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퍼런스 데이 (Conference Day)
작년에도 한번 했었는데, 올해도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컨퍼런스를 한다는 연락이 얼마전에 있었다. 가능한 날짜와 시간 중에 희망하는 것을 선택하라고 해서, 오늘 (화요일) 오전 11시로 선택했었다. 우리식 영어로는 컨퍼런스하면 대단한 학자들이나 전문가가 참석하는 학회 같은 느낌이 들지만, 여기서는 학부모와 교사가 만나는 날도 컨퍼런스라고 칭하고 있다.
지난 번에는 킨더에 간지 얼마 되지 않았고, 유빈이가 완전히 적응하고 있는지 여부도 불분명했기 때문에 가기 전에 이것 저것 물어보거나 확인할 것을 생각하고 갔었다. 이번에도 무엇을 물어 봐야 하나 아내와 상의도 했었는데, 지금까지 킨더 생활을 하는 것을 보면 무난하게 지내고 있는듯하여 특별한 이슈가 떠오르지는 않았다. 그래서 최근에 가르치고 있다는 수(math)를 잘하고 있는지 정도만 물어 보기로 하고 학교로 갔다.
미세스 카터와 인터내셔날 학생들의 영어를 담당하고 있는 여선생님 (그새 이름 잊었다!) 이 교실의 조그만 책상에 같이 앉아 그간의 성취도나 학교 생활 등에 대해서 상세히 설명해 주고, 내가 묻는 것에 대해서도 상세히 설명해 준다. 몇번 교사들과 얘기해 봤지만, 대화할 때마다 항상 그들의 진지하고 자세한 설명에 대해서 감사하게 만든다.
특히 지난 번과는 달리 이번에는 유빈이에 대한 칭찬 일색이어서 듣기에는 좋았지만, "정말인가? 좋으라고 하는 말인가?"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우선 교실에서 친한 친구들과 아주 사이좋게 지내고, 적극적으로 활동한다는 것이 미세스 카터 (Mr. Carter)의 총평이다. 낯선 사람과 환경에서 적응하는 것이 좀 늦다고 말을 했더니, 교실 내에서는 전혀 그런 모습을 찾아 볼 수 없고, 자원봉사를 하러 오는 다른 학부모에게도 말을 잘 걸고, 이것 저것 설명하려 한다는 것이다. (이 얘기는 유빈이에게도 한번도 들어 본적이 없는 얘긴데...) 쉬는 시간(recess)에도 친구들과 어울려서 쉴 틈없이 놀이터를 뛰고 쫓는 등 아주 활발하다고 덧붙인다.
단어나 그림 그리는 것도 머리 속의 생각과 알고 있는 단어들을 잘 조합해서 "스토리"가 있는 그림들을 잘 그리고 있다고 한다. 그러면서 작년 10월에 썼던 것과 이달 초에 썼던 단어들을 보여주는데, 확실한 변화를 볼 수 있었다. 종이의 한쪽에 오리, 줄(로프), 모자 등의 그림이 쭉 나열되어 있고, 그 옆에 그 단어를 쓰라는 것이었는데, 작년에 쓴 것을 보니 못 쓴 내용도 많고, 대문자 소문자도 가리지 못한 것이 대부분이며, 그나마 쓴 것도 원래 단어와 비슷한 것이 많지 않았다. 그런데 이달 초에 쓴 것을 보니 제대로 맞게 쓴 단어도 꽤 되고, 대부분의 단어는 소리와 비슷하게 (예컨대 오리를 dock (제대로 쓰면 duck이 되겠지만)이라고 쓰는 등) 썼으며, 못 쓴 내용은 하나도 없었다.
부모가 되면 다들 비교하게 되는 것인가? 아니면 적어도 남보다 뒤쳐지지는 않았으면 하는 바램 때문인가... 예전만 해도 다른 애들과 비교해서 어느 정도의 수준이냐고 묻는 것에 대해서 거부감이 많았었는데, 그런 질문을 하지 않을 수가 없게 된다.
다행 미세스 카터는 말이나, 글쓰기 모두 다른 애들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좀 나은 편이라며 여기에서 생활한 기간을 따지면 대단한 성취라고 띄워준다. 다만, 뭔가를 하라고 과제를 주면 뚝딱뚝딱 빨리 처리하고, 얼른 다른 것을 하려고 해서 계속 좀 더 보완하라고 말을 해 주기 때문에 유빈이에게는 그것이 스트레가 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말한다. 아! 호모사피엔스는 그런 점까지 유전되게 하는가! 내 스스로 장점 같기도 하지만 때론 큰 단점이라고 생각하는 점인데, 그런 것까지 벌써 흉내내고 있다. 아무도 가르치지 않았는데...
아무튼, 숫자도 다른 친구들보다 잘 한다면서, 수를 칭하는 우리 문화 (예컨데 11이면 일레븐이라고 부르기 때문에 얘네 어린이들이 1과 1이 합해진 것으로 혼동하기 쉬운 반면, 중국이나 우리는 10과 1로 부르는 문화적 차이가 있어서) 때문인지 어떤지 모르지만 잘 한다고 칭찬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걱정되던 다른 친구들과의 생활도 별문제 없다니 안심된다. 그리고, 한국에 있으면 애 선생님이나 교육 문제 등 거의 대부분을 아내에게 맡기고 최소한의 신경만 썼을텐데, 여기서 이런 경험까지 할 수 있게 되어 감사하게 생각도 든다. 무엇보다 그간의 성취가 있을수 있게 해 준 선생님들 고맙다는 말을 몇번 하고 학교에서 돌아 왔다.
어찌되었든, 장하다, 대한건아! 아빠는 학교에서 아직도 허덕이더라도(!) 너는 잘해주고 있으니 어찌 더 기쁜 일이 있겠느냐!
<선생님이 준 평가 서류. 아직 킨더생(K)이지만 책을 읽는 능력은 1학년 (1st) 중에서도 두번째 정도의 단계에 해당한다며 아주 잘하고 있다고 말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