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경찰 생각

Stupid Act?

남궁Namgung 2009. 7. 26. 14:40

 

최근 미국 뉴스에서 화제가 되었던 것 중의 하나는 오바마 대통령의 한 마디, 바로 "acted stupidly"라는 것이었다. 미국 뉴스도 거의 실시간으로 제공하고 있는 대부분의 우리나라 뉴스 사이트에서도 이미 대부분의 내용이 알려져서 보도되었던 것을 보았다. 

 

미국 의료보험제도를 개혁하려고 박차를 가하고 있는 오바마 대통령이 말 그대로 프라임 타임 시간대에 하던 기자회견 중에 자신의 친구인 하버드대 게이츠 교수가 소란죄로 체포되어 수갑을 차고 연행된 사건에 대한 소견에 대한 답변이 바로 문제라면 문제가 되었다. 

 

게이츠 교수는 자신의 집 열쇠가 없는 것을 알고는 열쇠를 부수고 자기 집으로 들어 갔는데, 인근 주민이 그것을 보고 도둑이 드는 것으로 오인하여 신고하였고, 현장에 출동했던 (백인) 경찰관이 그 교수를 소란죄 (disorderly act)로 체포했던 것이다.

 

오바마 교수는 자신이 사실 전체를 알지 못하고, 게이츠 교수가 친구라는 점을 밝히면서 자신의 견해에 편견이 있을 수 있지만, 자신의 집에 들어가서 신분을 밝힌 게이츠 교수를 체포한 행위는 "멍청한 행위"였다고 말했던 것이다.

 

그러지 않아도 흑인 대통령으로 당선되었으면서도 인종에 대한 발언을 거의 자제하던 터였고, 사용한 단어가 아주 "과격"했기 때문에 며칠간 뉴스 대부분에서 크게 다뤄졌다.

 

신문마다 사실 관계에 대한 보도가 구체적이지는 않지만, 그래도 이 "사건"을 놓고 몇가지 생각해 볼 수 있는 점이 있다.

 

물론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미국 내 인종 문제의 복잡성일 것이다. 흑인이건 라티노건 아시안이건 미국 내 대부분 체제 내에 진출해서 다양하게 활동하고 있지만, 그래도 모든 사회적 신분을 떠난 피부 색과 외모에 대한 편견, 그리고 그런 편견을 작용하고 있다는 패배감 내지는 박탈감은 아직도 미국 사회에 견고하고, 경찰의 법집행에서 그런 충돌이 가장 극단적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하버드 법대 교수라고 하더라도 흑인이었던 그 교수는 자신에 대한 법집행이 흑인이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을 수 있고,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백인 경찰관은 상대가 백인이었어도 똑같이 했을 행동을 했어도 그것이 인종에 근거한 법집행 (racial profiling)이라는 오인을 받는 것이다. 물론, 그 경찰관이 법집행 과정에 인종을 고려했는지는 모르지만, 그에게 가장 유리하게 해석하더라도 여전히 상대인 소수인종들은 그들에 대한 (특히 백인 경찰관의) 법집행이 의식 무의식적으로 편견에 사로잡혔다고 생각하고 있다.

 

또 한가지, 미국 경찰 제도에 관한 것이다. 우리는 국가경찰체제이고, 경찰수장을 대통령이 임명하기 때문에 결국 경찰 피라미드의 제일 꼭대기에는 대통령이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렇기에 경찰 법집행 과정에 생긴 불상사로 인해 대통령이 사과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비판 중 일부는, "왜 대통령이 지역 문제에 왈가왈부하냐"는 것이었다. FBI 같은 연방 수사관이면 몰라도, 지역 주민들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지역 경찰의 법집행, 그것도 흑백이 분명하지 않은 사건에 대해 대통령이 발언하는 것을 두고 행해지는 비판은 미국 경찰제도의 특수성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한가지 더 붙이자면, 경찰관의 재량과도 관계있는 경찰에 대한 태도 (demeanor) 문제다. 지난 학기 경찰학을 가르쳤던 교수의 전문 분야 중에 하나가 바로 시민이 경찰에게 보이는 태도에 대한 문제였다. 즉, 범죄의 경중을 떠나 경찰관의 지시에 순순히 따르고 고분고분한 태도를 보이면 똑같은 범죄의 경우,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서 덜 중한 처벌을 받게 된다는 주장이 타당한지의 여부에 관한 문제다. 과연 그럴까? 똑같이 100만원을 훔치다 현장에서 체포된 한 동일한 조건의 두 사람이 있을 경우, 한 사람은 경찰관에게 고분고분하고 다른 한 사람은 반항적이었다면, 반항적인 피의자가 경찰에서 받는 처분이 더 중할까? 여기서 가르치던 교수는 그렇지 않다는 입장이었고, 그렇다는 입장도 많이 있었다. 중요한 것은 그런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제시하는 근거들이었다. 단순히 몇몇 독특한 사례나 개인 주장이 아니라, 다양한 데이터와 복잡한 통계 수식을 동원해서 그야말로 "과학적"인 근거를 제시하며 서로의 주장을 제시하는 것에 신선한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 사회과학 많은 논란이 그렇듯이, 아직 명확하게 시민의 경찰에 대한 "demeanor"가 중요한 요인 중의 하나라고 결론 내릴 수는 없지만, 하버드의 내노라하는 교수도 수갑에 차여 체포되는 사건에서 과연 그 교수의 "demeanor"가 어떤 큰 결정적인 작용을 하지 않았나 생각해 보게 된다.

 

미국은 복잡한 나라다. 다양한 인종과 서로 다른 정치 사회 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한데 어울려서 (아직까지는) 세계 최강국을 이끌어 나가고 있다. 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서로 다른 차이점들로 인해 많은 사건과 논란들이 제기되고 발전하고 해결되거나 악회되거나 그냥 문제인채로 물밑에 잠기게 된다. 이번 하버드의 흑인 교수가 체포된 사건과 그에 대한 대통령의 발언, 그리고 그를 둘러싼 논란은 반드시 경찰의 법집행 문제 뿐만 아니라, 미국 사회의 복잡성, 그 중에서도 인종 문제의 민감성을 다시 한번 알려 준다. 그리고, 다른 많은 나라와 마찬가지로, 미국도 여러가지 사회 문제점이 가장 극명하게 제기되는 곳 중의 하나가 바로 경찰 법집행 장소라는 것도 절감하게 된다.

 

 

 

 

 

 

 <TODAY라는 프로그램에서 방영한 부분을 일부 잘라서 편집해 봤다.>

 

 경찰의 불심검문에 대한 일부 기사. 한마다로, 알아야 당하지 않는다! (http://www.slate.com/id/22233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