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인트루이스(St.Louis) 정착기

Grass is greener on the other side of the fence.

남궁Namgung 2009. 9. 8. 10:10

 

한가했던 휴일, 이것저것 그간 처리 못했던 일을 하고, 오후에는 한국 영화 "과속 스캔들"을 봤다. 영화 자체도 볼 만했는데 (개인적으로는 별 세개 반 정도), 영화 장면에서 여주인공이 일하던 그 식당의 풍경이 왜 그리도 부럽던가. 푸른색 소주병이 좌석 테이블 위에 놓여 있고, 삼삼오오 모여서 얘기하는 그 장면은, 화면상에서 그리 오래 나오지도 않았는데도 침이 꼴깍...하고 넘어 가는 것을 보니 아직 미국 생활에 완전 익숙해진 것은 아닌가 보다.

 


 

이제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영어 표현이지만, 서양에서 자주 쓰는 표현 중에 "Grass is greener on the other side of the fence."라는 말이 있다.

 

우리말로는 주로 "남의 떡이 커 보인다"고 해석되어지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주로 다른 사람이 소유하고 있는 물건이나 처지 등이 (별 차이 없이 비슷해 보일 수 있음에도) 내가 갖고 있는 것보다 더 좋아 보일때 쓰는 표현인 것 같다. 동양, 서양의 문화적, 지역적 차이에서 표현하는 방법은 저렇게 조금 달라도, 사람의 마음은 어디든 비슷하지 않을까.

 

그런데, 이 집으로 이사 오면서, 그런 비유적 표현으로서가 아니라 실제 그 문구 그 의미 그대로도 자주 사용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종종 하게 된다. 아파트에서 살 때는 앞 뜰, 뒤 뜰 관리를 부동산 중개소에서 다 처리해 주기 때문에 잔디가 잘 자랐는지, 언제 깎아야 하는지, 낙엽이 많이 떨어졌는지, 낙엽으로 인해 지저분해 보이는지 신경쓸 일이 전혀 없었다.

 

하지만, (당연히도) 집에 딸린 앞 마당과 뒷마당을 관리해야 하는 입장이 되어 보니, 그 일이 녹록치 않은 것임을 몸으로 느껴야만이 된다. 하우스에 사시는 다른 분들로부터 정원일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종종 들어왔기에 어느 정도 각오(!)는 해 왔지만 일을 조금씩 하면서 하우스 사는 일에 적응해 나가는 과정에 땀을 많이 흘리게 된다.  (** 다행 시골에서 나온 "행운"으로 중고등학교때 "농업" 수업을 들으면서 학교 내외에서 이런 저런 "삽질"과 "빗질" 종종 해 온 것이 요즘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려나...)

 

하우스와 하우스가 조금씩 떨어져 있기는 하지만, 정말 좌우의 옆집과 잔디 상태며 낙엽 청소 상태 등이 비교되기 때문에, 대충이라도 따라 가야한다는 심리적 압박을 느끼는 경우도 많다. 지난 번 잔디 한번 깎아 놓고는 다시 무관심 모드로 들어 갔었는데, 여름부터 이제 가을 초입까지 떨어진 낙엽이 꽤 많아서 다시 옆집과는 확연하게 비교되는 수준으로 들어간지 며칠되었다.

 

그래서 레이버 데이 (labor day) 유일이었던 오늘, 작심하고 낙엽 칼퀴 (rake)와 낙엽 등 정원에서 나오는 것을 담는 큰 종이 봉투 (yard waste bag)까지 사와서 뒷 뜰과 앞 뜰 일부의 낙엽을 치웠다. (지난 번 잔디 깎을때 심하게 "데었기" 때문에 오늘은 너무 욕심 부리지 않고, 천천히 힘을 조절하면서 다음에 할 일부를 남겨 두었다.)

 

한 시간 반 정도가 소요되었나... 열심히 긁고, 긁고, 또 긁고, 긁어진 것을 종이 봉투에 담고, 담고, 또 담았는데도... 아... Grass is greener on the other side of the fence다! 그렇게 치웠는데도, 막 청소를 끝낸 나의 뒷뜰이 좌우 옆집과 비교해서 그리 깨끗해 보이지 않는다. 어쩔꼬... 그래도 치우기 전보다는 훨씬 낫다는 자체 평가로 만족을 하고, 남은 앞뜰은 이번 주말경에 다시 하자는 생각으로 마쳤다.

 

들어 오기 전에, 오늘 LA로 떠나신 분 가족이 귀하게 키우셨던 깻잎 나무를 캐와서 뒷뜰 일부에 심었다. 하우스로 오면서 깻잎, 상추, 고추, 파 등은 직접 키워 보자는 야심(!)이 있었는데, 깻잎 일부로 일부 실행에 들어 간 것이다. 출하량을 봐서 다음 파종 대상과 규모를 결정해 보리라. 

 

 

 

<유빈이도 "삽질"에 동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