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인트루이스(St.Louis) 정착기

헤어질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남궁Namgung 2009. 9. 8. 13:47

 

 

일전에 이곳에서 정착해서 사시는 분에게 이런 말씀을 들은 적이 있다.

 

최근에 한국에서 1년 내지 2년 정도의 단기로 유학을 오시는 분들이 꽤 되는데, 처음에는 그런 분들과 정들어 지내다가 헤어지는 것이 너무 힘들어서, 그 후로는 되돌아 갈 분들에게는 쉽게 맘 주지 않으신다며 농담투로 하신 말씀이었다.

 

사람 사는 곳 어느 곳이건 만나고 헤어지는 일 없는 곳이 어디 있을까마는, 그래도 학교가 있는 미국 대부분의 도시에서는 유학생들이 오고 가는 일이 많으니, 그에 따라 만나고 헤어지는 일도 잦다. 이제 1년 지난 이곳 새내기가 이런 말 하기에는 쑥스러울 정도이나, 그래도 최근에 가깝게 지내던 분들이 귀국하시거나 다른 도시로 가시는 것을 보면서, 일전에 말씀하신 그 분 말씀이 조금이나마 이해가 되었다.

 

얼마 전에는 대전에서 오신 이 선생님이 귀국하셨다. 우리와 비슷한 시기에 오셨었는데, 내 어머니가 지금 살고 계신 아파트 옆 단지에서 살고 계셨었다. 이런 저런 계기로 자주 만나게 되었고, 가끔 맥주도 한잔 하고, 한번은 아이스하키장을 구경가자시며 티켓을 끊어 주셔서 둘이 같이 구경을 가기도 했었다. 공원에 두 가족이 같이 나가 바베큐를 해 먹고 오기도 하고, 양쪽 집을 오가며 밥과 와인과 대화를 참으로 많이 나눴다. 아내도 그 사모님과 자주 만나면서 정이 많이 든 것으로 알고 있는데, 미리 언제 출국하시는지 다 알고 있고, 맘으로 준비를 하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서운함의 크기는 작아지지 않는 모양이다.

 

오늘도 소 선생님이 다른 도시로 떠나셨다. 작년에 내가 왔을 때 와슈 도서관 앞에서 처음 뵌 것을 시작으로, 엄슬 도서관 3층 화장실 앞 자리에서 일주일에 몇번이고 만났던 "동창" 이기도 한 분인데, 오늘 또다른 도시를 "접수"하러 장도에 오르셨다. 그간 나이 어린 내게 잘 대해주셔서 참으로 고맙기도 했고, 보이게 보이지 않게 맘 써주시는 것이 감사했었다. 특히나 최근에는 만날 기회도 많아 서로 얘기를 자주 나누면서 정도 많이 들었는데 참 섭섭했다.

 

언제 보자, 어디서 있으니 자주 만날 수 있을것이다, 놀러 가서 보자는 등의 말, 어찌 보면 제일 무난한 인사 말이지만, 그 말 그대로 다시 만남이 쉽게 다시 이뤄질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어쩌면 제일 가까이 있는 전화기 다이얼 몇번 누르는 일도 제대로 못하는 경우가 허다한데, 그보다 훨씬 더 어려운 약속들이 쉽게 지켜질 수 있을지 어찌 확신할 수 있을까...

 

그래도 만남과 헤어짐이라면 항상 생각나는 시, 한용운의 "님의 침묵"을 지금 다시 찾아 읽어 보니 역시나 명문이라고 생각되어지는 이 시 중에 아래 문구가 있다.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헤어질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정다운 얼굴들, 정들었던 만남들을 나와 내 가족에게 있어서 추억이 자리잡는 공간 중요한 자리에 그 아름다운 기억들을 남겨 두고 싶다. 그리고, 우리도 다시 만날 것을 믿슙니다!

 

 

이 선생님! 건강하시고 승승장구하시고, 셋째 "아들" 건강하게 잘 키우시길 바랄께요.

 

소 선생님! 새로운 도시에서 더욱 발전하시고, 뜻한 바 모두 성취하시길 바랄께요.

 

두 분 가족께 정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