었다.

 

언젠가 읽은 글 중에 가수 조용남씨는 차에서 군가를 듣는다고 하더니, 정말이지 내가 기분이 좋아 흥겨운 음악을 듣고, 내 기분이 좋지 않아 차분한 음악을 골라 듣는 경우도 있겠지만, 좋은 기분이다가도 음울한 음악을 듣게 되면 그에 맞춰 기분이 조정되기도 하는 것 같다.

 

 

차를 몰고 주중에 매일 학교로 나가면서 차에서는 주로 라디오를 듣는 편이었다. NPR이라는 공영방송은 광고도 없고, 주로 뉴스나 대담 등 시사적인 내용만 전달하기 때문에 미국이나 세계 돌아가는 것도 알수 있고, 영어 공부도 한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예전의 "게리무어 효과" (내가 만들어 낸 용어다)가 생기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촥... 가라앉게까지는 않하더라도, 하루를 시작하는 아침에 활기를 불어 넣게 하기는 좀 약하다는 생각...

 

그래서 라디오 채널을 돌리다가 컨트리 음악과 R and B 채널이 있음을 발견하고 요즘은 종종 그 채널을 돌리면서 학교에 가고, 집에 올때도 그 채널에 맞춰 놓곤 한다.

 

효과?

 

군가에 비하지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스스로 평가하기에는 긍정적이다. 고속도로를 달리면서 (잘 모르는 음악이더라도) 컨트리 음악을 듣고 있노라면 정말 여기가 미국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고, 기분이 약간 업! 된다는 생각도 든다.

 

보이는 것과 들리는 것과 냄새맡아지는 것 등등이 이렇게 사람의 기분을 좌우하게 하니, 이런 것을 초월하려면 얼마나 더 깨닫고 초월해야 하는 것인지...

 

(** 아직도 나는 게리 무어의 음악을 좋아한다. 그래봐야 내가 그때 주웠던 테잎 (Ballads & Blues)에 있던 음악이 전부일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그 테잎에 있던 모든 음악과 노래를 좋아했다. 따라서 "게리 무어 효과"는 그의 음악을 폄하하려는 것이 아니다. 출근할 때가 아니라면 언제든 매료되게 만드는 음악들이다. 아래 들어 보면 아실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