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에 들어가며...
지난 주 화요일에 있던 통계학 시험을 마지막으로 두번째 학기가 막을 내렸다. 첫학기 보다 여러모로 나았던 학기였지만 그래도 항상 그렇듯 아쉬움도 남는 시간이었다.
지난 학기에는 통계학과 경찰학, 그리고 범죄학 이론 세과목을 수강했었다. 모두 3학점짜리 과목으로 총 9학점을 수강한 것이다. 물론 내 돈내고 공부한 것은 아니니, 비용 효과 측면으로 분석하기에는 무리가 있겠으나, 세과목 모두 도움이 많이 되었다고 자평하고 싶다.
통계학은 고등학교때 정석책과 유학을 위해 GRE 공부하면서 잠시 봤던 수학공식 이후로 처음 배운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 (앞으로 고급 통계학을 더 수강해야 하기는 하지만) 통계의 중요성을 직접 실감한 계기가 되었다. 이런 저런 수치로 가설을 세우고, 그를 검정하는 과정이 처음에는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지만,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위해서 아주 중요한 근거 자료가 될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 기본적인 통계학 배우고 이런 말 하기에는 과장일지도 모르겠지만, 미국의 학문이 (적어도 범죄학이) 다른 나라 학문보다 다소 앞선다면 그 중심에는 통계 활용이라는 접근방식이 자리잡고 있을 것이다. 다음 학기에도 통계학을 수강해야 하는데, 이번 학기를 돌이켜 보건데, (수에 강한 한국인이기 때문에) 크게 어려움을 겪지는 않으면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경찰학도 꽤 도움이 되었음은 말할 나위없다. 필수 과목은 아니고 선택 과목이었기에 이 과목을 수강할까 어쩔까 잠시 고민하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잘한 듯 싶다. 짧은 기간이기에 미국 경찰에 대한 모든 것을 훑어 보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무기 사용 등 쟁점이 되는 것들에 대해서 새로이 알게된 계기였다. 미국 경찰의 무기 사용이나 공권력 행사 등에 대해 배운 것은 다시 쓸 계획인데, 어쨌든 총기 소지가 허용되는 나라의 경찰활동과 우리나라 경찰과는 직접적으로 비교하기 어렵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범죄학은 가장 고전한 과목이다. 범죄학 이론이라고는 하는데, 도대체 서로 다른 이론들의 명확한 차이를 구별해 내기가 쉽지 않고, 더구나 수 십장씩 되는 자료를 읽고 그 자료들의 유사성과 차이점을 뽑아내서 글로 써서 제출하는 것이 아주 어려웠다. 아직도 범죄학 이론은 구름 속에서 헤매다가 나온 기분이라서 방학과 그 이후에도 계속 관심을 갖고 공부해야 함을 뼈져리게 느끼게 한 과목이다.
그래도 '무사히' 끝나서 다행이며, 뿌듯하다.
지금 학교는 여름학기 중이라서 일부 과목을 수강하는 학생들이 좀 있기는 하지만 평소 때에 비하면 아주 한산하다. 8월 20일경에 새 학기가 시작될 것이니 세 달이 좀 넘는 방학이다. 내 개인적으로는 특별한 계획은 없고, 아무 일 없이 노느니 기름값이라도 벌어야 겠기에 학과에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교수님께 부탁했더니 데이터 입력하는 자리를 흔쾌히 (사실 흔쾌히는 아니구나. 처음에는 자리가 없다더니 나중에 무슨 일인지 연락해서 일 할려냐 묻기에 그러겠다고 해서 일하고 있다) 내어 주신다.
데이터 입력이래 봐야 키보드를 부단히 두드리는 단순작업이다. 하루에 두세시간만 도와주고, 소액 (말하기 쑥쓰러운, 정말 "소액")을 받을 수 있으니 그냥 노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 그리고, 그 단순 작업에서 또 뭔가 배우는게 있지 않겠는가! 더구나 그렇게 부단히 키보드를 두드리는 것은 내가 그나마 좀 잘하는 것 중의 하나이고...
그래서 나의 방학 세 달 중 상당 부분은 그 '데이터 입력'에 투자될 것이고, 몇몇 책을 읽고 이것저것 영화나 드라마 보면서 영어 공부도 할 계획을 갖고 있다.
이 달 말이면 나와 함께 긴 방학에 들어갈 유빈이 공부를 챙기는 것도 그 계획 중 하나가 될 것이고... 이곳 교육청에서 실시하는 섬머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는 하지만 1학년에 오르기 전에 이런저런 기본을 다져야 할 것이고, 수영이나 다른 운동도 같이 해 봐야겠고...
암튼, 이렇게 여름방학에 진입한다. 컴파스로 동그라미를 그려서 7시 기상, 10시 취침 등으로 칸을 나누지는 않겠지만 최대한 규칙적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