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어줘?
일전에 같이 근무하던 선배님께 이런 말씀을 들을 적이 있다. 고등학생인 자제분이 뭐를 하고 싶다고 확실히만 말하면 그것이 미술이든 음악이든 시킬텐데, 도대체 무엇을 하고 싶은지 모르는 것이 더 답답하시다는 것이었다. 그 선배께 나도 그런 점이 우리 교육의 큰 문제가 아닌가 싶다며 크게 공감한다 말씀드렸던 기억이 있다.
사실, 많은 사람들의 진로가 (대학교를 입학하는 경우) 고등학교에서 대학으로 진학하면서 무슨 전공, 어느 학교를 선택했느냐에 의해 결정되는 경우가 꽤 많다. 물론 어렸을 때 선택했던 것이 자기 길이 아님을 일찍 깨닫고 다른 길을 걸어 성공하는 사례들을 직접 보거나, 미디어를 통해 접하기도 하지만, 주위 사람들을 보면 그렇게 흔한 경우는 아닌 듯 싶다.
그런데, 나도 중고등학교 시기의 그 중요성에 비해 다양한 직업 세계에 대해서 교육을 받거나 정보를 접한 기회가 많지 않았던 것 같고, 그 선배님의 말씀을 들어 보니, 지금의 학생들도 사정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은 듯 하다.
지금도, 혹은 지금은 이전 보다 훨씬 더, 부모의 교육열이나 관심, 재력 등에 따라 학원을 다니고, 여러 형태의 사교육을 받다가, 결과물로 나오는 성적에 따라 학교, 전공 등을 (대개는 부모가) 결정하는 과정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사실 되돌아 생각하면 나도 내가 뭘 하고 싶었었는지 모르겠다. 막연히 선생님이 하고 싶다가, 치의사를 하고 싶다가, 컴퓨터 프로그래머 같은 사람도 되고 싶었다가 결국은 지금까지 왔지만, 그런 나의 선호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이었던 것은 아니었던 듯 하다. 또, 지금까지 내가 직업으로 갖고 했던 일들 중, 비행기 타고 공부하러 다닌 것 외에는 내가 하고 진정 하고 싶은 것들이 있는지 자신할 수 없다.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직업이 많고, 그런 직업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어떻게 살고 있으며, 그렇게 살면 뭐가 좋고, 뭐가 불편한지... 이런 정보는 기껏해야 나의 부모나 형제, 혹은 가까이에 있는 분들이 사는 모습이나, 영화나 텔레비젼에서 보이는 추상적인 정보를 통해서 얻는 것이 대부분 아닌가 싶다.
나는 개인적으로 나의 지금 모습에 크게 후회하거나 실망하지는 않는데, 그 이유 중 하나가 "지금 이 일 아니면 네가 진정으로 하고 싶었던 일이 무엇이었냐?"고 누가 물을 때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이 아직도 없다는 점 때문이다. 상투적인 표현이겠지만, 이제는 처자식 먹여 살려야 하는 한 집안 가장이라는 중책을 갖고 있으면서 정말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있더라도 함부로 그 일을 선택하기도 어려운 처지이기도 하다.
어제 새로 배달된 TIME을 보니, 한 다큐 감독의 인터뷰가 실려 있다. 사실은 이름도 얼굴도 처음 본 사람인데, 미국의 국립공원에 관한 다큐가 내일 (9. 27) 개봉된다고 한다. 그 인터뷰 중 영화 촬영을 하는 일에 들어 선 계기가 나온다.
"어머니가 어렸을 때(11세)에 돌아가셨는데, 그 몇년 후 아버지와 함께 밤 늦게 영화를 보다가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도 울지 않으셨던 아버지가 영화를 보면서 우는 모습을 봤다. 13살 혹은 14살이던 그때, 영화의 큰 힘을 알게 되었고, 아버지가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공간이 바로 영화라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바로 그때 그 자리에서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 되겠다고 결심했다"
나는 이런 얘기를 들을 때마다 그런 사람은 진정 행복한 사람이 아닌가 하고 부러움을 느끼게 된다. 그 일이 명예롭거나, 돈을 많이 벌거나, 남이 부러워하거나, 인기가 많거나 하는 등 따위는 솔직히 관심이 없다. 단지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는 일찍 발견하고, 그 일을 하고 싶어 배우고, 결국은 그 일을 하게 되는 인생은 얼마나 갚진 일이까...
나는 이제 그런 기회를 찾기 보다는,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 중에서 행복을 의도적으로 찾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 내 옆에는 나의 모습을 보고 그들의 미래를 결정할 수도 있는 아이들이 둘이나 있다. 가급적 다양한 정보와 자극에 노출 시켜 진정 자기들이 원하고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일찍 찾게 한다면 그보다 더 소중한 교육도 없을 것이다.
아... 근데, 나도 같이 영화 보면서 한번 울어 줘야 되나??
What first led you to film?
Lindsey Smith Hull
ROANOKE, VA.
My mother died when I was 11. Several years afterward, my father let me stay up late at night to watch movies on TV, and I watched him cry for the first time. He hadn't cried at her funeral, and I suddenly at age 13 or 14 realized the huge power of film, that here was the place that he felt he could express emotions. I vowed right then and there that I wanted to be a filmmaker.
From "10 Questions for Ken Burns" (TIME, Monday, October 05, 2009)
http://www.time.com/time/magazine/article/0,9171,1925980,00.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