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로 해소법
어느 나라건 뉴스만 보면 제대로 돌아가는 것 같지가 않다.
오늘도 잠깐 인터넷으로 뉴스를 보니 엘에이에서는 공화당 부통령 후보 새라 페일런과 비슷하게 마네킨을 만들어서 목에 줄을 걸어 지붕 밑으로 걸어 놓았다는 소식이 나온다. 그렇게 해 놓은 사람들은 할로윈 데이를 위한 조크일 뿐이라고 하지만, 좀 심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다른 지역에서는 오바마의 형상을 따서 비슷하게 해 놓은 일도 있었다고 한다. 표현의 자유라고 하기에는 지나쳤다는 인상을 풍기는 뉴스가 나온다.
미국 대선(11월 4일)은 6일 밖에 남지 않았다고 한다. 누가 되든 이 나라의 미래에 있어서 아주 중요한 시기에 중차대한 임무를 갖고 대통령직을 시작해야 할 것 같다. 이제 미국의 영향력은 예전같지 않고, 과거 영국이나 다른 제국주의 국가들의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의견들이 이 나라 사람들 사이에서도 가끔 나오는 것 같다. 이제 세계를 지배할 나라는 중국이니, 인도니 하는 식으로 말하는데, 글쎄... 개인적으로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최소한 내가 공부하는 분야에서의 책을 보면 볼수록 절대 쉽게 무너질 만만한 나라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것보다도, 다른 주는 모르겠지만 이곳 미주리 주는 대선 당일에도 쉬지 않는단다. 뭐야, 이거... 수업없이 하루 보내는가 했더니, 그것도 아니구만...)
교내는 물론이고, 집 주위와 동네 모두가 가을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엊그제는 여기도 단풍이 있네... 라는 생각을 했었다. 직장생활을 할 때는 여유가 없어서였는지, 감성이 메말라서였는지, 관심이 없었었는지, 봄, 여름, 가을, 겨울에 대한 인식을 크게 하지는 않았었던 것 같다. 그저 당연하게 받아 들이는 편이었는데, 오랜만에 가방을 등에 매고, 옆구리에 책을 끼고 발길에 차이는 낙엽을 밟다보면 가을이구나...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어쨋든 가을이다. 도서관 밖으로 보이는 각양각색의 나무들이 꽤 조화롭게 보인다. 워낙 큰 나라라 미국 북서쪽 어느 지방에는 눈이 크게 왔었다고 한다. 여기도 찬바람이 엊그제부터 불기 시작해서 꽤 쌀쌀한데, 그래도 겨울이 되려면 좀 멀지 않았나 싶다.
다른 때와 같은 일상이다. 한 과목이 다음 주에 시험이 있어서 좀 부담되게 준비하고 있다. 여전히 읽을꺼리는 많지만 소화해내는 속도가 조금씩 빨라짐을 느끼고 있다. "아주" 다행스런 현상이지만, "일시적" 현상이 아닐까 우려가 되기도 한다. 감정이나 뇌의 컨디션에 따라서 같은 양을 읽거나 같은 양의 글을 쓰더라도 소요되는 시간이나 이해의 질적인 면에서 차이나는 경우가 많은데, 오늘은 아주 기분 좋다.
사실 지난 주말부터 오늘까지 최근 며칠은 등교해서 계속 피곤하게 시작했다. 유빈이를 데려다 주고, 이곳 학생 주차장에 주차를 해 놓으면 눈에 몰려 오는 피곤함으로 쉽게 차에서 내리지 못했다. 그래서 그대로 카시트를 뒤로 젖히고 짧게는 20-30분에서 길게는 한시간 가까이 눈을 붙이고 도서관으로 왔다. 잠을 깬지 얼마되지 않아 또 잠을 자다니... 하지만 그러고나면 피곤이 많이 풀리는 기분이 들고, 도서관에 와서 집에서 싸온 커피를 따라 마시면서 책을 펴면 기분이 아주 상쾌해짐을 느낀다. 오늘이 딱 그랬다.
아무튼, 그간의 학교 생활에서 약간 변형(?)된 일과를 보내고 있는 것인데, 그래도 과도한 공부(!)로 인한 나의 피로를 이렇게나마 풀 수 있어 무척 다행이다.