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Geography Of Time
리서치 방법론 책을 읽다가 추천하는 책 중의 하나이기에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읽어 보았다.
제목 (A Geography of Time)에서말 하듯이, 시간 (time)에 대한 책이다. 전 세계의 서로 다른 나라, 혹은 문화 속에서 서로 다른 사람들이 시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저자인 교수가 직접 여행하면서 경험한 것이나, 다른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서 간접으로 알게 된 사실, 그리고 여러가지 자료를 근거로 시간에 대해서 "연구"한 책이다.
영어를 처음 배우면서 "몇시이다"라는 표현 중에 "o'clock"이라는 것이 있는데, 중학교때 이것이 무엇의 줄임말인지, 혹은 처음부터 그냥 그 자체로 한 단어였었는지 궁금해했었다. 물론 그 답을 찾기 위해서 선생님들께 문의하거나 다른 방법으로 찾아 보지 않았다. 단지 "clock"이라는 말에 알파벳 "o"자가 있는 것으로 보건데, 아마도 숫자 "0"으로 써서 "0시"를 말하다가 그것이 알파벳으로 바뀌지 않았을까 근거없는 추측만 했었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o'clock"이 "of clock"의 줄임말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따라서, 예를 들어 8시라는 표현의 "8 o'clock"은 "8 of clock"이라는 말이다. 이 당연해 보이는 말을 왜 생각하게 될까. 그것은, 우리가 생각하는 8시는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시계 (clock)" 속에서의 숫자 "8"일 뿐이라는 것을 알려 주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저자에 의하면 우리가 늘상 바라보고, 혹은 손목에 차고 있는 시계 (clock)는 200년 정도 밖에 되지 않은 최근의 일이라고 말한다. 따라서 그 이전의 사람들이 약속을 할때 "10시 30분에 어디서 만나자"라는 약속은 있을 수가 없었다. 단지 "동이 틀때" 혹은 "양들이 두번째 꼴을 먹을 때"와 같은 방식으로 약속을 했다고 한다.
그러다가, 해시계, 물시계 등이 발견되고, 진자를 이용한 시계가 발명되면서 오늘날과 같은 시간을 갖게 되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저자가 브라질이나, 티벳 등과 같은 곳에서 생각하는 시간 관념은 서구의 그것과는 아주 다르다는 것을 직접 경험하면서 느끼게 되는 생각들을 읽으면서, 과연 시간에 쫓기듯이, 혹은 시간에 지배당하면서 사는 현대인의 생활이 과연 불가피한 것인가 되돌아 보게 된다.
우리는 약속시간을 정할 때, 애들 학원을 보낼 때, 행사 준비를 할 때마다 분단위로 약속을 정하고, 그것에 맞춰야 한다고 강박관념을 갖고 있고, 그 시간에 늦으면 마치 중죄를 저지른 것과 같은 죄책감을 갖는 것이 대개의 경우다. 그리고, 혹 다른 사람이 정해진 약속시간에서 몇분이라도 늦으면, 그 사람의 사람됨까지 생각하면서 불만을 갖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우리가 그렇게 시간 속에서 지배당하는 지금 이 시대에도, 다른 세상 어디에서는 그 문화에 속한 사람들끼리 그들 나름의 시간을 지배하는 방식이 있어서, "염소가 물을 먹을 경에 만나자"와 같은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다.
우리도 소위 서구에서 시간을 접근하는 바와 같이 "o'clock"에 맞춰서 살고 있다. 학창 시절 선생님들이 말씀하시던 것 중에 약속시간을 잘 지키지 않고 다른 사람을 기다리게 하는 "Korean Time"을 혹평하시면서, 그리고 어떤 영어사전에는 그 단어가 우리 문화의 후진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라시며 그런 행태가 없어져야 한다는 취지로 가르치셨다.
하지만 달리 생각하면, "Korean Time"도 우리사회가 빠르게 "서구화"되면서 나타난 현상이 아닌가 싶다. 과연 우리 문화가 몇분, 몇십분 늦었다고 남을 탓하고, 질책하던 문화였던가. 우리 손목에 시침, 분침, 초침이 달린 시계가 매달렸던 역사가 몇년이나 되었던가. 우리 부모님때에만해도 "점심 경에 봅시다" 혹은 "저녁 나절에 한번 들르세요"와 같은 약속 방법이 흔하지 않았던가.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가 시간을 어떻게 바라보고, "나의 시간"을 어떻게 설계하느냐가 가장 중요하다고 저자는 글을 맺고 있다.
"How we construct and use our time, in the end, defines the texture and quality of our existence."
책에서는 세계 30여개국에서의 시간 관념을 실험하기 위해 도심에서의 행인의 걷는 속도, 우체국에서 우표 한장 구입하는데 걸리는 시간, 공공장소에 걸린 시계의 정확성 등을 조사하고, 이 지표를 사회의 다른 모습과 연결짓기도 하는 특이한 결과도 제시한다.
아무튼, 상투적인 표현이기는 하지만, 시간에 지배당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시간을 지배하는 것이 내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이 책은 마무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