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현 사는 법

뽕을 뽑다!

남궁Namgung 2009. 1. 11. 08:44

 

한가한 토요일을 보내고 있다.

 

이제 방학(winter-break)도 일주일 밖에 남지 않았다. 아... 지난 시간은 이리도 빠르니... 그간 날씨도 전반적으로 춥지 않았고, 어제는 포근하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로 좋았는데, 오늘은 밖에 나가 보니 바람도 가볍게 불고 기온도 많이 떨어진 것처럼 느껴진다.  그래도 이 정도 추위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는 생각을 계속하고 있다.

 

오전에는 아침을 먹고 좀 느긋하게, 이곳에서 꽤 떨어진 체스터필드 (Chesterfield)라는 곳에 있는 보더스(Borders, www.borders.com)라는 서점에 다녀왔다.  집 바로 근처에도 그 서점이 있어서 얼마 전에 갔다가 유빈이 책을 좀 사줬었다. 연말연시 때문인지 꽤 괜찮은 책들도 4불, 5붐 정도로 아주 저렴하게 진열되어 있었다. 와이프는 그러지 않아도 책을 사주려고 했었는데 다행이라며 이 책 저 책을 골라 꽤 샀었다.

 

오늘은 혹 다른 보더스에 또 다른 종류의 책들을 싸게 팔지 모른다는 생각에 약 20분 정도를 차로 달려 가 보았다. 전반적으로 비슷한 책들을 할인판매하고 있었지만 이 근처 서점에는 없던 책들도 있어서 두어권 골라서 샀다. 하드커버로 되어 있는 애들 책이 한권에 4불 정도면 거의 헐값 정도가 아닌가! 정가로 적혀 있는 가격을 보니 보통 15불에서 비싼 것은 20불 가까이 되는 것도 있는데, 그것을 반의 반 정도 가격으로 살 수 있다니...

 

그런데, 그렇게 책을 사주고 보니 내가 고생이다. 저녁마다 와이프가 애들 재우면서 책을 꼭 두세권씩 읽어 주고 있는데, 이제 영어책을 샀으니 나보고도 한두권씩 꼭 읽어 주란다.  이런!

 

어제부터 읽어 주고 있는데 (그래봐야 하루되었네), 역시 아빠가 애들 책 읽어 주는 것은 힘들다!

 

 

서점에서 돌아 오는 길에 도서관 (St. Louis County Library, www.slcl.org)에도 들렀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지만 이곳도 공공 도서관이 지역 곳곳에 있어서 주민들이 편하게 들러 책을 보거나, 빌릴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한달 전 경에 유빈이와 들러 가서 간단한 개인정보를 주고, 도서관 카드를 만들어 책을 빌려 왔었고, 오늘이 두번째였다. 집에서 차로 5분 정도 거리에도 세인트루이스 군(county)에서 운영하는 도서관 분점이 있긴 한데, 규모로는 오늘 갔던 헤드쿼터(Headquarter)가 더 큰 듯 싶고, 주말에는 집 근처 도서관은 열지 않는다. 홈페이지를 보니 카운티 전체로는 21개의 브랜치가 있다고 한다. 우리 집에서는 헤드쿼터와 미드카운티 브랜치가 가까운 편에 속하는 도서관이고... 

 

책은 권수 제한 없이 2주간 빌릴 수 있다고 해서 지난 달에 빌려 왔다가 연체되지 않고 가까스로 반납했었다. 비디오를 빌리든, 어디서 책을 빌리든 연체되지 않고 다시 갔다 주는 것은 어디서나 힘든 일.

 

오늘은 유빈이가 볼 DVD를 빌릴 셈으로 갔었는데, 공공 도서관인지라 약간의 짐작은 했었지만, 그 양도 그리 많지 않고 대부분 오래된 것들이 많아 다소 실망한 점도 있다. 하지만 어디든 잘 뒤지면 좋은 것들 한 두개는 숨어 있는 법. 유빈이가 좋아하는 피터팬 DVD를 비롯하여 내가 볼 것까지 다섯개를 빌려 왔다. (한 사람이 빌릴 수 있는 한도가 5개, 일주일)

 

집에 오자마자 보고 싶다고 아우성이더니, 컴퓨터로 틀어 주니 아주 재밌게 본다. 돈 들지 않고, 주말에 도서관에 들려 잘 보냈다. 유빈이 킨더에서 내 주는 숙제를 보면 가끔 도서관에 들러 책 빌리기 같은 것이 있던데, 그런 것이 없다고 하더라도 도서관이나 서점 같은데를 자주 데리고 가는 것도 좋은 교육 중의 하나리라.

 

 

내 개인적으로는 공공 도서관을 꽤 쏠쏠하게 이용했던 편이다. 대전 송촌동에서 살때, 유학 시험 준비를 하면서는 근처에 있던 '안산도서관'을 종종 가곤 했었다. 책을 빌리기 보다는 주로 열람실에 들렀었지만 넓지 않은 규모에 꽤 알차게 시설이 되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복수동으로 이사하고, 또 다른 유학 시험을 준비할 때는 한밭도서관에를 자주 갔었다. 다 읽지는 않더라도 책도 종종 빌려 보곤 했었는데, 규모가 크고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아 다소 북적대는 느낌이 있기는 하지만, 그만큼 자료가 많았고, 열람실의 자리도 많아 이용에 불편함을 겪은 적은 거의 없었다. 특히, 이 한밭도서관 지하에서 파는 여러가지 음식 중에서 1,500원인가 했던 라면은 정말 맛있었다. 공기밥에 라면까지 시켜도 얼마되지 않는데, 그 라면을 먹고 나면 얼마나 흐뭇했는지...

 

이런 도서관의 좋은 점은 무엇보다도 "무료"라는 점이다. 물론 내가 내는 세금으로 운영되는 것일테니 꼭 무료라고 할 수는 없지만, 비용 측면으로만 본다면 나는 도서관을 이용하면서 "뽕을 뽑았다"고 할 수 있다.

 

이제 이곳 도서관도 애들 종종 데리고 다니면서 책 냄새도 맡게 해 주고, 사람들이 책 읽는 모습도 보여주고, 제가 좋아 하는 책을 고르고, 책을 읽는 습관도 갖게 해주려고 한다. 여기서도 이런 저런 물건을 사면서 세금을 내고 있으니, 그 세금도 모두 "뽕을 뽑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