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현 사는 법

말이란 모국어든 외국어든 콘텐츠가 중요하다

남궁Namgung 2009. 4. 8. 02:39

 

같이 일했던 계장님 과 업무로 상의하면서 자주 듣던 말이 있는데, 바로 "내용"이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어느 상사든, 다른 부서에든, 보고하거나 제시할 업무 내용을 마이크로소프트사의  파워포인트 프로그램을 활용해서 만들곤 했었는데, 그럴 때마다 자주 하시는 말씀이었다.

 

즉, 겉보기가 좀 시원찮아도 내용이 괜찮으면 커버가 되지만, 내용이 별 것 없으면 아무리 화려해도 별것 아니라는 뜻이다. 100% 공감하는 내용이고, 이와 같은 사례를 많이 경험했었다.

 

 

어제는 경찰학 (Policing) 수업 시간에 발표가 있었다. 학기 초에 이미 정해진 순서가 있었고, 다른 학생들 모두 해당되는 주에 자기가 맡은 주제에 대해 미리 공부하고, 수업을 이끄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나는 티파니라는 흑인 여학생과 같이 발표를 하게 되었는데, 티파니는 나와 같이 박사과정을 시작하고 자주 얼굴도 보고, 다른 수업도 같이 듣고 있기 때문에 같이 준비하기에 부담이 덜 했다.

 

지난 주말부터 조금씩 준비를 해서 지난 일요일에 둘이 잠깐 만나 수업 진행에 대해 상의를 하고, 어제도 수업 전에 만나 최종적으로 상의를 한 후에 수업을 진행했다. 물론 그러는 중간중간에 파워포인트로 수업 내용을 모두 작성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프리젠테이션 하는 것으로 결정했었다.

 

지난 학기보다는 그래도 정도가 덜한 편이지만, 그래도 여러 학생들, 그것도 모두 영어 잘하는 학생들 (다 미국애들이니 당연히 잘해야겠지만) 앞에서 혼자 버벅인다는 것은 여전히 불편한 경험이지만, 그래도 어쩔쏘냐! 당연히 거쳐야 할 과정들이고, 이런 경험들이 쌓여야만 하는 것을...

 

미리 "시나리오" 같은 발표 내용을 준비해서 파워포인트 슬라이드와 함께 한두번 혼자 연습하고, 그 화면 화면에서 어떤 식으로 말할지 생각하고 메모했지만, 그러면서도 "실제 수업시간에는 이것 보기가 힘들텐데..."하는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실제로 그랬다.)

 

다행, 두가지 코믹 영상물을 중간 중간에 보여서 괜찮은 반응이었고, 한국에서의 내가 보고 들은 우리 "회사" 얘기를 섞어서 발표를 해서 무난하게 끝낸 것 같다. 내가 한 말은 그네들이 못알아 듣는 부분이 없지는 않았겠지만, 그래도 지네들 말인데 대부분은 내가 하고자 하는 취지가 무엇인지는 추측이라도 할 수 있었으리라...

 

웬만큼의 외국에 수준만 된다면, 그리고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이 명확하고, 내가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에 대해서 확실히 알고 있으면, 아무리 버벅여도 원어민이 알아 들을 정도로는 전달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컨텐츠의 질이 얼마나 좋은가, 그렇지 않은가이지, 영어를 얼마나 원어민처럼 완벽하게 하느냐는 그에 따르는 부수적인 것이라고 생각한다.

 

얼마전 포털에서 기사를 쭉 읽다가 아래와 같은 내용을 봤다.

 

...

여기서 우리는 영어학습의 비결 중 하나를 찾아낼 수 있다. 영어를 배우려고 조기유학을 가기보다는 자기 전문분야에 대한 실력을 길러야 한다는 것이다.

말이란 모국어든 외국어든 그 내용(콘텐츠)이 중요하다. 표현할 내용만 확실하면 말은 어떻게든 흘러나온다. 말이 안 되는 사람은 할 말이 없거나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를 뿐이다.

...

- 조선일보, 2009. 4. 6. '김연아 영어' 단상 (곽중철 교수) 중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9/04/05/2009040500828.html)

 

 

영어 공부하면서도 자주 들었던 말 중의 하나다. 아무리 영어를 잘 해도 말할 내용이 없으면 별 쓸모가 없음은 당연할 이치겠다. 최고급 DVD 플레이어가 있더라도 그것을 재생할 DVD 타이틀이 없다면, 그 고급 플레이어가 무슨 쓸모가 있으랴. 즉, 위 교수분이 말씀하시는 것 처럼 수단인 영어가 중요할 수는 있겠지만, 그것보다는 그 수단을 활용할 전문지식이나  다른 이와 공유할 정보의 바닥이 얕다면 그 수단이 아무리 좋아도 활용할 일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뭐, 거창하게 얘기한 것 같아서 내가 발표한 내용이 뭐 대단한 전문분야에 대한 지식 전달이었던 것처럼 보일 지는 모르겠는데, 그렇지는 않다. 다만 미리 읽을거리를 충분히 이해하고, 그에 대한 견해를 갖고 있으니, 전달하는 과정에서 좀 버벅였던 것들이 상당히 만회되지 않았나 생각해 볼 뿐이다.

 

앞으로도 배울 것들이 많고, 남들 앞에서 발표할 일도 많겠다. 컨텐츠가 제일 중요하겠고, 가급적이면 그 컨텐츠를 남들에게 제시할 수 있는 도구도 계속 갈고 닦아야 하리라.

 

* 강의 중에 써 먹었던 동영상이다. 텔레비젼을 보다가 우연히 발견한 코메디 프로인데, 정말 재밌는 내용들이 많다. 인터넷에서 구할 수 있는 것들은 한계가 있어서 두개만 골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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