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스켓 세개
텅빈 식당 테이블에 좀 깨끗한 조화라도 병에 담아 세워 놓으면 좋아 보인다. 꼭 꽃을 좋아해야 그런 것이 아니라, 비어 있는 공간을 적당히 활용하면 같은 공간을 다양한 방법으로 다르게 효과를 낼 수 있는 경우가 많다.
이사를 하기 전 집을 밖에서 보고는 좀 "우중충하다"는 생각을 가졌었다. 집 외벽에 칠해진 색깔도 그렇고, 그외 집 주위 이것 저것이 그리 맘에 쏙 들지는 않았다. 주위 분 중에서는 집 밖에서 보고 우회적으로 잘못된 결정 아니냐는 조언을 하시는 분들도 있을 정도였다. 나와 아내는 잠깐 세들어 사는데 무슨 상관이겠냐 싶어 집 안 구조나 사는데 편리성 등 "실용"에 주안점을 두고 결정을 했다.
그러면서도 이사를 하면 집 정면에 바스켓에 담긴 꽃을 사서 걸어 놓아야 겠다고 생각을 했고, 차를 타고 다니면서 실제 그렇게 해 놓은 집들을 보면서, 우리 집도 아마 저렇게 좀 그럴싸 해 보일 것이라는 기대도 했었다.
오늘 잠시 밖에 나갔다가 돌아 오면서 꽃집에 들러 세일하는 꽃 세개를 샀다. 철제로 된 바스켓은 이미 몇주전 거라지 세일에서 아주 싸게 사 놓은 것이 있었고, 거기에 담아 걸어 놓을 계획이었다.
집으로 가져 와 뒷마당 구석에 있는 흙을 그 바스켓에 담고, 플라스틱 화분에 담긴 꽃을 옮겼는데... 어라... 무게가 장난 아니다. 이 무게를 걸어 놓으면 몇분 안되어 뚝 떨어진 정도로 묵직하다. 아내와 상의한 끝에 다시 흙을 퍼내고 화분에 꽃을 다시 담아 화분만 그 안에 넣는 식으로 결정했다.
무게가 한결 가벼워 지고, 밖에서 보면 흙으로 채웠는지 화분채인지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다. 그래서 그렇게 하기로 결정하고, 집 정면 처마 밑에 못을 박아 걸었다. 일단 세개를 걸어 보았는데, 바스켓 중 하나의 상태가 좋지 않아 다음에 꽃집에서 바스켓 안을 채울 재료를 사면 다시 걸기로 하고, 일단 두개만 걸어 놓았다.
결과? 한결 낫다. 고작 꽃 바스켓 두개로 뭐 대단해 질 수 있겠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 내 맘에는 쏙 든다.
또, 결론적으로 흙을 사용하지는 못했고, 또 흙을 만져봤어야 얼마되지 않는 양을 짧은 시간동안 작업한 것이지만 오랫만에 맡은 흙냄새도 아주 기분을 유쾌하게 만들었다. 꼭 채소밭을 가꿔야겠다는 강한 욕망을 갖게 하는 냄새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